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에서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명태를 먹는 분이 있어 신고했어요”
26일 조모(27)씨는 “지하철에서 사람도 많은데 마스크를 제대로 안 쓰고 냄새나는 음식을 먹고 있어서 다섯 번 정도 신고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오후 4시 30분쯤 지하철 2호선에서다. 조씨는 “당시 지하철 안 분위기를 보니까 저만 신고한 게 아닌 것 같던데 예민한 시기인 만큼 이런 일이 없었으면 했다”고 했다.
‘코로나 포비아’가 확산하고 있다. 신규 확진자가 열흘 넘게 세 자릿수를 기록하고 병원에서 확진자가 탈출하는 사례가 속출하자 불안에 떤 시민들의 행동도 다급해졌다. 시민들끼리 서로 방역 수칙을 지키는지 감시하고 신고하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특히 8·15 광복절 집회 이후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어겼다며 대중 교통이나 교회 근처에서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마스크 관련 신고 급증…대응 어려울 정도
공모(28)씨는 25일 오전 9시쯤 택시 기사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 인천 미추홀콜센터에 신고했다. 공씨는 “코로나는 공기로 매개하는 호흡기 감염인데 택시는 밀폐된 좁은 공간이라 걱정됐다”며 “에어컨을 켰지만 날씨가 더워 창문을 열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기사분을 보니 불안해서 신고했다”고 밝혔다. 지하철로 출퇴근한다는 직장인 조하영(27)씨도 “출퇴근 시간 지하철에서 주로 신고한다”며 “어제 아침 7시20분쯤 지하철에서 어떤 분이 턱스크를 하고 핸드폰을 보고 있길래 신고했다”고 말했다.
신고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전모(28)씨는 지난 18일 오후 10시 50분쯤 인천 부평역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하철에 탑승한 일행을 신고했다. 그는 “역무원이 직접 와서 주의를 주기는 어려운 시간대라고 생각해 안내 방송을 해달라고 문자로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며 “그래서 열차가 이동할 때마다 역 이름을 수정해가며 6번씩 신고해야 했다”고 말했다.
경찰이나 서울교통공사 등은 급증한 신고에 대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이달 19일까지 마스크 미착용자 신고 건수는 총 1만2539건이다. 특히 15일 광화문 집회의 여파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조짐이 보이면서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18일 이후에는 신고 건수가 1000건이 넘게 들어와서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밝혔다.
교회 대면 예배 신고도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 조치로 교회 대면 예배가 금지되자 관련 신고 또한 느는 추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되고 난 후 ‘안전신문고’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들어온 교회 대면 예배 신고가 21일에 39건, 22일 54건, 23일 109건, 24일 39건, 25일 12건에 달한다. 5일간 앱으로만 신고된 사례가 253건이다.
잘못 신고된(오신고) 경우도 있다. 지난 23일 A씨는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한 교회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와 안전신문고 앱에 신고했다고 밝혔지만, 취재 결과 해당 교회에서는 온라인 예배 영상을 찍기 위해 5명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대면 예배 시 온라인 예배 제작을 위한 필수 인력이 20명 이내에서 교회에 머무를 수 있다.
“방역신고 속출…정부가 잘해야”
김중백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부가 우리를 안전히 지켜주지 못한다는 불신에서 비롯된 현상”이라며 “과도한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서로에게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도 “신고 현상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두려움을 조장해 갈등을 유도해서는 안 된다”며 “서울시도 지난 23일 마스크 의무 착용을 이미 시행 중인데 알맹이 없는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또 발표하니 불안감이 조성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