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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밀어내기 '푸·시 협공'···푸틴·시진핑, 트럼프에 타격 줄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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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중국과 러시아가 부쩍 가까워지고 있다. 두 나라가 지난 몇 년 새 무역과 군사 분야에서 협력해 오며 거리를 좁혀온 건 모두 다 아는 사실. 그러나 최근의 양상은 조금 다르다. '돈 문제'로 손을 잡고 있다. 이른바 '금융 동맹'이다.

'금융 동맹'이 뭐죠?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환구망 캡처

파이낸셜타임스(FT)의 최근 보도를 보자. 2020년 1분기 러시아와 중국 간 무역에서 달러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수많은 나라들이 거래할 때 쓰는 기축통화 '달러'가 아닌 다른 돈으로 결제했단 얘기다. 유로화와 러시아 루블, 중국 위안화 사용 비율이 확 높아졌다.

중국이 달러를 밀어내려 안간힘을 쓰는 것은, 미국이 숨 쉴 틈 없이 전방위에서 압박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달러가 지배하는 세상에서, 전 세계 각국의 외화보유액 중 위안화가 차지하고 있는 비율은 겨우 2%. 나라 덩치는 크지만 위안화로는 달러에 대적하기 힘들다. 당연히 제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중국 정부가 세계 곳곳에서 위안화 사용 비율을 늘리려 하는 이유다.

이런 큰 과제를 짊어지고 일단 '뚫은 곳'이 바로 옆 나라이자, 역시 대국인 러시아인 셈이다. 마침 양국 간 무역도 늘고 있다. 지난해 양국 간 무역 규모는 1100억 달러(약 130조 원)를 넘어섰다. 지난 1분기 무역량만 우리 돈으로 약 30조 원 규모다. 중국은 러시아에 무역 대금을 결제할 때 달러를 쓰는 일을 필사적으로 줄이고 있다. 유로, 위안화를 대신 낸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

러시아가 아무 이유 없이 중국의 '달러 밀어내기'에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역시 달러 사용을 줄이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2014년 크림반도 강제 병합 이후 서방의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각종 제재를 피하기 위해 달러 비중을 줄이고 싶은 러시아에 마침 바로 이웃 국가 중국이 손을 내민 것이다. 외화보유고를 다각화하고 싶던 러시아는, 이 기회에 위안화 보유랑도 계속 늘리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중국과 러시아 간 관례가 전례 없이 좋다" "국가 간 협력의 모범 사례로 꼽힐 만하다"는 립서비스도 아끼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는, 베이징이 워싱턴의 리더십에 도전하는 것을 돕고 싶어 한다"(FT)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중국과 러시아는 경제, 정치 분야 전반에 걸쳐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는 지난 18일(현지시간) 보도에서 '금융 동맹'을 짚었다. "두 나라 간 갈등 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달러 의존도를 줄이려 한단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라는 설명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달러 밀어내기'를 바라보는 미국의 심경은 어떨까.  

어떻게든, 뭘 잡아서라도 '제재 카드'를 꺼낼 수 있긴 하다. 미국은 지난 2018년에도 중국 정부가 러시아제 전투기와 방공 미사일 시스템 등을 사들였단 이유로 중국 군부를 제재한 바 있다. 크림반도 합병으로 인한 대(對) 러시아 제재를 위반했단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시도 때도 없이 '제재'를 꺼내들면 외려 달러의 힘이 빠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통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신화통신

그렇다면 두 나라는 달러의 지위를 흔들 수 있을까.

달러의 적수가 없는 만큼, 힘들 것이란 전망이 압도적이다. 그러나 다른 의견들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미국의 제재는 다른 나라를 통제하는 데 매우 강력한 수단이지만, 제재를 남발하는 것에 지친 국가들이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하면 달러의 지위가 어떻게 흔들릴지 모른다"(FT)는 견해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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