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강경발언에도…한교총 "종교는 목숨, 예배 취소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27 14:25

업데이트 2020.08.27 14:53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 노력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한국 개신교회 지도자 초청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방역 노력에 교회가 적극적으로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개신교회 지도자들을 만나 “코로나로 겪고 있는 모두의 위기를 한마음으로 하루빨리 극복하는 데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현장예배 금지 등 정부의 방역 지침을 준수해달라고 청하면서 이례적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문 대통령 "일부 몰상식, 교회 전체 해쳐"

문 대통령은 집단감염이 발생한 사랑제일교회와 전광훈 목사 등을 염두에 둔 듯 “도저히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교회의 이름으로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일이 그쯤 됐으면 적어도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라도 해야 할 텐데 오히려 지금까지 적반하장으로 음모설을 주장하면서 큰소리를 치고 있고, 여전히 정부 방역 조치에 협력을 거부하고 있다”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그로 인해 온 국민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제가 생각할 때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바로 기독교라고 생각한다"며 "극히 일부의 몰상식이 한국교회 전체의 신망을 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대다수 교회가 행하고 있는 비대면 온라인 예배에 감사를 표하면서도 “여전히 일부 교회에서는 대면 예배를 고수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초청간담회에 참석한 한국교회총연합 등 개신교계는 기한 없는 예배 금지 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대면예배 금지가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한교총 "대책 없이 예배 취소 못하는 게 현실"

김태영 한교총 공동대표회장은 먼저 교회가 코로나19 재확산의 주요 거점이 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와 수재와 태풍으로 고통 겪고 있는 국민 위로의 말씀 드리면서 교회 예배자 중에 감염자 많이 나오게 돼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교회가 정부 방침에 반발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민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기약없이 예배를 취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코로나가 1~2주, 1~2달 정도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볼 때 대책이 없이 교회 문을 닫고 예배를 취소할 수 없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는 것이다. 그는 “전체 교회를 막는 현재의 형식은 오래가지 못한다. 정부도 이 방식은 부담이 될 것이고 교회도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하면서 특히 농어촌교회에선 온라인 방식의 비대면 예배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2월 대구에서 신천지 중심으로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때 교회는 온라인 예배를 드리며 곧 종식되리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일상이 깨지면서 대부분 교회와 교단이 최선을 다해 방역에 힘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교회는 모이는 숫자보다는 모이는 장소의 안전을 우선시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코로나 종식과 경제를 살리는데 목표를 두고 있지만 교회는 코로나 종식과 예배를 지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물론 종교단체들의 활동이 집단감염의 위험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지금까지 나라와 민족을 위한 여러 역할은 물론 실제적인 국민의 삶을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다는 것을 존중해주셨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대신 정부와 교회의 협력기구 신설을 제안했다. 김 회장은 ‘방역 인증 제도’를 언급하며 “기독교연합, 중대본, 지자체가 협의 기구를 만들고 방역을 잘하는 교회는 차별을 해 방역인증마크 주는 제도”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인증 받은 교회는 방역 수치에 따라 현장 예배 드리고, 수치를 어기면 확산이 되면 분명한 책임을 묻고 몇몇 교회가 확산되면 지자체장이 엄격한 원칙을 가지고 제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개신교계의 ‘특수성’을 언급하며 이해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교회는) 피라미드 구조와 중앙집권적인 상하 구조가 아니다. 연합회나 총회에서 지시한다고 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단체가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일부 교회가 정부의 방역 지침을 어긴 것인데, 교회 및 교단 전체가 함께 비판받는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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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지난 24일 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종교적 자유도, 집회의 자유도, 표현의 자유도 국민들에게 그와 같은 엄청난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주장할 수는 없다”며 “공권력의 엄정함을 세우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김 회장은 “신앙을 생명같이 여기는 이들에게는 종교의 자유는 목숨과 바꿀 수 없는 가치”라며 “종교의 자유를 너무 쉽게 공권력으로 제한할 수 있고 중단을 명령할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려서 크게 놀랐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관계자들께서 교회와 사찰, 성당 같은 종교단체를 영업장이나 사업장 취급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교회총연합 김태영·류정호·문수석 공동대표회장, 이홍정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소강석 전국 17개 광역시·도 기독교연합회 상임고문과 대한예수교장로회 소속 김종준 총회장(합동)·장종현 총회장(백석)·채광명 총회장(개혁)·신수인 총회장(고신), 한기채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 이영훈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대표총회장 등 16명이 자리했다. 청와대에서는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제남 시민사회수석, 강민석 대변인 등이 참석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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