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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 돌연 '이혼서류' 날린 메시…16년 사랑의 결말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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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FC 바르셀로나 홈 구장 캄프 누 앞에 리오넬 메시 유니폼을 입은 팬이 마스크를 쓴 채로 도로 중앙분리대에 걸터 앉아 있다. 메시 이적설이 불거지면서 팬들은 구단 측을 비판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26일(현지시각)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FC 바르셀로나 홈 구장 캄프 누 앞에 리오넬 메시 유니폼을 입은 팬이 마스크를 쓴 채로 도로 중앙분리대에 걸터 앉아 있다. 메시 이적설이 불거지면서 팬들은 구단 측을 비판하는 집단행동에 나섰다. 로이터=연합뉴스

키 170cm의 '거인'이 유럽과 남미를 뒤흔들고 있다. 모든 사람이 '떠나지 말라고', 혹은 '어서 여기로 오라고' 소리친다. 전 세계 매체의 시시콜콜한 기사들이 연일 쏟아진다.

단 한 사람, 스페인 프로축구 FC 바르셀로나의 공격수 리오넬 메시(33) 때문이다. 메시가 최근 팀을 떠나겠다고 밝히면서 유럽·남미 축구 팬들이 들썩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 이곳에 또 하나의 이슈가 생긴 것이다.
# 메시가 이슈가 된 이유,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그동안 메시는 곧 FC 바르셀로나였고, FC 바르셀로나 역시 메시의 팀이었다. 메시는 2004년 프로 1군 데뷔 후 줄곧 바르셀로나 한 팀에서만 뛴 '원 클럽 맨'이다.

그가 존재하는 동안 구단과 선수 모두 최고의 시절을 보냈다. 16년간 731경기에 나서 634골, 285도움을 기록했다. 프리메라리가 우승 10번, 유럽 챔피언스리그 우승 4번의 업적을 이뤘다. 세계 최고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 트로피도 6번이나 받았다.

그랬던 그가 별안간 팀을 떠나겠다고 밝혔다. BBC, 로이터 등에 따르면 메시는 25일(현지시각) 계약 종료를 공식 요청하는 내용증명 서류를 구단에 보냈다. 16년간 함께 한 구단에 '비대면 이혼' 서류를 보낸 셈이다.

이적을 요청한 이유로는 성적 부진, 구단과의 불화설이 꼽힌다. 꾸준히 유럽 무대 정상권에 머무르던 FC 바르셀로나는 올 시즌 리그 2위에 그쳤다. 이달 열린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선 2-8 참패를 당했다.

이 경기 후 메시는 팀을 떠나기로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신임 감독 로널드 쿠만(57·네덜란드), 구단 수뇌부 등과의 누적된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축구의 신' 없는 바르셀로나를 상상할 수 있을까. 서류 한장이 촉발한 이적설에 격앙된 팬들은 25일 밤부터 FC 바르셀로나 홈구장 '캄프 누' 앞에 모였다.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낀 채 구호를 외치고, 손수 만든 플래카드를 들었다. 대부분 구단 경영진을 비판하고 메시를 응원하는 내용이었다. 메시의 고국 아르헨티나에선 신문 헤드라인이 메시 소식으로 도배됐다. 축구 스타들도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저마다의 반응을 내놓았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왜'가 아니라 '어디로'다. 맨체스터시티(잉글랜드)와 파리 생제르맹(프랑스), 인터밀란·유벤투스(이탈리아) 같은 '빅클럽'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적 후보 구단의 팬들은 메시가 오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우리와 맞붙을 바엔 중국, 미국, 카타르로 가야 한다"는 FC 바르셀로나 팬이나 "고국으로 돌아오라"는 아르헨티나 팬도 있다. 계약 조항 문제 때문에 그대로 팀에 눌러앉을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이젠 그의 선택만 남았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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