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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주택시장 왜곡하는 전·월세 전환율 족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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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정부와 여당은 ‘임대차 3법’ 강행에 따른 월세화 현상을 막겠다고 전·월세 전환율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임대차 3법이 초래한 ‘월세화’ 현상 #그걸 막겠다고 또다른 규제로 땜질

홍남기 부총리의 정책 발표를 들으면서 봉건시대 중국 여성의 전족(纏足)이 떠올랐다. 여성의 발을 작게 만들기 위해 어릴 때부터 엄지발가락을 제외한 네 발가락을 헝겊으로 동여매어 자라지 못하게 했으니 여성들의 고통이 엄청났다.

지역 시장마다 주택 유형마다 전·월세 전환율이 4~9%로 다르게 형성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런데도 정부가 이를 인위적으로 절반 또는 그 이상으로 낮춰 2.5%로 규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억지 정책이 전족처럼 어떤 기형적인 부작용을 또 초래할지 매우 우려된다. 부총리는 임대인의 수익률과 임차인의 기회비용을 균형 있게 고려해서 전환율을 판단했다고 주장한다. 아마도 전·월세 전환율을 임대인의 수익률로 해석한 듯하다.

사실 전·월세 전환율은 아직도 학계에서 연구대상일 정도로 복잡한 문제다. 서울 아파트의 경우 최근 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50% 정도다. 8억 원짜리 아파트를 4억원에 전세로 줬을 경우 전환율 2.5%를 적용해 4억원 전세를 완전 월세로 전환하면 1년 월세 소득은 1000만원이다. 완전 월세 임대인의 투자금액인 가격대비 잠재소득 수익률은 전환율의 절반인 1.25%밖에 안 된다. 여기에 월세 미납과 공실에 따른 기대손실을 고려하면 임대인의 소득 수익률은 1% 이하다. 실효세율 1%의 보유세를 부담해야 한다고 가정하면 운영소득수익률은 마이너스다. 2.5%는 임대사업자의 적정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전환율이 못 된다.

정부가 원하는 대로 이번 규제가 작동할지 의문이다. 정책이 제대로 작동해 전·월세 가격이 2년 뒤에도 변동이 없다고 가정해보자. 예컨대 4억원에 전세를 놓고 있던 노년 부부 임대인이 급등한 재산세를 충당하기 위해 전세 보증금 4억원 중의 2억원을 줄여 반전세로 전환하고자 한다. 이때 같은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들은 4%의 시장균형 상황에서 기존 계약으로 버젓이 월세 67만원(연간 8000만원)을 받고 있을 텐데 이 노부부만 2.5%로 전환하면 월세 42만원(연간 5000만원) 밖에 못 받는다.

이런 경우 임대료 상승을 막는 전·월세 상한제의 강도가 아니라 동일한 주택의 임대료를 시세의 3분의 2밖에 못 받게 하는 심각한 가격 통제가 발생한다. 위헌성을 따져봐야 할 문제다.

전세 물건 고갈과 전셋값 폭등 현상은 임대차 3법으로 초래된 미래 수익 감소를 사전에 반영하려는 임대인들의 현실적 선택 때문이다. 전·월세 전환율 규제는 더 강한 강도로 월세 전환 욕구를 자극할 것이다.

신규계약 때 반전세로 전환하려던 임대인들이 정기예금이나 펀드를 허물어서라도 보증부 월세로 신규계약하려는 압력이 더 커질 것이다. 이런 현상은 앞으로 지속할 것이다.

문제는 더 있다. 전세 통계에 갱신 계약을 적극적으로 포함하겠다는 부총리의 발언은 통계 왜곡을 공식 선언한 것이다. 시장가격 통계란 기본적으로 통제된 가격은 포함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임대지수를 산정하면서 먼저 해야 하는 작업은 공공 임대주택의 통제된 임대료 정보를 제외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전·월세 상한제나 전·월세 전환율 규제로 통제된 갱신 계약을 포함하는 시장통계만 생산된다면 시장정보를 심각하게 왜곡하게 된다. 정부가 원하는 숫자를 얻기 위해 시장통계를 왜곡하려는 시도는 하지 말아야 한다.

임대차 3법에 따른 전셋값 급등 등 부작용을 또 다른 규제인 전·월세 전환율 규제로 완화하겠다는 시도는 무리수다. 20여 차례 부동산 규제로 이미 주택시장은 전족처럼 기형이 됐다. 시장이 더 흉측하게 변하기 전에 전족을 풀어야 한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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