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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으로 하는 '가상 마라톤', 어떻게 하는 거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세계 최고의 역사와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보스턴마라톤이 오는 9월 7일부터 일주일간 ‘가상’으로 열린다. 124년 사상 첫 비대면 행사로 치러지는 셈이다. 보스턴마라톤 사무국에 따르면 ‘가상 2020 보스턴마라톤’ 참가자들은 플랫폼에 접속한 후 6시간 동안 26.2마일(약 42.16km)을 달린 후 시스템이 원하는 방식으로 인증을 하면 된다. 완주자에게는 각종 기념품을 포함한 메달도 발송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시대의 스포츠 이벤트 생존법 #원하는 장소·시간에 각자 뛰고 기록 인증 #완주 기념 메달은 우편으로 발송 받고 #앱으로 기록 실시간 반영, 순위 정하기도

코로나19 시대에 수천 명이 한 데 모여 뛰는 마라톤 대회는 위험하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은 가상에서 만나 따로 또 같이 뛴다. '런데이' 앱을 통해 자신의 가상 마라톤 기록을 공유하고 있는 이용자들. 사진 런데이

코로나19 시대에 수천 명이 한 데 모여 뛰는 마라톤 대회는 위험하다. 그래서 이제 사람들은 가상에서 만나 따로 또 같이 뛴다. '런데이' 앱을 통해 자신의 가상 마라톤 기록을 공유하고 있는 이용자들. 사진 런데이

코로나19 시대에 수만 혹은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마라톤은 위험하다. 대신 ‘가상 마라톤’ ‘랜선 마라톤’이 대안으로 떠올랐다. 이제 사람들은 한 곳에 모이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뛰고 기록을 잰다.

원하는 시간·장소에서 각자 뛴다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열렸던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룰루레몬’의 달리기 행사 ‘씨위즈’도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2011년 시작된 씨위즈는 매년 8월이면 룰루레몬 본사가 있는 캐나다 밴쿠버에 전 세계 러너들이 모이는 축제다. 보통 1만명 정도가 한 데 모여 달렸지만, 올해는 캐나다 밴쿠버가 아닌 전 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비대면으로 열렸다.

룰루레몬은 GPS 앱 '스트라바'를 활용해 '씨위즈' 달리기 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사진 룰루레몬

룰루레몬은 GPS 앱 '스트라바'를 활용해 '씨위즈' 달리기 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사진 룰루레몬

참여 방법은 간단했다. GPS 기반 기록 측정 애플리케이션 ‘스트라바(strava)’를 다운받고, 메뉴에서 ‘룰루레몬 씨위즈 버추얼 하프& 10km 마라톤 대회’를 검색한 뒤 하프 마라톤 21.1km 또는 10km 중 목표를 선택한다. 이후 일주일 동안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달린 후 기록을 등록하면 완주 메달이 집으로 배송된다. 각자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서 뛰기에 등수를 정하는 경쟁 개념은 없었다. 달린 거리와 시간, 속도 등 자신의 달리기 성적만 기록됐다. 룰루레몬 측에 따르면 스트라바에서 씨위즈 버추얼 마라톤에 등록한 참여자 수는 5만여 명에 달했다.

씨위즈에 참여한 최정아(38)씨는 지난 22일 오전 7시부터 8시까지 약 한 시간 동안 서울 성동구 옥수동 일대에서 10km를 뛰었다. 평소 달리기를 즐긴다는 그는 룰루레몬 SNS 계정에서 가상 마라톤 대회 안내를 보고 참가 신청을 했다고 한다. 최씨는 “코로나19로 혼자 달리는 것에 지루했던 차에 가상이나마 함께 달리면 재미있을 것 같아 신청했다”며 “내 시간에 맞춰 원하는 코스에서 자발적으로 뛰는 형태라 일반 마라톤 대회보다 부담이 덜했다”고 말했다.

'씨위즈' 달리기 행사에 참여한 최정아씨의 기록. 자신이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10km 코스를 뛴 기록이다. 사진 최정아

'씨위즈' 달리기 행사에 참여한 최정아씨의 기록. 자신이 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10km 코스를 뛴 기록이다. 사진 최정아

각자 따로 뛰지만, 순위는 정한다

스포츠 시계 브랜드 ‘가민’은 지난 5월 4일부터 10일까지 ‘가민 버츄얼 런 포 러너 레이스’를 진행했다. 10km 단일 코스로 스마트폰 GPS 기반 가민 스포츠 애플리케이션을 켜고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를 정해 뛰기만 하면 되는 행사였다. 러닝 기능을 지원하는 가민 GPS 스마트워치 이용자는 시계만 들고 뛰어도 기록이 반영됐다. 참가자는 애플리케이션에서 현재 자신의 순위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레이스 기간 중 여러 번을 뛴 기록 중 가장 좋은 기록으로 순위가 결정된다.

'가민'에서 실시한 가상 마라톤 대회. 약 1200여 명이 10km를 완주했다.

'가민'에서 실시한 가상 마라톤 대회. 약 1200여 명이 10km를 완주했다.

이번 가민 가상 레이스에는 국내외 총 1981명이 참가했다. 이 중 1235명이 10km를 완주했다. 참가자들의 기록이 실시간으로 경신되는 덕분에 많은 인원이 함께 달리지 않아도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즐길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10km 순위권 기록은 30분대로 측정됐다.

'가민'은 레이스 기간 동안 뛴 자신의 가장 좋은 기록으로 다른 참여자와 경쟁하도록 했다. 사진 가민

'가민'은 레이스 기간 동안 뛴 자신의 가장 좋은 기록으로 다른 참여자와 경쟁하도록 했다. 사진 가민

평소 다수의 마라톤 대회를 섭렵한 이현솔(25)씨는 지난 5월 10일 가민 레이스에 참여했다. 친구 두 명과 함께 서울 한강 변 동작대교부터 반포대교까지 10km를 완주했다. 이씨는 “많은 사람이 함께 뛰면서 서로 응원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없어 아쉬웠지만, 소규모로 차분하게 원하는 장소에서 뛰는 가상 마라톤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고 했다.

'가민 가상 레이스'에 참여한 이현솔씨. 한강변을 달린 뒤 메달 인증샷을 촬영했다. 사진 이현솔

'가민 가상 레이스'에 참여한 이현솔씨. 한강변을 달린 뒤 메달 인증샷을 촬영했다. 사진 이현솔

실시간 경쟁도 가능

한빛소프트에서 개발한 달리기 애플리케이션 ‘런데이’는 지난 7월 21일 가상 마라톤 테스트를 했다. 오는 11월 열리는 ‘손기정평화마라톤대회’에서 런데이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된 후 실행한 일종의 테스트 대회다. 런데이 가상 마라톤 시스템의 특징은 장소는 각자 달라도 한날 한시에 뛴다는 점이다.

'런데이' 앱을 활용한 가상 마라톤 대회. 한날 한시에 각자 다른 장소에서 5km를 뛰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런데이

'런데이' 앱을 활용한 가상 마라톤 대회. 한날 한시에 각자 다른 장소에서 5km를 뛰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사진 런데이

21일 오후 7시부터 사전 예약으로 전국 각지에서 참여한 약 300여명의 참여자는 각자 원하는 장소에서 5km 거리를 달렸다. 이들의 기록은 런데이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취합됐는데, GPS 기반 앱으로 자동차나 전동 킥보드 등 부정한 방법으로 이동하는 참여자도 가려낼 수 있다.

순위 그룹 별로 실시간 기록을 볼 수 있다. 참여자들의 거리가 서로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정렬돼 표시된다. 사진 런데이

순위 그룹 별로 실시간 기록을 볼 수 있다. 참여자들의 거리가 서로 얼마나 벌어져 있는지 정렬돼 표시된다. 사진 런데이

대회가 진행되는 동안 각자 다른 곳에서 달리고 있는 참여자들의 기록은 실시간으로 기록돼 런데이 앱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식 버전에서는 가상의 마라톤 코스 위에 현재 달리고 있는 참여자들의 위치도 정렬돼 표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가상 레이스에 참가하지 않은 앱 사용자들은 박수 응원도 가능하다. 응원을 보낸 사람의 닉네임과 메시지가 박수 소리와 함께 음성으로 선수에게 전달된다.

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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