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환기구엔 바이러스 없다"…점점 미궁에 빠지는 구로 아파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8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시 구로구 A아파트에서 2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추가 확진자가 나왔다. 추가 확진자는 기존에 집단감염이 발생한 이 아파트의 ‘5호라인’과는 다른 라인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특정 라인에서만 확진자가 발생한 점, 확진자 간 밀접접촉이 없었던 점을 들어 환기구에 의한 감염이 의심됐지만 이날 조사에서는 이 가설에 배치되는 증거들이 일부 나왔다.

“환기구 검체 분석 결과, 코로나19 발견 안돼”

26일 오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26일 오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구로구 한 아파트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뉴시스.

27일 구로구에 따르면 이날 추가 양성 판정을 받은 구로구 136·137번 확진자는 A아파트의 주민인 것으로 나타났다. 136번 확진자는 타 지역에서 전날 검사를 받은 후 27일 확진 판정을 받았고 137번 확진자는 전날 아파트 단지 내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은 후 양성으로 판명됐다. 이로써 A아파트에서 확진 판정을 받은 주민은 27일 오후 6시 누적 총 10명으로 늘었다.

이들 확진자는 당초 집단 감염이 발생한 A아파트 ‘5호 라인’ 바로 옆인 ‘6호 라인’ 주민으로 확인됐다. 구로구는 이날 오전까지 5호 라인에서만 8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확진자 간 뚜렷한 밀접접촉이 없었던 점을 미뤄 아파트 환기구·엘리베이터 등을 통한 감염 가능성을 의심해 왔다.

그러나 이날 구로구가 해당 가구들의 환기구 14건의 검체를 채취해 분석해 본 결과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 신규 확진된 6호라인 거주자들은 5호라인 확진자들과 거주하는 층도 달랐다. 이날 오전 10시경 서울시와 구로구, 질병관리본부 등은 역학·건축·설비 전문가들과 A아파트를 방문해 현장 합동조사를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감염경로를 특정하지 못한 상태다.

5·6라인 동편 엘리베이터 바로 인접

27일 오후 6시까지 누적 10명의 확진자가 나온 구로구 A아파트. 허정원 기자.

27일 오후 6시까지 누적 10명의 확진자가 나온 구로구 A아파트. 허정원 기자.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는 엘리베이터를 통한 감염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방대본은 이날 오후 2시 열린 브리핑에서 “최근 스타벅스 커피점 환자 발생 등을 보면 공기 흐름에 따른 전파 우려도 있기 때문에 승강기와 같은 실내 마스크 착용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환기구를 통한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구로구 아파트의 경우 위층에서 먼저 환자가 발생했다”며 “현재로서는 가능성을 그렇게 높게 보고 있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아래에서 위로 이동하는 공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위층→아래층 전파는 부자연스럽다는 취지다.

감염이 발생한 아파트 건물은 ‘ㄷ자’ 모양의 복도식 건물로, 복도가 꺾어지는 두 지점(동편·서편)에 각각 외부로 나가는 출입구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다. 감염이 발생한 5·6호 라인의 경우 동편에 위치한 엘리베이터와 밀접해 있어 주민들이 해당 엘리베이터를 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A아파트↔육가공업체 감염 선후관계 조사 

27일 오전 금천구 '비비팜' 공장이 폐쇄되어 있다. A아파트 2번째 확진자는 비비팜 공장 직원이다. 뉴시스.

27일 오전 금천구 '비비팜' 공장이 폐쇄되어 있다. A아파트 2번째 확진자는 비비팜 공장 직원이다. 뉴시스.

한편 방역당국은 20명의 집단감염이 발생한 금천구 육가공업체와 A아파트 감염과의 '선후관계'도 파악하고 있다. A아파트에서 두 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구로구 123번 환자가 해당 업체의 직원이기 때문이다. 123번 환자는 A아파트의 최초 확진자인 121번 확진자의 남편이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하수구·환기구·엘리베이터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역학·건축·설비 전문가 등이 조사 중”이라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풍구를 통한 감염사례는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방역당국은 주민들이 환기구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자 테이프로 환기구를 밀봉해놓은 상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