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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엔 신중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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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모란 사회2팀 기자

최모란 사회2팀 기자

“토지거래허가제, 여러분의 의견을 듣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12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이런 글을 올렸다. 경기도가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찬반 논쟁이 벌어져서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부동산 계약 전 시·군·구청 등 지자체 허가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지자체는 소유자의 실거주 여부를 따진 뒤 허가를 내준다. 계약하면 바로 입주해 2년 이상 실제로 거주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2년 이상 징역 또는 토지 가격의 30%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경기도는 3기 신도시 등 부동산 투기가 우려되는 일부 지역을 대상으로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제도는 담당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논란이 거세자 이 지사가 공개적으로 “주권자이신 도민 여러분의 고견을 구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 글에는 11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리며 화제가 됐다.

토지거래허가제가 도입된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뉴스1]

토지거래허가제가 도입된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뉴스1]

찬성하는 이들은 토지거래허가제가 부동산 투기를 막고 주택가격을 안정화할 가장 효과적인 제도라고 주장한다. 토지 소유 편중이나 투기를 막기 위해 토지 거래를 공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거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선 1970~1980년대 신도시나 도로를 조성할 당시 토지거래허가제를 처음 도입해 투기 세력 차단에 상당한 효과를 봤다. 이 지사도 SNS에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되면 경기도는 실거주자들만 주택을 취득하게 돼 갭투자가 줄어 실질적인 투기 억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한다”며 찬성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재산 등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나 마찬가지다. 개인의 주택을 정부나 지자체가 통제할 당위성과 근거가 없다. 여기에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고, 사유재산인 토지 처분권에 대한 본질적인 침해로 헌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는 최근 도민 1000명에게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여부를 물어본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의 60%가 도내 토지거래허가제 확대 시행에 찬성했다. 반대 의견은 고작 35%였다. 이 지사가 토지거래허가제를 확대 시행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은 셈이 됐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제 도입은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지난 6월 토지거래허가제가 도입된 서울 송파구 잠실동과 강남구 삼성동·대치동·청담동 등의 경우 매물이 사라지면서 지난해 6~8월 635건이었던 아파트 매매 건수가 올해는 89건으로 줄었다. 거래는 줄었지만 오히려 집값은 뛰고 있다. 인근 지역 집값이 오르는 풍선 효과도 일어났다. 무턱대고 도입하면 지금의 서울 강남권과 같은 상황이 경기도에서도 벌어질 수 있다.

최모란 사회2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