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갈가리 찢어진 일상

중앙일보

입력 2020.08.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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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생활에 많은 제약이 생기면서 우울증이나 무기력감 등을 토로하는 이가 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가 분열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여러 가닥으로 갈라지거나 찢어진 모양을 나타낼 때 ‘갈가리’와 ‘갈갈이’ 가운데 어느 것이 맞는 말일까?

“코로나19는 세대와 계층 간 반목 등으로 사회를 갈가리 찢는 유례없는 전염병으로 기록되고 있다” “무서운 전염병은 우리들의 아름다운 시간을 갈갈이 찢어놓았다” 등과 같이 ‘갈가리’와 ‘갈갈이’가 섞여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갈라지거나 찢어진 모양을 나타내는 말로는 ‘갈가리’가 맞다. ‘갈가리’는 ‘가리가리’가 줄어든 말이다. ‘가지가지’를 줄여 ‘갖가지’, ‘고루고루’를 줄여 ‘골고루’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리가리’를 줄여 ‘갈가리’라 쓴다. ‘갈가리’를 소리를 따라 적다 보면 ‘갈갈이’로 잘못 표기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갈갈이’가 아주 없는 단어는 아니다. ‘가을갈이’의 준말로 ‘갈갈이’가 쓰인다. ‘갈갈이’는 다음 해의 농사에 대비해 가을에 논밭을 미리 갈아 두는 일을 가리킨다. 한자어로는 추경(秋耕)이다. “우리 선조들은 해마다 가을에 추수를 끝내면 곧 갈갈이를 하는 것을 하나의 농사 풍습으로 지켜 왔다” 등처럼 사용할 수 있다. ‘가을바람’이 줄어 ‘갈바람’이 되는 것처럼 ‘가을갈이’가 줄어 ‘갈갈이’가 되는 것이다. ‘갈가리’는 ‘가리가리’, ‘갈갈이’는 ‘가을갈이’가 줄어든 말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도움이 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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