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요미수 재판 직접나온 정진웅…재판장에 "이동재가 핵심"

중앙일보

입력 2020.08.26 11:47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6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와 채널A 백모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 1심 재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속행된 재판에서 이 전 기자와 백 기자는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한다"며 재판 첫날부터 검찰과 각을 세웠다.

특히 이 전 기자 측은 "피고인이 한동훈 검사장과 접촉해 유시민 등 여권의 거물급 인사를 겨냥했다"는 검찰 측 주장에 대해 "유시민 등 특정 정치인을 겨냥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이어 "유시민 전 장관의 신라젠 강연 등 언론이 제기한 의혹을 따라가며 공익적 목적으로 취재를 했을 뿐"이라 말했다.

단독 사건에 직접나온 정진웅 

검찰 측에선 정진웅 부장검사와 수사를 담당한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의 김모 검사가 직접 출석했다. 이 사건은 부장판사 1명(박진환 부장판사)이 심리하는 단독 재판부 사건이다. 이런 '단독 사건'에 부장검사가 직접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달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몸싸움 뒤 병실에 누워있는 정진웅 부장검사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지난달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압수수색 당시 몸싸움 뒤 병실에 누워있는 정진웅 부장검사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법정에 나온 김 검사는 재판이 시작되자 "중요 사건이라 공소사실 전문을 읽겠다"며 약 30분간 공소장을 읽어 내려갔다. 공소장 곳곳에 언급된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선 '한모 검사'라 말하며 실명을 밝히지 않았다.

지난달 영장심사 당시 입었던 양복을 입고 나온 이 전 기자는 김 검사가 일어서 공소장을 읽을 때, 그와 그 옆에 앉은 정 부장검사를 빤히 바라봤다. 방청석에 앉은 기자들을 둘러보기도 했다.

이동재 측 "유시민 겨냥 안했다" 

이 전 기자는 올해 초 신라젠 전 대주주였던 이철(55·수감 중)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에게 다섯 차례 편지를 보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의 비리를 제보하라고 협박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의 후배기자인 백 기자는 강요미수의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라이브’ 시즌 2 마지막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알릴레오 유튜브 캡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지난 4월 유튜브 채널 ‘알릴레오 라이브’ 시즌 2 마지막 방송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알릴레오 유튜브 캡처]

이 전 기자는 MBC보도로 이 사건이 알려진 뒤 채널A에서 해고됐다. 법정에서 직업을 묻는 재판장의 질문에 이 전 기자는 "현재로선 무직"이라 말했다. 이 전 기자와 달리 회사로부터 견책 처분을 받은 백 기자는 같은 질문에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인 주진우 변호사는 "피고인이 이철 전 대표에게 (여권 비리를) 제보하면 도와줄 수 있다고 말했을 뿐 제보하지 않았을 때의 불이익을 말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당시 신라젠 수사팀이 결성됐기 때문에 (이 전 기자가 편지에서 언급한 내용은) 누구나 예상 가능한 내용이었다"고 했다.

주 변호사는 MBC의 보도를 언급하며 "피고인이 이씨의 대리인인 지모씨를 두번째 만났을 때부터 MBC가 몰카 취재를 하고 있었던 상황"이라 말하기도 했다. 최소 그때부터는 이철씨가 협박의 피해자라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한동훈 검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한동훈 검사장의 모습. [연합뉴스]

재판장 질문에 직접 답한 정진웅  

백 기자의 변호인인 김한규 변호사도 "공소사실 전부를 부인한다"며 "일반적인 취재를 했을 뿐 이철씨에게 여권 인사의 비위를 불라고 요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재판장이 검찰에 의견을 묻자 정 부장검사는 일어나 "핵심적으론 이동재 피고인이 한 것이고 공모에 의해 이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번 사건을 이 전 기자와 한 검사장의 '검언유착 의혹'이라 규정하며 대대적인 수사를 개시했다. 하지만 이 전 기자만 구속기소했을 뿐 한 검사장에 대한 수사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이성윤 검사장이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한 검사장의 공모 여부를 밝히겠단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달 열렸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참석한 15명의 위원들은 한 검사장에 대해 '수사중단(10명)''불기소(11)'의견을 권고한 바 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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