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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사진관] 숭례문 파수군은 왜 창 대신 총을 들었을까요?

중앙일보

입력

숭례문 파수군(把守軍)이 무슨 무기를 가졌는지 보신 적이 있나요?
허리에 찬 큰 칼보다 양손으로 붙잡고 있는 총이 먼저 보입니다.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이 열리는 덕수궁 대한문에서는 볼 수 없는 무기입니다.

숭례문 파수군이 들고 있는 총은 조선 시대 조총입니다.
전통 군복에 조총이 잘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지만 조총은 조선 시대 대표 무기였습니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조총을 모방해 국내 제조에 성공했고, 17세기 후반이 되면 조선 군대의 75%가 칼이나 창, 활이 아닌 조총 주특기였다고 하네요.
그러면 조선 시대 숭례문 파수군도 조총을 사용한 것이 분명합니다.

숭례문 파수 의식 재현 기획자는 이런 역사적 사실에 기반해 파수군이 조총을 들게 했다고 합니다.
커다란 언월도 등 전통 무기가 등장하는 덕수궁 왕궁수문장 교대의식과 차별화도 꾀하고요.

파수 의식에서 사용하는 조총은 조선 조총을 재현한 것입니다.
조선의 조총은 다양하게 변천했는데 길이는 90~140cm, 무게는 대체로 4kg 이하였다고 합니다.
성능은 썩 뛰어나지 않았습니다.
유효사거리는 100m 이내, 200m 이상이면 살상력이 급격히 떨어졌다고 합니다.

파수군이 근무를 하는 곳은 숭례문의 석조 홍예문 아래입니다.
홍예문 천장에 청룡과 황룡 한 쌍이 서려 있습니다.
2008년 방화로 숭례문이 불탔을 때 용 그림도 심하게 훼손돼 나중에 복원했습니다.

오전 근무를 마친 파수군이 철수하고 있습니다.

폭염에 군복만 해도 더운데, 마스크까지 착용해야 합니다.
삼엄한 조총 행렬에 코로나가 깜작 놀라 물러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조선 시대 병사들 상당수가 궁병(弓兵), 창병(槍兵)이 아닌 조총수였습니다.

숭례문에 가면 세종대왕의 큰형님 양녕대군이 쓴 현판도 꼭 봐야지요.
단아하면서도 자신감 넘치는 필체입니다.
2008년 화재 때도 천행으로 불타지 않았습니다.

조총을 든 숭례문 파수 의식은 매일(월요일 휴무) 10:00~12:00, 13:00~15:40에 볼 수 있습니다.

사진·글 : 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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