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공무원 임금 삭감' 논란에 "보너스 못 줄망정 정은경 월급 또 깎나"

중앙일보

입력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연합뉴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 연합뉴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공무원 임금을 삭감하자”고 제안한 뒤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1일 조 의원이 ‘공무원 임금 삭감’을 처음 언급한 뒤 이어진 주요 비판은 하위직 일반 공무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실제 조 의원의 제안 글엔 “일반 공무원들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데 월급을 삭감하자는 거냐”,“현장 공무원들의 생활을 전혀 모르는 소리다”는 댓글이 이어졌다.

이재웅 쏘카 전 대표의 경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무원들이 안정적으로 급여를 받고 있다고는 하지만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하위직 공무원들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무엇보다도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앞장서서 고생하고 있는 분들의 급여를 삭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조 의원의 제안에 반대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조 의원은 “세부적인 계획을 만들 땐 고위직과 박봉인 하위직 공무원의 분담 정도에 차이를 두는 게 당연하다”고 해명하며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고통 분담이 공공부문에서 사회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고 해명했다.

24일엔 더불어민주당 설훈 최고위원이 조 의원의 제안을 거들고 나섰다. 설 최고위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의원의 주장과 관련해 “각자 희생을 통해 전 국민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양보를 해나가면서 이 상황을 극복하자는 방안이 틀린 방안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2차 재난지원금 방법론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에 다시 불을 지핀 것이다.

24일 레벨 D 방호복을 입은 전남 순천시 보건소 직원들이 선풍기로 더위를 버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4일 레벨 D 방호복을 입은 전남 순천시 보건소 직원들이 선풍기로 더위를 버티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그러자 이번엔 네티즌들 사이에서 또 다른 비판이 나왔다. “공무원 월급을 삭감한다면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 급여를 또 깎겠다는 거냐”는 문제 제기다.

지난 4월 정부는 이미 장·차관급 공무원의 월급 일부를 삭감했다. 이에 따라 정 본부장도 올해 임금의 10%에 해당하는 약 1200만원을 국가에 반납했다. 질병관리본부 등 일반 직원도 연가보상비를 반납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코로나 대응을 위해 힘쓴 질본 직원들의 연가보상비를 보장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나라살림연구소 등 시민단체들도 “코로나19 대응으로 휴가를 내지 못하는 공직자가 연가보상비조차 받지 못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며 “심지어 코로나19에서 역할이나 대응 강도도 고려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약 넉 달 만에 또다시 ‘공무원 임금 삭감’이 논의 대상으로 떠오르자 네티즌들은 “정은경 본부장은 보너스를 줘야 한다. 보너스는 못 줄망정…”, “정 본부장 말고 국회의원이 솔선수범해 삭감하라”, “임금 삭감하자는 공무원 중엔 이 더위에 방호복 입고 쓰러지는 이들이 있다는 걸 모르냐”는 등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2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한 공무원 임금 삭감 주장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관련 질의에 “공무원 인건비에서 재원을 마련하려면 인건비의 80%를 차지하는 하위직 보수를 삭감해야 되는데, 제약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장·차관들은 넉 달째 임금의 30%를 반납하고 고위공직자도 임금인상을 결정할 때 동결했다”며 “지금 8월 말이어서 올해 남아있는 급여지급 달수가 넉 달이고 한 달 치라 해도 재원이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