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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호주 인구보다 많은 캥거루, 왕성한 번식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남식의 야생동물 세상보기(18)

호주의 상징동물인 캥거루는 ‘유대목’ 캥거루과 캥거루속 중에서 덩치가 큰 4종을 칭한다. 유대목은 복부에 새끼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동물을 말한다. 캥거루속에 포함되는 14종은 크기와 피모색에 차이는 있으나 외형은 거의 비슷하며 크기에 따라 이름을 달리한다. 체구가 가장 큰 종을 ‘캥거루’라 하고 가장 작은 종을 ‘왈라비’ 중간 크기는 ‘왈라루’라 한다.

캥거루라 불리는 4종은 호주 전역에 분포하며 가장 체구가 크고 개체수가 많은 붉은캥거루, 그 다음으로 개체수가 많고 동부지역에 서식하는 동부회색캥거루, 남부와 서부에 분포하는 서부회색캥거루, 체구가 작고 개체수가 가장 적은 북부의 안틸로핀캥거루다. 캥거루의 체중은 종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평균 20~90kg으로 수컷이 암컷보다 2배 이상 더 크다. 일반적인 생리해부학적 특징이나 생태특성에는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캥거루’라 통칭해 이야기해도 무리가 없을 것 같다.

체구가 가장 큰 종을 ‘캥거루(우)’라 하고 가장 작은 종을 ‘왈라비(좌)’ 중간 크기는 ‘왈라루’라 한다. [사진 pxhere]

체구가 가장 큰 종을 ‘캥거루(우)’라 하고 가장 작은 종을 ‘왈라비(좌)’ 중간 크기는 ‘왈라루’라 한다. [사진 pxhere]

캥거루에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새끼의 출생과 육아 방법이다. 임신 기간이 31~36일로 1마리를 낳으며 연중 번식이 가능하다. 분만이 가까워지면 어미는 새끼주머니를 혀로 핥아 깨끗이 청소하고 꼬리를 두 다리 사이에 두고 앉는다. ‘조이(joey)’라 불리는 새끼는 2.5cm에 0.75g의 작은 몸집으로 태어난다. 조이는 어미의 도움 없이 혼자의 힘으로 주머니를 향해 기어 올라간다. 갓 태어난 조이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고 털도 없다. 후각과 중력의 느낌으로 방향을 잡고 앞발의 힘을 이용하여 주머니를 찾아간다. 주머니에 들어가 후각을 이용해 4개의 유두 중 하나를 물면 유두가 부풀어 새끼의 입과 단단히 결합한다. 어린 캥거루는 6개월이 되면 주머니를 들락거리며 생활할 수 있고, 8개월이 지나면 주머니 생활을 청산하고 밖에서 지내게 된다.

대부분의 어미는 출산 후 수일 내 짝짓기를 하게 된다. 어미가 포유 중일 경우 배아 발달이 중지되는 휴면상태에 들어가고 주머니에 있는 새끼가 밖으로 나오면 다시 자란다. 생존환경이 좋은 조건에서는 어미가 각기 다른 성장단계의 3마리 새끼를 동시에 기를 수도 있다. 어린 새끼는 주머니 안에서 젖을 먹고 좀 더 큰 새끼는 주머니 밖에 머물며 세 번째는 어미의 자궁 안에서 배아 상태로 있다.

캥거루는 포유동물 중에서 한걸음에 가장 멀리 뛸 수 있다. 보행방식도 상황에 따라 특이하다. 천천히 움직일 때는 네발과 꼬리를 이용하는데 앞발을 먼저 짚고 꼬리로 몸체를 지탱한 후 뒷발을 내디딘다. 빠르게 달릴 때는 꼬리는 균형을 잡아주고 뒷다리만 사용한다. 뒷다리의 강한 근육과 유연한 힘줄을 이용해 빠르게 움직이는 대신 뛰는 거리를 길게 한다. 뛰는데 필요한 장딴지근 가자미근 장딴지빗근이 땅을 박차고 몸을 들어 올린다. 이들 근육과 이어지는 아킬레스힘줄은 탄력이 좋아 스프링처럼 작용한다. 강력한 근육과 탄력 있는 힘줄의 조화로 멀리뛰기는 8~9m, 높이뛰기는 3m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근육과 힘줄은 뛰는 데 필요한 에너지의 70%를 축적할 수 있어 다른 동물보다 에너지를 덜 소비하게 된다.

캥거루에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새끼의 출생과 육아방법이다. 임신기간이 31~36일로 1마리를 낳으며 연중 번식이 가능하다. [사진 pikist]

캥거루에 있어서 가장 흥미로운 것은 새끼의 출생과 육아방법이다. 임신기간이 31~36일로 1마리를 낳으며 연중 번식이 가능하다. [사진 pikist]

수컷들은 여러 마리의 암컷을 차지하고 우위를 지키기 위해 경쟁을 한다. 이 과정에서 싸움을 하는데 꼬리에 체중을 싣고 일어서서 앞발로 얼굴에 펀치를 날리고 뒷발로 복부를 강하게 차는 동작을 하는데 이를 ‘캥거루복싱’이라 한다. 한때는 흥밋거리로 사람과 캥거루가 겨루는 복싱시합을 열기도 했지만 동물 학대문제로 없어졌다.

캥거루의 어금니는 코끼리의 어금니 교체방식과 비슷하다. 앞쪽의 어금니가 닳아 없어지면 뒤쪽의 어금니가 밀려와서 대체한다. 초식동물로 소와 같은 반추동물과 유사한 소화를 하지만 온실가스 효과를 유발하는 메탄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다. 소화에 관여하는 미생물이 발효산물인 가스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휘발성지방산으로 변환시켜주기 때문이다. 때문에 관련 연구자들은 캥거루의 장내미생물을 소에 적용하는 방법개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시속 20~25km의 속도로는 장시간 달릴 수 있으며 순간 최고 시속은 70km까지 올라간다. 수영을 잘해 딩고, 여우, 들개 등의 포식자에 몰리면 물속으로 들어가 쫓아온 포식자를 앞발로 눌러 익사시키기도 한다.

캥거루는 다른 야생동물과 달리 개체수가 매년 증가하여 4000만 마리가 넘는 것으로 추정한다. 호주 인구 2550만명보다 훨씬 많은 숫자다. 늘어나는 개체수를 조절하기 위해 매년 200만 마리를 포획하고 있다. 포획된 캥거루의 고기와 가죽은 식품과 동물사료 피혁제품으로 활용된다. 캥거루 고기는 고단백 저지방으로 리놀렌산이 농축되어 있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비만과 동맥경화증을 감소시킨다 한다. 호주의 캥거루 관련 산업은 약 4000명의 종사자와 연간 3억 호주달러 규모이며 55개국에 고기를 수출한다.

캥거루는 체구가 큰 편이라 포식자에 의한 피해는 적지만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빈번하여 로드킬이 많이 발생한다. 최근에는 지난해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이어진 대형산불에 의해 많은 수가 피해를 보았다. 캥거루는 보통 2~3마리의 암컷과 그들의 새끼, 2~3마리의 수컷 등 10여 마리가 작은 무리를 이루고 암컷은 태어난 무리에서 평생을 같이 산다. 먹이가 풍부한 지역에서는 많은 수가 모이는데 1500마리에 이르기도 한다. 암컷은 생후 15~20개월, 수컷은 20~24개월이 되면 번식에 참여할 수 있다. 평균수명은 야생에서 7~10년, 보호상태에서는 20년의 기록이 있다.

국내는 9개 동물원에서 붉은캥거루, 회색캥거루, 왈라비와 왈라루 등 캥거루 속 동물 4종 65마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동물원이 3종 30마리로 가장 많다.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명예교수·㈜ 이레본 기술고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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