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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 외에도…아랍선 돼지고기, 일본선 ‘극우’ 이슈 조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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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마오쩌둥

마오쩌둥

“마오는 어때?”

한류 기획사 ‘금기어’ 가이드라인

가수 이효리의 한 마디가 불러온 파장이 확산된 가운데 연예계와 방송가에서는 “또 터졌다”는 반응이다. K팝을 필두로 한류가 국제무대로 확장되면서 이런 마찰이 빈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걸그룹 블랙핑크도 7월 발표한 ‘하우 유 라이크 댓(How You Like That)’ 뮤직비디오에서 힌두교의 신 가네샤 상(像)이 바닥에 놓여진 장면을 두고 종교 모독 논란에 휩싸였다. YG엔터테인먼트 측은 해당 장면을 삭제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넷플릭스는 2월 드라마 ‘킹덤’을 대만 등 중화권 국가에 서비스하면서 ‘이시조선(李屍朝鮮)’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씨조선(李氏朝鮮)’에서 ‘씨(氏)’ 대신 시체 ‘시(屍)’를 사용한 일종의 언어유희였던 셈. 그러나 ‘이씨조선’이 일본식 표기로써 조선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한국 측 항의에 ‘시전조선(屍戰朝鮮)’으로 수정했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아시아 국가는 ‘화약고’로 꼽힌다. 근현대사에서 외세의 피침략 혹은 식민지 시대를 겪었고, 서구사회보다 종교적 영향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형 기획사들은 일종의 ‘가이드 라인’을 마련해 놓고 있다. A 기획사 관계자는 “국가별 사업팀이 정치·종교·역사 등 민감한 문제와 대처방식을 정리해 놨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홍콩 등의 국명도 민감하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지만 나머지는 이를 부정한다. B 기획사 측이 이 지역에 콘서트를 갈 때 되도록 국가명보다 도시 이름을 호칭하라고 권유하는 이유다. ‘차이나(중국)’ ‘타이완(대만)’보다 ‘베이징’ ‘타이베이’ ‘홍콩’ 등으로 언급한다.

C 드라마 제작사는 “인도나 아랍권에선 소고기나 돼지고기 등 그들이 금기하는 재료가 쓰인 음식은 자제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D 기획사 측도 “동남아 등으로 콘서트를 가서 인터뷰를 할 때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면 어지간하면 김치나 곡류를 말하도록 권유한다”며 “이슬람교도 팬을 배려한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 ‘극우’ 이슈를 신경쓴다. E 기획사 관계자는 “일본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멤버들이 많은데, 해당 작가나 감독이 ‘극우’ 논란에 관련된 건 아닌지 확인하게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기획사 관계자는 “엔터테인먼트인만큼 이를 보면서 누구도 상처받거나 불쾌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은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아티스트들의 창의성이나 창작 욕구가 위축될 수도 있다. ‘금기’가 많을수록 예술이 꽃피기 어렵다는 것도 분명하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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