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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제일교회의 코로나 '일탈'…코로나가 교회에 던진 질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가 지난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가 지난 17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구급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를 중심으로 교회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개신교를 둘러싼 논란이 거세다. 특히 사랑제일교회는 교인들의 검사 거부나 도주, 전광훈 목사의 음모론 제기 등으로 역풍을 맞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 개신교 내부에서도 “지금 개신교가 변하지 않으면 언제든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사랑제일교회 같은 교회가 또 나올 수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랑제일교회의 일탈은 왜? 교단만 374개

사랑제일교회 인근 가게 야외테이블에 교인으로 추정되는 지지자들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문희철 기자

사랑제일교회 인근 가게 야외테이블에 교인으로 추정되는 지지자들이 둘러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문희철 기자

종교 전문가들은 사랑제일교회를 이해하려면 수많은 교단이 공존하는 한국 개신교의 특성을 살펴야 한다고 말한다. 개신교계에는 전국 모든 교회에 예배금지 등을 강제할 수 있는 중앙집권적 기구가 존재하지 않는다. 천주교의 한국천주교주교회의, 불교의 대한조계종 총무원과 같은 단체가 없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한국의 종교현황’에 따르면 개신교 교단은 총 374개에 이른다. 이중 국내 최대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에 소속된 교단은 30곳에 불과하다.

이를 두고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현대종교』편집장)는 “한국 개신교의 태생적인 운명”이라고 지적했다. 탁 교수는 “한국 개신교는 구한말 호주, 미국, 캐나다 등의 선교사들이 전파해 각기 다른 교단들이 섞여 있는 형태로 자리 잡게 됐다”고 했다. 김회권 숭실대 기독교학과 교수도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다 보니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교단들이 운영되고 있다. 1인 교단도 존재하고, 공신력 있는 교단들은 ‘전략적 공존’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랑제일교회가 거센 비판에 휩싸이면서 한 교단에선 오는 9월 열릴 총회에서 이단 규정 논의를 할 예정이다. 하지만 개신교 내에서 이단(異端)을 판별하는 기준은 교단별로 다르다. 황의종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협회 목사는 “전 목사의 언행이 거칠긴 하지만 신학적인 측면에선 이단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교회의 정치참여, 어디까지?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교회 측 변호인단 강연재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인근에서 교회 측 변호인단 강연재 변호사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종교의 정치참여를 둘러싼 논의도 오래된 화두다. 전 목사는 정부를 두고 ‘종북 노예 정권’ ‘주사파 패거리’라고 지칭하며 정치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사랑제일교회 다수 교인이 8·15 광화문 집회에도 참여했다. 전 목사는 2008년 '친북·반미 좌파 척결'을 내걸고 사랑실천당을 창당한 이후 지난 21대 총선 때 기독자유통일당(자유통일당)까지 창당만 4번을 했다.

김 교수는 “독일의 기독사회민주당(SPD) 등 해외에도 기독교 가치를 내세운 정당이 존재하는 만큼 종교가 정치에 참여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이들은 인권·이웃사랑·평등 등 기독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을 뿐 특정 교회나 목사를 세력화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교회가 대의를 위해 정치적 발언을 할 수는 있겠지만, 설교 중 목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을 드러내는 발언은 최대한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관계자는 “개신교는 과거 독재정권 저항에 앞장서는 등 역사적으로 종교적 순기능을 보였다”며 “당시엔 교회, 목사의 개인적 목적 달성이 아닌 국가를 위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현재 일부 목사들은 교회를 개인의 정치세력화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교계 관계자도 “교회가 정치적인 목소리를 낼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정치 그 자체가 교회의 목적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개신교 단체들, 협력 강화 필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첨탑 모습.   연합뉴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첨탑 모습. 연합뉴스

종교 전문가들은 한국 개신교의 교단별 협력 필요성도 역설한다. 탁 교수는 “구원파, 신천지 등의 사례로 봤을 때 특정 교회의 일탈은 사회문제로 이어지곤 한다”며 “종교의 자유의 틈을 타 교게 내부의 자율적인 ‘관리사각지대’에 있는 교회들을 줄이기 위해선 뿔뿔이 흩어진 각 교단 및 개신교 단체들이 연합한 상시 협의체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신교 단체들은 정치적 성향 및 성경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 모든 개신교 단체들이 하나로 뭉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NCCK관계자는 “한교총과는 공동성명문을 발표하기도 했다”며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일부 단체들과는 언제든지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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