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협 강대강 충돌…출구 없는 의사 총파업

중앙일보

입력 2020.08.27 00:08

업데이트 2020.08.2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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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의료계가 결국 2차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에 대해 정부가 수도권 전공의·전임의에 대해 업무개시명령을 내리자 대한의사협회(의협)가 ‘무기한 총파업 불사’ 입장으로 맞받아치는 등 양측이 ‘강대강’의 극한 대응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다시 300명을 넘어선 상황에서 파업이 길어질 경우 의료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로나 급한데 수술·응급실 차질
정부, 파업 의사에 업무개시명령
의협 “무기한 총파업 불사할 것”
문 대통령 “법집행 통해 강력 대처”

서울대병원 환자 “진료 늦어 불편”
부산대병원, 수술 평소 절반 줄여
전국 의원급 휴진 참여율은 11%
어르신들 파업 모르고 왔다 헛걸음

의협은 의과대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첩약 건강보험 급여화, 원격진료 등 정부가 추진 중인 4개 정책 철회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예고한 대로 이날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번 총파업에는 이미 지난 21일부터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인턴·레지던트 등 전공의와 전임의뿐 아니라 개원의도 참여했다.

의협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파업이 정부의 불통에 항의하기 위한 ‘사실상 가능한 유일한 수단’이기에 단체행동에 나섰다”며 “정부는 의료계가 최소한의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주길 부탁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와의 합의에 이르지 못해 단체행동에 돌입하게 된 것과 관련해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빨리 진료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국민께서 (의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총파업이 현실화한 이날 오전 8시 수도권 소재 수련병원에 근무 중인 전공의와 전임의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이와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위험이 발생하지 않도록 필요한 법적 절차에 착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날 명령 발동 직후 박 장관 명의로 삼성서울병원·강남세브란스병원·한양대병원·고대구로병원 등 20여 개 대형병원에 “27일 오전 9시 기준으로 각 병원 응급센터와 중환자실의 전공의 근무 여부를 확인한 뒤 미복귀 전공의에 대해서는 행정처분하겠다”는 내용의 전공의 업무개시명령서를 보냈다. 이날 오후부터는 현장조사에도 착수했다. 정부는 수도권 수련병원의 수술·분만·투석실, 비수도권 응급·중환자실, 비수도권 수술·분만·투석실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계획이다.

“환자 25명 응급실에 의사 3명뿐, 병실 회진은 1명만 돌아”

제2차 전국 의사 총파업 첫날인 26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복귀명령을 발동했다. [뉴시스]

제2차 전국 의사 총파업 첫날인 26일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 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오전 수도권 전공의와 전임의들에게 업무복귀명령을 발동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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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에 불응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과 1년 이하 면허정지 등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의료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될 수도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6일 현재 서울 지역 전공의 등 수련의의 집단휴진 참여율은 70% 정도다.

박 장관은 또 “의원급 의료기관도 참여율이 10%를 넘어 진료에 차질이 발생할 경우 해당 보건소에서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동네 의원 휴진 참여율이 30~40%에 달한 부산시 강서구와 서구는 휴진 신고한 의원들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복지부에 따르면 26일 낮 12시 현재 전국의 의원급 의료기관(3만2787개) 중 휴진한 곳은 3549개로 휴진 참여율이 10.8%였다.

정부는 의대 본과 4학년생들이 집단으로 의사 국가고시 접수 취소 신청을 한 데 대해서도 개인별 의사 재확인 절차를 거쳐 원칙대로 취소 처리하기로 했다. 의협에 대해서는 사업자단체 금지행위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할 방침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원칙적 법 집행을 통해 강력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했고, 정세균 국무총리도 “무단으로 현장을 떠난 전공의 등에게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제재조치를 신속하게 단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최대집 의협 회장은  26일 오전 의협 유튜브 채널(KMA-TV)을 통해 “업무개시명령은 의사의 단체행동권을 부정하는 위헌적 악법이라 위헌 소송 등을 통해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한 사람이라도 고발당한다면 무기한 총파업을 통해 강력한 저항을 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다만 양측은 모두 추가 협상의 여지를 남겼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한 설득 노력도 병행하라”고 지시했다. 의협도 입장문에 “정부와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논의할 것”이라고 적시했다.

이날 의료 현장에서 우려했던 의료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병원들이 파업에 대비해 수술이나 외래 일정을 미리 조정한 데다 전공의들도 필수인력은 남겨둔 채 파업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대비 의료진 부족, 수술 연기 등으로 불편함을 겪은 환자도 적지 않았다. 어머니를 모시고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은 A씨(58·경북 경산시)는 “응급실에 환자가 25명인데, 교수·인턴 등 의료진은 3명뿐”이라며 “진료가 늦어져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 병원 입원 환자인 신희철(70)씨는 “평소에는 서너 명이 회진을 돌았지만, 오늘은 교수 한 명이 오더라”고 전했다.

전공의와 전임의가 많은 대학병원에서는 의료 공백 막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응급실·중환자실 등에 투입할 필수 인력을 중심으로 근무표를 다시 짜는 한편, 응급수술을 제외한 일반 수술을 연기했다. 부산대병원 본원은 하루 80~100건이던 수술을 절반 정도로 줄였다. 충북대병원 관계자는 “200여 명의 교수진이 투입돼 전임의와 전공의의 공백을 메우고 있다”고 전했다. 휴진 사실을 몰랐다가 헛걸음한 환자들도 있었다. 개인의원 몇 곳이 자리 잡은 부산시 동구 수정동의 한 빌딩 관계자는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파업하는 줄 모르고 방문했다가 헛걸음한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임의·전공의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국가시험에 합격하면 면허증을 따 의사가 된다. 여기서 마치면 일반의가 된다. 이어 인턴(수련의) 1년을 하고, 레지던트 4년(가정의학과는 3년)을 마치면 전문의가 된다. 인턴은 수련의, 레지던트는 전공의라고 한다. 전문의 자격증을 딴 뒤 1~2년 세부 과정을 거치는데 이들이 전임의(펠로)다. 내과 전문의 이후 소화기·호흡기·내분비 등으로 세부 전문의가 되는 식이다. 군의관·공중보건의를 하면 15~16년 걸려야 전임의가 된다.

황수연·백민정·김지아 기자
부산·충북=황선윤·최종권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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