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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안맞는 부동산 정책, 끝까지 추적해 방향 제시했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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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독자위원회, 중앙일보를 말하다 

8월 중앙일보 독자위원회가 22일 열렸다. 김우식 위원장(KAIST 이사장)을 포함한 각계각층의 전문가들이 한 달간 지면과 온라인에 보도된 기사를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다. 격의 없던 토론의 생생한 워딩을 소개한다. 이날 회의에는 김현기 편집국장, 이후남 문화디렉터도 참석했다.

김우식 위원장(KAIST 이사장)
‘피 부족…인공혈액 각광’ 기사
여론화 필요한 중요 이슈 잘 짚어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조세법률주의 어긋난 정책 많아
이들에 대한 종합적 평가 필요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금리 규제하는 전월세 전환율
정책불합리성 더 파고들었어야 

지난 22일 열린 독자위원회. 오른쪽 김현기 편집국장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 강호인, 임유진, 김소연, 우정엽, 김은미, 이후남(문화디렉터), 김동조, 금태섭, 양인집, 전병율 위원. 김상선 기자

지난 22일 열린 독자위원회. 오른쪽 김현기 편집국장부터 시계 방향으로 김우식(KAIST 이사장) 위원장, 강호인, 임유진, 김소연, 우정엽, 김은미, 이후남(문화디렉터), 김동조, 금태섭, 양인집, 전병율 위원. 김상선 기자

▶금태섭 변호사=8월에는 전보다 좋은 기사가 많았다. 특히 다양한 인터뷰가 실렸다. 7일자 26면 ‘촛불 이후 민주주의의 퇴행… 학생운동 엘리트가 문제’ 기사는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를 인터뷰 했는데 집권 여당의 문제점을 아프게 지적했다. 많은 사람들이 최 교수의 글을 좋아하는 만큼 일회성이 아니라 시리즈로 이야기를 들어봐도 좋겠다.

▶김은미 서울대 교수=21일자 26면 “국회 독주가 여당에 악재… 추미애는 정권에 큰 부담” 유인태씨 인터뷰도 재밌었다. 아쉬운 점은 구성이 조금 매끄럽지 못했다. 주제의 흐름을 따라가기보다는 이 얘기, 저 얘기 왔다갔다하는 느낌이어서 단락 간 연결이 자연스럽지 못했다. 디지털에서는 이런 재밌는 인터뷰의 경우엔 전문을 다 실어주면 좋겠다.

김소연 뉴닉 대표
이슈 인물 인터뷰 독자 기대 커
더 비판적이고 깊이 있었으면 

김은미 서울대 교수
주제흐름 끊긴 유인태 인터뷰
디지털선 전문 다 실어줬으면

▶김소연 뉴닉 대표=10일자 12면 ‘현 정부 부동산 정책방향 옳아, 더 강한 메시지 내야’ 박주민 의원 인터뷰도 조금 아쉬웠다. 이슈가 되는 인물인데다, 제목에서 풍기는 기대감과는 사뭇 내용이 달랐다. 조금 더 비판적이고 깊이가 있는 인터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금태섭=오피니언면에서도 변화가 느껴졌다. 지난주부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칼럼이 실리기 시작했는데 신선했다. 많은 사람들이 중앙일보를 보수신문이라고 평가하지만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의견을 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양인집 어니컴 대표=요즘 만평도 매우 좋다. 소위 ‘물이 올랐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김상택 만평이라는 ‘킬러 콘텐트’를 보기 위해 구독했던 시절이 떠올랐다. 또 만평 옆에 분수대의 글도 좋은 내용이 많다. 짧고 간결한 제목을 많이 달던데, 읽기 편하고 임팩트도 크다.

민영 고려대 교수
대안 없는 부동산 비판 기사 많아
‘월세 소작농’ 등 용어도 자극적 

양인집 어니컴 대표
‘정치풍자 못하는 코미디’ 기사
다른매체선 안 다룬 신선한 소재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얼굴 색칠한 ‘관짝소년단’ 칼럼
인종차별 무신경한 한국 꼬집어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17일자 ‘임시공휴일 지정, 외식쿠폰 발행… 정부가 잘못된 신호 줬다’ 기사는 의미가 있다. 대부분 광복절 집회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된 것처럼 보도했는데, 잠복기 2주를 감안하면 8월초부터 해이해진 방역 의식과 정부의 소비 진작 탓이 크다. 모든 언론이 시위를 부각하는 상황에서 정확한 팩트를 지적한 눈에 띄는 기사였다.

▶김은미=25일자 디지털 ‘1도 도움 안 된다… 4명중 3명 태극기부대’ 기사는 차명진씨가 음압병실에서 자기 근황을 페이스북에 올린 내용을 담았다. 어떤 정보를 주기 위해 썼는지 모르겠다. SNS로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는 정보의 홍수 시대에는 게이트키퍼로서 어떤 사실에 대해 말을 아낄 것인가 하는 전략적인 침묵도 필요하다.

▶임유진 강원대 교수=18일자 디지털 ‘국산 치료제 맞은 코로나 원숭이… 하루 만에 바이러스 사라졌다’ 기사의 원래 제목은 ‘국산 백신 맞은’으로 시작한다. 백신과 치료제는 엄연히 다른데 처음 기사를 보고 갸우뚱했다. 댓글에서도 이를 지적하는 내용이 많았다. 단순 오류겠지만 좀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

▶전병율=코로나19가 재확산 하는 과정에서 사설도 좋았다. 18일자 ‘경제보다 방역이 우선... 더 강력한 조치 필요하다’는 재확산 초기에 시의적절한 메시지를 던졌다. 수도권 환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고강도 조치가 필요하다는 내용인데, 국민들에게 다소 풀어졌던 방역의 중요성을 선제적으로 강조했다.

▶양인집=10일자 18면 ‘도망자 카를로스 곤, 노숙자 됐다’ 기사는 일단 제목이 틀렸다. 레바논의 집이 폭발해 거처를 옮겼을 뿐, 곤은 노숙자가 될 만큼 가난하지 않다. 또 기사의 출처가 일본의 ‘데일리 겐다이’라는 곳인데, 출판사가 운영하는 ‘일간 잡지’다. 곤에게 부정적인 일본인의 정서를 담아 쓴 기사인데, 그대로 받아쓴 부분이 안타까웠다.

▶김소연=19일자 14면 ‘불쾌지수 높아지면 도로 위 헐크, 20대 운전 조심하세요’ 기사도 제목이 과하다. 20대 관련 내용은 한 문단으로, 덥고 습한 날에는 20대 사고가 많다는 것이다. 제목만 보면 도로에서 20대 만나면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편견을 갖게 한다.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느낌이었다.

▶우정엽 세종연구소 연구위원=21일자 디지털 ‘남학생 성적 오르게 여강사 짧은치마 입으라는 어학원장’ 기사는 짧은치마를 입고 앉아 있는 여성 사진을 썼는데, 꼭 그래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기자가 자료사진으로 붙인 것일 텐데, 정론지인 중앙일보의 이미지에 맞지 않다. 관성에 젖어 했던 것들이 쌓여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낼 수도 있다.

▶김우식 KAIST 이사장=반면 19일자 34면 ‘지붕 위 소가 해준 말’ 칼럼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짚었는데 제목을 재밌게 잘 뽑았다. 또 19일자 34면 한컷 ‘무더위 속 순서대로 물’ 사진도 제목과 풍경이 잘 어우러졌다. 참새 둘이 물을 마시고 비둘기가 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인데, 각박한 세상에 던지는 메시지가 큰 울림을 줬다. 촌철살인의 사진이었다.

▶김동조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부동산 대책 기사에서 아쉬운 부분은 말도 안 되는 정책에 대해 끝까지 파고 들어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전세 가격 규제는 결국 금리를 제한하겠다는 것과 같다. 또 전월세 전환율을 4%로 했다가 2.5%로 내린다는데 어떻게 이런 불합리한 정책이 나올 수 있나. 홍남기·김현미 장관에게 끝까지 질의해서라도 이런 정책이 나온 이유를 물어야 한다.

▶강호인 전 국토교통부 장관=부동산 정책을 보면 국민 동의 없이 공시지가가 불규칙적으로 오르는 등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나는 것들이 있다. 1주택 보유세가 많아지는 것도 징벌적이란 느낌이다. 전세도 임대·임차인 모두에게 유리하도록 만들어진 제도로, 꼭 나쁜 게 아니다. 이처럼 앞뒤가 맞지 않는 정책들이 나오는데, 이들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와 방향성을 제시 했으면 한다.

▶민영 고려대 교수=반면 부동산이나 정책에 대해 대안없이 무조건적 비판을 가하는 경우도 자주 보였다. 독자 입장에서 어떤 정책이 시장을 안정화 시킬 수 있는지 답답한 경우가 많았다. 용어 선택도 ‘전세 난민’ ‘전세 종말’ ‘월세 소작농’처럼 자극적이다. 시민들의 불안 심리와 공포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임유진 강원대 교수
코로나 백신 기사에 치료제 제목
엄연히 다른데…좀더 신경써야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
‘경제보다 방역이 우선’ 사설
재확산 초기에 시의적절 메시지 

▶양인집=24일자 19면 ‘정치풍자 못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 기사는 다른 매체에선 볼 수 없는 신선한 기사였다. 코미디 프로그램이 tvN 하나 남았다고 하는데, 전체주의 사회도 아니고 풍자를 못하는 시대라는 점을 잘 지적했다. 어떤 언론도 다루지 않은 소재를 중앙일보에서 시의적절 하게 지적했다.

▶김소연=20일자 12면 ‘송영길, 남자끼린 엉덩이 툭툭 성추행 의혹 외교관 감쌌다’ 기사는 도입부가 창의적이다. 송영길의 발언을 갖고 다른 나라의 상황인 것처럼 가정해 독자들의 궁금증을 일으켰다. 그러면서 힘 있게 이야기를 전개했는데, 이런 새로운 방식의 스토리텔링을 보면서 중앙일보를 더욱 기대하게 된다.

▶우정엽=‘관짝 소년단’을 패러디한 의정부고 학생들이 이슈였다. 이와 관련 13일자 28면 ‘관짝소년단 패러디와 세계화’ 칼럼에선 의도가 있건 없건 얼굴에 색칠을 하는 것이 인종차별로 받아질 수 있다는 걸 모르는 한국 사람이 많다고 썼다. 한국이 다문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인종주의 등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고, 이 칼럼이 그런 역할을 했다.

▶임유진=14일자 23면 ‘김민석의 Mr. 밀리터리’엔 어려운 용어가 많이 나오는데, 본문 옆에 박스로 친절히 설명한 부분이 좋다. 예를 들어 ‘도련선(島鏈線, island chain)’ 같은 단어에 음영을 넣고 그 뜻을 기술했다. 지난번 독자위원회에서 어려운 용어를 설명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의견을 반영해줘서 고맙다.

▶김우식=7월 30일자 23면 ‘피 부족시대, 전 세계서 각광받는 인공혈액… 한국은 뒷짐’ 기사는 우리가 잘 모르는 혈액 부족 상황을 잘 짚었다. 가뜩이나 저출산인데, 2030은 헌혈도 적게 한다. 결국 신속한 인공혈액 연구가 필요한데, 우리는 부족하다는 내용이다. 중요한 이슈인 만큼 중앙일보가 지속적으로 보도해서 여론화 시켰으면 한다.

정리=윤석만 사회에디터
도움=이소현 인턴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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