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속도내나…민주당 ‘9월 1일 데드라인' 두고 갑론을박

중앙일보

입력 2020.08.26 15:08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여권에서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공수처법 시행 6주가 되도록 야당 몫 추천위원은 공석이며, 실무는 더디다. 26일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달 말을 넘기면 9월 정기국회에서 법을 재개정하자”는 강경파와 “11월까지 야당과 협상을 진행한 뒤 연내에 공수처장을 추천하자”는 온건파 주장이 교차했다. 당 지지율 회복과 함께 강경 목소리가 커지는 모양새지만, 물밑에선 법 재개정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우려하는 의견이 적잖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시행일(15일)을 일주일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공수처 설립준비단 사무실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뉴스1]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시행일(15일)을 일주일 앞둔 8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공수처 설립준비단 사무실 앞에 취재진이 모여 있다. [뉴스1]

“위법 방치” 재개정 압박

공수처법 재개정 주장 선두에는 당대표 후보로 나선 박주민 의원이 있다. 박 의원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공수처법을 9월 내에 개정해 공수처 출범을 조속히 마무리하겠다. 21대 국회 내에서 수사와 기소를 완전히 분리하는 완전한 검찰개혁을 이루겠다”고 공약했다. 당내 ‘박주민계’로 분류되는 김용민 의원은 같은 날 개정안을 발의했다. 공수처 추천위 구성을 여당 2명, 야당 2명이 아닌 ‘국회에서 4명’을 추천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야당이 반대해도 여당 단독으로 공수처를 출범하겠다는 복안이다. 김 의원은 국회 추천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항을 국회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현 국회의장은 민주당 출신 박병석 의장이다. “(추천위원회 의결) 현행 7분의 6은 지나치게 가중돼 헌법 개정 정족수와 동일하게 3분의 2로 낮췄다”(김 의원)는 주장은 쉽게 말해 추천위원 7명 중 6명이 아닌, 5명만 찬성해도 공수처장을 임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한동안 민주당에선 공수처 강행은 안된다는 기류가 강했다. 부동산 입법 강행 후 당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서다. 하지만 코로나 19 재확산과 맞물려 여권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이자 강경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25일 검찰 직제개편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여당이 정기인사를 앞두고 검찰을 지나치게 흔든다”는 부담도 덜어냈다는 관측이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8월 말까지가시적인 움직임이 없다면 공수처 출범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결국 법률 개정밖에 없다”고 통합당을 압박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수처장 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추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병철 의원, 김종민 의원, 백혜련 간사, 박주민 의원, 최기상 의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 법사위원들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공수처장 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추천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소병철 의원, 김종민 의원, 백혜련 간사, 박주민 의원, 최기상 의원. [연합뉴스]

“속도전 아냐” 셈법 복잡

하지만 26일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통상적 압박일 뿐 속도전으로 가자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지난 17일 원내대표단 워크숍에서 거론됐다는 ‘속도조절론’이 아직 유효하다는 설명이다. 당시 김태년 원내대표는 “‘검찰개혁’은 속도전을 하지 않을 테니 9~11월 석 달 정도는 당과 원내대표단 안에서 논의해 달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김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통합당에서도 율사(법조인) 중심으로 추천위원을 찾고 있다고 한다. 정기국회 시작 전까지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이미 지난해 '4+1' 공조로 공수처법을 밀어붙인 상황에서 또다른 개정안을 내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여야 관계는 아직 냉랭하다. 지난 20일 정기국회 개원식(9월1일) 등 주요 일정을 양당 원내대표가 합의했지만, 공수처로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25일 “야당을 향해 공수처 출범에 왜 문제를 제기하느냐고 묻기 전에 공수처법의 부실함과 위헌성, 절차적 과정을 먼저 돌아보길 바란다”며 “집권 3년이 넘도록 대통령과 대통령 주변을 직접 감찰하는 특별감찰관은 법상 의무가 있음에도 3년째 비워두고 있다”고 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8.25. 오종택 기자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0.08.25. 오종택 기자

앞서 통합당은 헌법재판소에 공수처법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통합당 관계자는 “공수처 추천위원을 추천한 뒤 헌재에서 위헌 결정이 나면 어떡할 건가. 명분상 헌재 결론 전까지는 (추천위원) 확정은 힘들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을 지낸 민주당 의원은 “8·29 전당대회 이후 들어설 새 지도부가 공수처 추진 속도를 조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새롬·김기정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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