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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진로 바꾸고, 90노인 치아 나고…2045년 한국 과학기술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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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주와 심해를 탐사하는 쌍둥이 남매가 화제다. 올해 26세가 된 2020년생 지윤ㆍ도윤(가명) 씨는 각각 우주와 심해를 탐험하고 있다.  지윤 씨는 화성의 우주 탐사로봇에서, 도윤 씨는 심해 1만m 아래까지 잠수하는 심해유인잠수정에서 차세대 통신 기술을 통해 서로 교신을 시도할 예정이다. 남매는 어릴 때부터 세계 각국의 극지(極地) 프로젝트를 보고 자랐다. 이들 세대에서는 장래희망 1위가 우주인으로 나오기도 했다.

#올해 94세를 맞은 수영(가명)씨는 얼마 전 닳고 닳아 오래된 치아 대신 새로운 치아를 얻었다. 재생 줄기세포를 통해 젊은 시절의 건강한 치아가 복원됐기 때문이다. 최근엔 치아뿐 아니라 피부ㆍ뼈ㆍ간ㆍ심장 등도 인공적으로 만들어 새 것으로 교체하는 게 가능해졌다. 심지어 얼마 전에는 노화된 세포의 나이를 신생아 수준으로 되돌리는 기술까지 개발됐다고 한다.

무슨 황당한 ‘공상과학’ 같은 얘기냐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위 시나리오는 정부가 광복 100주년을 맞는 오는 2045년을 시점으로 예측한 과학기술의 미래 모습 중 일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6일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를 통해 이런 내용이 포함된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를 발표했다.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래전략 2045은 예측이 아닌 질문과 도전과제 형식으로 제시됐다. ‘▶환경오염 없이 문명이 지속ㆍ번영할 수 있을까 ▶인간은 몇 살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이 먼저 던져졌다. 도전과제는 이런 질문을 통해 도출됐다. 다음의 ‘8대 도전과제’가 그것이다. ①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외부 요인에 대처 ②환경오염에 대비한 문명의 지속가능성 확보 ③차세대 바이오ㆍ의료 기술로 건강한 삶 실현 ④인간의 신체적ㆍ지적 능력 보완ㆍ확장 ⑤자원고갈에 대비한 농어업ㆍ제조업ㆍ에너지 혁신 ⑥우주 생활권 실현과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 ⑦다양한 소통 방식과 신뢰 가능한 네트워크 ⑧새로운 삶의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미지의 공간 개척.

목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일단 전 지구적 위기로 꼽히는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는 고효율 친환경에너지와 탄소 포집ㆍ저장ㆍ자원화로 온난화 속도를 늦춘다는 목표에 도전한다. 인공강우를 만들거나 태풍의 진로를 변경하는 등의 기상조절 기술을 개발하고 기상기후에 대한 ‘초정밀도 예측모델’도 개발한다. 노후화 원전을 해체하고 방사능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원자력 기술 등을 통해 안전하게 원자력을 활용한다. 궁극적으로는 핵융합 발전의 실현을 목표로 한다. 폐기물 선별ㆍ자원화ㆍ에너지화 기술을 통해 ‘버리는 폐기물’에서 ‘새로운 자원인 폐기물’로 관점을 전환한다. 미세플라스틱 친환경 처리 및 플라스틱 대체신소재 개발을 통해 제로 플라스틱 사회를 구현한다.

의료 분야에서는 난치병과 뇌질환을 극복하는 게 주요 과제다. 목표대로 된다면, 원하는 대로 유전자를 고쳐 쓰거나 줄기세포 치료 등을 통해 암, 유전질환 등 난치병을 극복할 수도 있다. 초소형 로봇으로 몸 속의 생체변화를 감지하여 질병을 예방하는 등 예방의료도 강화된다. 장기적으로 보면 뇌의 통합적 작동원리를 규명하여 기억 영상화ㆍ저장ㆍ대체까지 가능해진다.  이동 수단의 패러다임도 완전히 변화된다. 유인 왕복우주비행기가 나온다면 서울-뉴욕 간을 2시간 내에 주파할 수 있다. 또한 국내ㆍ외 도시를 단시간 내에 연결하는 하이퍼루프(진공튜브열차)를 통해 새로운 경제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장기적으로는 극한환경 생존기술, 우주ㆍ해저도시 건설, 우주생산 및 농업 기술 등을 통해 미지의 영역까지 공간을 확장시켜 나간다.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과학기술 미래전략 2045.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임요업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책과장은 “이번 전략은 특정기술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도전 과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 내년부터 시작될 제6차 과학기술예측조사를 통해 기술의 실현시기나 중요도, 기술발전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래전략 작업은 지난해 4월 출범한 ‘2045 미래전략위원회’와 2개 실무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정칠희 삼성전자 고문이 위원회를 이끌었다. 위원회 외에도 자문 전문가 그룹 등 사회 각계 분야에서 총 144명이 참여했다. 미래에 대한 질문을 도출해내는 데는 광범위한 대(對) 국민 설문조사 등도 포함됐다.

과제 실무책임을 맡아온 최병삼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혁신성장정책연구본부 연구위원은 “과거에도 10년 단위의  과학기술 장기전략 작업이 있었지만, 그간의 작업이 유망 과학기술에 대한 전망과 예측에 초점을 뒀다면 이번에는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와 도전 과제를 찾고 어떤 과학기술이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지에 무게를 뒀다”고 말했다.

서용석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교수는 “정부 차원의 이 같은 과학기술 미래전략이 장밋빛 그림 그리기가 아닌 실질적 효용성을 가지려면 정권을 넘어서도 이어지는 조직을 만들어 새로운 난제와 과학기술 등에 대한 모니터링과 피드백을 통해 전략이 수정ㆍ보완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준호 과학ㆍ미래 전문기자, 권유진 기자 joo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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