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커지는 '디지털 소작농' 논쟁…네이버·카카오 "구글 앱마켓 자릿세 인상은 위법"

중앙일보

입력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들이 앱 마켓 수수료를 올리려는 구글에 반기를 들었다. 소비자의 결제금액 약 30%를 구글 앱마켓(플레이스토어)에 '자릿세'로 떼주게 되면 한국 IT산업이 거대 글로벌 기업의 '디지털 소작농' 신세로 전락할 것이란 우려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방송통신위원회에 구글 본사와 구글코리아에 대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행위 신고서를 제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최근 구글이 준비 중인 인앱결제(안드로이드 앱 내 유료 결제) 시 구글의 결제 시스템을 강제하는 정책과 게임 앱에만 적용하던 30% 수수료를 동영상·웹툰·음악 등 전체 콘텐트 앱으로 확대하는 정책이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인기협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협회장을,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수석부회장을 맡고 있는 인터넷기업 협의체다. 구글코리아도 이 단체에 회원사로 등록돼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연합뉴스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한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와 한성숙 네이버 대표. 연합뉴스

인기협 "구글 新정책, 개발사·소비자에 모두 부당"

인기협은 "이번 구글의 정책 변경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0조가 금지하는 '공정 경쟁 또는 이용자 이익을 해치는 행위'에 해당된다"며 "앱 사업자 덕분에 압도적인 시장지배적 지위를 확보한 구글 플레이스토어가 이를 역이용해 개발사와 소비자 모두에게 부당하고 불리한 정책을 계획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구글의 결제 정책이 변경되면 구글 인앱결제 외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하는 앱 사업자는 강제로 앱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되고, 소비자의 모바일 콘텐트 이용요금도 오르게 된다"며 "국내 앱 생태계 자체가 구글에 종속돼 한국의 콘텐트·핀테크 산업의 성장이 저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기협이 방통위에 조사를 요청한 내용은 크게 4가지다.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가 ▶다른 전기통신서비스의 선택 또는 이용을 방해하는지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의 이용을 제한하는지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계약에 관한 중요사항을 변경하거나 이용계약을 해지하는지 ▶과금·수납대행 수수료 등 거래조건의 부당 설정·변경을 통해 적정한 수익배분 거부·제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구글·애플이 장악한 국내 앱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구글·애플이 장악한 국내 앱 시장.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플랫폼 주권' 두고 反구글 전선 확대

인기협에는 네이버·카카오 외에도 넥슨·엔씨소프트·11번가 등 국내 여러 인터넷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구글이 국내 앱마켓의 63%(한국모바일산업협회, 2019년 거래액 기준)를 차지하는 1위 시장지배적 사업자인만큼 국내 기업들이 구글을 상대로 '반(反)독점' 전선을 꾸린 모양새다.

앞서 지난 19일에는 국내 스타트업 1400여 곳의 연합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이 방통위에 "구글·애플 등 앱 마켓 사업자의 인앱결제 강제가 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반되는지 검토해줄 것"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21일엔 민생경제연구소 등 시민단체도 구글에 "앱 마켓 수수료 인상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밝혀달라"고 요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위에 "구글 등의 위법 행위 조사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애플은 2011년부터 모든 모바일 서비스에 대해 인앱결제와 30% 수수료를 강제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사회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지난해 6월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한국경영학회·한국사회학회 공동 심포지엄에 대담자로 참석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사진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국내 인터넷 기업들의 '반구글 전선'은 과거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현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언급한 '플랫폼 주권'과도 맞닿아 있다. 이 GIO는 지난해 6월 한 공개 강연에서 "네이버는 미·중 거대 기업들의 제국주의에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이 국내 매출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조세 의무를 회피하는 것과 관련 "국내 업체들은 불공정한 싸움을 하고 있다"고 꾸준히 비판해왔다.

해외에서도 앱 자릿세 '저항군'은 속속 결성되고 있다. 전세계 3억 5000만명이 하는 온라인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는 지난 13일 구글·애플 앱 마켓과 무관한 자체 결제 방식을 선보였다. 이에 구글·애플은 포트나이트 앱을 각 앱 마켓에서 삭제했다. 앞서 페이스북과 마이크로소프트(MS), 스포티파이 등도 애플 앱스토어의 30% 수수료 정책에 불공정 문제를 제기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