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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흑서' 나온다…진중권 등 5인 "86세대들, 트럼프 방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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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집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저자들. 왼쪽부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기자, 권경애 변호사. [천년의상상 출판사 제공]

대담집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저자들. 왼쪽부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율 회계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기자, 권경애 변호사. [천년의상상 출판사 제공]

문재인 정부의 위선을 벗기겠다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등 진보 지식인 다섯명이 뭉쳐 책을 펴냈다. 제목은 문 대통령의 19대 대선 구호였던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다. 부제는 “민주주의는 어떻게 끝장나는가”라고 달렸다. 25일 출간된다.

중앙일보가 사전 입수한 이 책은 진 전 교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 회계사, 기생충 전문가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TBS 과학전문기자 등 다섯명의 대담집이다. 이들은 책 서문에 “정권을 비판하려면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용기가 필요한 이때, 우리 다섯 명이 모였다”고 썼다.

이어 “알렉터 군단과 싸웠던 독수리 오형제는 지구 모든 이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지만, 우리 다섯 명은 입법ㆍ행정을 장악하고 사법권마저 가지려는 초강력 정권과 싸워야 하는 데다, 지구인을 가장한 수많은 문팬들의 음해와도 싸워야 한다”며 “하지만 우리는 자신 있다. 저들이 선전과 선동, 날조로 싸움을 거는 반면 우리는 오직 팩트와 논리로만 승부하니까”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文, 갇혀있는 것 같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책은 모두 7개의 장으로 구성됐다. 주제마다 한 명의 사회자를 두고 전문가 두 명이 대담을 진행하는 형식이다. 지난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주요 이슈로 다뤄 최근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이 발간한 ‘조국 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와 대비해 이른바 ‘조국흑서’라는 별명이 붙었다. 진보를 자처하는 저자들은 단순히 조국 사태에만 머물지 않고,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주의에 어떻게 역행하는지 사례를 들어 꼬집는다.

이들은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의 주축인 ‘86세대’를 문제의 핵심으로 꼽았다. 진중권 전 교수는 “이들로 인해 민주당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다. 이건 진보주의자의 방식이 아니라 트럼프 방식”이라며 “민주당이 이렇게 바뀐 건 조국 사태가 결정적이었다. 권력이 조국을 옹호하면서 온갖 허위와 날조를 일삼았다. 이 사태 자체가 평등과 공정과 정의를 무너트리는 것이었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또 “문 대통령이 갇혀 있는 것 같다. 조국 사태만 해도 그저 상식만 가지고도 판단이 돼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에게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이야기하는 걸 들으니 황당하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사태 초기에 대통령이 나서서 정리를 해줬어야 했고, 조국을 지지한 윤건영 국정상황실장을 내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86세대를 노무현 정부에 참여했던 ‘386’과 현 정부의 ‘586’으로 나눠서 비교분석했다. 그는 “김대중ㆍ노무현 대통령 때만 해도 아직 386은 젊었을 때였으니 통제가 가능했다. 이젠 586이 됐고 머리가 커졌다”며 “사표(師表) 같았던 두 분이 안 계시는 상황에서 그들이 당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의 능력과 인기에 기반했다면, 문 대통령은 이들에 의해 기획된 존재”라며 “어쩌다 ‘박근혜 탄핵’이란 사건을 만나서 쉽게 집권을 한 것이다. 문재인 팬덤은 만들어진 팬덤이지 진짜 팬덤이 아니다. 노무현 팬덤의 그림자 같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시민ㆍ김어준이 ‘프로파간다 머신’ 역할”

기생충학 학자 서민 단국대 교수. [중앙포토]

기생충학 학자 서민 단국대 교수. [중앙포토]

저자들은 현 여권의 특징으로 ‘팬덤 정치’를 꼽았다. “팬덤 정치는 전 세계에서 유행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 부정적인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진중권)는 것이다.

서민 교수는 “팬덤이 대통령을 지키겠다고 나서는 순간, 그 팬덤은 나치 때 게슈타포가 그랬던 것처럼 정권에 대한 건설적 비판마저 봉쇄하는 친위대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며 “지금 소위 문팬이라 불리는 문 대통령의 팬덤이 보이는 모습이 바로 그렇다”고 주장했다.

진 전 교수는 “아이돌이 아닌 대통령 생일 축하 광고가 나왔다는 건 팬덤 문화와 정치가 서로 중첩돼 버렸다는 걸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문 대통령 팬덤의 큰 줄기로 ▶‘노사모’ 잔류자와 ▶맘카페를 꼽았다.

진 전 교수는 “‘우리가 뽑아놓고 지켜주지 않아서 노무현 대통령이 저렇게 됐다’는 분들이 문팬의 중요한 한 줄기로 들어와 있다”고 했다. 또 “맘카페 회원 중 일부는 20여년 전 H.O.T나 god, 젝스키스 팬클럽에서 활동했던 분들이다. 지금 주로 이분들이 팬덤 정치의 문화적인 표현을 만들어 내고 있다”며 “옛날 팬클럽 활동을 문 대통령에게 옮겨와서 지금 맘카페에서 그대로 하고 있는 거다. 그 내부엔 문 대통령이 옛날 아이돌과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 김경율 회계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기자 등이 참여한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표지. [천년의상상 출판사 제공]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권경애 변호사, 김경율 회계사, 서민 단국대 교수, 강양구 기자 등이 참여한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표지. [천년의상상 출판사 제공]

이들은 이런 팬덤을 움직이는 설계자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나꼼수’ 김어준씨 등을 꼽았다. 강양구 기자는 “(팬덤에) 논리를 제공해주는 사람이 유시민, 김어준씨 등이다. ‘프로파간다 머신(선동 기계)’ ‘아키텍트(설계자)’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진 전 교수는 “유시민씨는 이미 동양대 표창장이 위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제가 알려줬다”라며 “흥미로운 건 그가 취한 태도다. 표창장이 실제로 가짜라 하더라도 큰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또 김어준씨에 대해선 “약간 사이비 교주 같다. 자기가 말하는 것을 자신이 그대로 믿을 수도 있다고 본다”며 “웬만한 사람들은 거짓말을 할 때 겉으로 티가 나기 마련인데 김씨는 그냥 고(go) 한다. 자기의 거짓말을 스스로 믿어버린다”고 덧붙였다.

“조국 무죄 받으면 대선 나올 수도”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를 지시한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저자들은 조국 사태 당시 논란이 됐던 사모펀드 이슈도 깊이 있게 다뤘다. 권경애 변호사는 “제가 조 전 장관 가족의 사모펀드를 집중해서 들여다본 이유는 198명의 고위공직자 중 조 전 장관이 유일하게 사모펀드에 가입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모펀드뿐 아니라 (자녀의) 입시비리 의혹도 학부모들과 젊은이들을 허망한 실망에 휩싸이게 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임명을 강행했다”며 “대통령이 검찰개혁 적임자로 선택한 사람이니 믿어보자고 입을 다물려 했지만, 화병처럼 끙끙 몸이 아프더라”고 말했다.

서민 교수는 “현 집권층이 사법부 장악까지 노리는 것 같다”며 “이대로 간다면 조 전 장관의 재판도 무죄가 나지 않을까 싶다. 그 경우 조국이 대선에 나설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진 전 교수도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재판은 오래 걸릴 것”이라며 “대선에 나서려면 늦어도 1년 전엔 캐스팅이 돼야 한다. 다만 주요한 혐의에서 무죄가 되면 뭐 좀 해보겠다고 나서는 상황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정ㆍ손국희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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