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P2P법 시행 D-2…“칼바람 몰아친다” 뒤숭숭한 P2P 업계

중앙일보

입력

반전의 계기일까, 칼바람일까. 오는 27일 P2P(개인 간 거래‧Peer to Peer)금융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이하 ‘온투법’) 시행을 앞두고 P2P업계가 뒤숭숭하다.

P2P금융을 규제하는 온투법이 27일 시행된다. 셔터스톡

P2P금융을 규제하는 온투법이 27일 시행된다. 셔터스톡

온투법은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첫 삽을 떴다. 당시 업계에선 “드디어 ‘대부업’ 꼬리표를 떼고 혁신금융업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고 환영했다. P2P 법제화를 핵심과제로 꼽아 온 금융위원회도 “법적 불확실성이 제거됐다”고 평가했다.

정작 법 시행을 앞둔 지금 업계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다. 잇따라 터진 사기‧횡령 사건으로 P2P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커진데다, 제도권 진입장벽이 당초 예상보다 높아 극소수 업체만 생존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20분의1 살아남는다'…부실업체 난맥상 해소될까

P2P 대출현황과 연체율. 중앙일보

P2P 대출현황과 연체율. 중앙일보

금융당국은 현재 ‘P2P’ 간판을 달고 영업 중인 업체가 24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한다. 업계에선 이중 10여곳을 뺀 상당수 업체가 온투법 상 자격요건에 미달하는 부실업체인 것으로 본다. 온투법 상 P2P금융업체로 등록하려면 ▶자기자본금 최소 5억원 이상 ▶투자자 손실 사후 보전 등 영업행위 규제방안 마련 ▶준법감시인 선임 등의 요건을 따라야 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생각보다 자본금 규모에 미달하거나 부실한 ‘턱도 없는’ 곳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P2P업계에서 잇따라 발생한 사기‧횡령 사건은 이 같은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앞서 금융위가 혁신금융의 사례로 꼽았던 동산담보대출 업체 팝펀딩은 550억원의 투자금을 돌려막기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지난 달 동산담보대출을 다루는 P2P업체 넥스리치 펀딩 역시 사기‧횡령 혐의로 대표가 구속됐다. 시소펀딩‧탑펀드 등 최근 환매지연 사례도 다수 발생하고 있다. 온라인 투자자 커뮤니티 등에선 “원금보장도 안 되는데 P2P에 뭘 믿고 투자할 수 있겠느냐”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연체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P2P 통계업체 미드레이트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P2P업체 평균 연체율은 16.69%로, 올해 초 11.47%에서 5%포인트 이상 급상승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3월 P2P대출 투자에 대해 소비자 경보를 발령한 데 이어, 지난 달 모든 P2P업체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금감원 관계자는 “법 시행 후 1년 간 유예기간이 있지만 요건이 안되는 업체들은 영업이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했다.

최고금리 위반=영업정지…불안감 고조

일부 대형업체들이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점도 업계 불안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 일부 업체가 법정 최고금리(연 24%)를 초과하는 이자를 부과한 혐의를 받는다. P2P업체는 연계 대부업체를 통해 차주에게 이자를 부과하고 해당 대부업체로부터 플랫폼 수수료를 받는데, 이때 차주에게 적용된 이자율과 플랫폼 수수료를 합하면 24%를 초과하는 곳이 많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반면 해당 업체들은 “플랫폼 수수료는 차주에게 직접 부과되는 게 아니며, 이자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반박한다.

업계에선 이들 업체가 대부업법을 위반한 것으로 결론이 날 경우 P2P업계에 큰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업법에 따라 법정 이자율을 위반한 사실이 확정될 경우 6개월 간 영업정지 조치를 받게 된다. 다만 금감원 관계자는 “P2P업체가 대부업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으면 말 그대로 문을 닫아야 하는데, 과연 그 정도 사안인지 신중히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주담대 우회로? 업계는 “가능성 적다”지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1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임현동 기자

P2P금융이 까다로운 주택담보대출 규제의 우회로가 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테라펀딩‧피플펀드 등 대다수 P2P 업체는 홈페이지에 ‘담보인정비율(LTV) 최대 85% 가능’ 등 문구를 걸고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하고 있다. 현행법 상 대부업체인 P2P업계에는 LTV 같은 대출규제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고 자금 부족분을 P2P대출로 메우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업계에선 “주택매매자금으로 대출금이 흘러가지 않게 자율규제를 강화 중”이라고 반박한다. 한 업체 대표는 “금리가 은행권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우수한 차주들이 주택구입을 위해 P2P대출을 이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대출 실행 시 ‘주택매입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고지한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까진 업계 자율규제 수준이어서 구속력은 없다. 금감원은 “문제가 계속되면 감독규정을 만들 수 있지만 아직은 두고 보는 단계”라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온투법 시행이 그간의 잡음을 잠재우는 새출발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감원은 현재 240여개 업체에 대해 회계‧감사보고서를 제출받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학교 기술경영대학원장(핀테크지원센터장)은 “법 시행으로 업체의 운영실태가 투명해지면 그간 통계에 잡히지 않던 한계차주들의 신용데이터를 취합해 분석할 수 있는 좋은 비즈니스모델이 완성될 수 있다”이라며 “단계적으로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