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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외환위기급 타격…2분기 카드 해외사용 60% 줄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거주자의 올해 2분기(4~6월) 신용카드 해외 사용금액이 1년 전 대비 60% 감소한 18억7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연간 감소율로는 1997년 11월 IMF 외환위기가 터진 직후와 맞먹고, 사용 금액은 꼭 10년 전인 2010년과 맞먹는다.

텅 빈 인천공항. 뉴스1

텅 빈 인천공항. 뉴스1

2분기 카드 해외사용, 1년전보다 60.3% 감소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중 국내 거주자가 해외에서 사용한 신용카드·체크카드·직불카드 사용금액은 18억73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년 전인 2019년 2분기 사용금액 47억2300만 달러에 비해 60.3% 감소한 액수다. 직전 분기인 올해 1분기(1~3월) 사용금액 36억4800만 달러에 비해서도 48.7% 감소했을 만큼 감소세는 급격했다.

거주자의 해외 카드 사용실적 추이. 한국은행

거주자의 해외 카드 사용실적 추이. 한국은행

한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면서 내국인 출국자 수가 큰 폭 감소한 탓이라고 본다. 한은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관광지식정보시스템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해외로 출국한 내국인 수는 12만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14만명) 대비 98.3% 줄었다. 직전 분기(370만명)와 비교해도 감소율은 96.8%였다.

1년전과 비교해 출국자 감소폭(98.3%)에 비해 해외 카드 사용 실적 감소폭(60.3%)이 작은 까닭은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접구매(직구) 등 일부 수요가 계속 이어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은이 통계청 온라인쇼핑동향조사를 통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지난 2분기 해외 직구액은 7억5000만 달러로, 직전 분기 직구액 8억2000만 달러와 큰 차이가 없다.

감소율은 IMF 외환위기, 사용금액은 10년 전 수준

2분기 카드 해외 사용실적 감소세는 과거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와 견줄만하다.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분기별 카드 해외 사용금액 감소율이 60%대를 기록했던 적은 IMF 외환위기가 닥친 직후인 1998년 1분기(-69.2%), 2분기(-61%), 3분기(-63.7%) 뿐이다. 카드 해외 사용 실적을 통해 본 코로나19 경제 충격의 정도가 IMF 외환위기 급이라는 얘기가 된다.

대한YMCA연합회 회원들이 1997년 12월 24일 명동에서 외화모으기 범국민운동을 시작하며 주머니 속에서 잠자고 있던 소액달러를 모으고 있다. 중앙포토

대한YMCA연합회 회원들이 1997년 12월 24일 명동에서 외화모으기 범국민운동을 시작하며 주머니 속에서 잠자고 있던 소액달러를 모으고 있다. 중앙포토

사용 금액 자체만 놓고 봐도 과거로 한참 회귀했다. 분기별 카드 해외 사용금액이 18억7300만 달러를 밑돌았던 가장 최근은 17억4400만 달러를 기록했던 2010년 2분기로,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이다. 당시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직후, 2009년 카드 해외 사용금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막 회복세에 접어든 때였다.

이런 역사적인 감소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고나서는 통관 절차에 대한 검역이 강화돼 배송 소요 시간이 늘어난 탓에 해외 직구 수요마저 조금씩 감소하는 추세"라며 "온라인 판매 채널과 국내 카드사들이 직구 관련 프로모션을 기획해 직구 수요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출국 자체가 막힌 상황에서 직구만으로 해외 실적을 예전처럼 돌려놓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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