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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하나의 중국' 삭제에···中 "바이든 이겨도 환상 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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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미 대선을 바라보는 중국의 시선에 불안감이 가득하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무자비한 ‘중국 때리기’에 엄청난 곤욕을 치르고 있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이겨도 별다른 희망을 갖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은 지난 20일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어둠이 아닌 빛의 동맹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 시 동맹들과 함께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환구망 캡처]

조 바이든 전 미 부통령은 지난 20일 민주당 대선 후보 수락연설에서 ’어둠이 아닌 빛의 동맹이 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당선 시 동맹들과 함께 중국에 대한 압박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22일 “환상을 버려라, 바이든에 대한 환상도 버려라”라는 퍄오이다오(朴壹刀) 칼럼니스트의 글을 게재했다. 트럼프의 라이벌인 바이든에 대해서도 왜 희망을 접으라는 걸까.
글에 따르면 중국에선 현재 적지 않은 학자와 대중이 앞으로 두 달 반만 버티면 트럼프 정부의 ‘미치광이’ 같은 대중 정책에 변화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심지어 바이든이 이기면 미·중 관계가 무역전쟁 이전 버락 오바마 시절과 같은 안정된 상태가 될 것으로 본다.

미 민주당이 지난 18일 채택한 ‘2020 민주당 정책 강령’에서 2016년에는 있었던 ‘하나의 중국’ 문구를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은 대외 관계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미 민주당이 지난 18일 채택한 ‘2020 민주당 정책 강령’에서 2016년에는 있었던 ‘하나의 중국’ 문구를 삭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중국은 대외 관계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그러나 이런 기대를 접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민주당이 지난 18일 통과시킨 ‘2020 민주당 정책 강령(2020 Democratic Party Platform)’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바이든의 대선 공약이 될 이 새 정책 강령에서 ‘하나의 중국(一個中國)’ 원칙이 빠졌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현재 커다란 화제가 되는 문제의 민주당 강령은 92페이지 아시아-태평양 지구에 대한 언급 부분이다. 이 부분이 4년 전 민주당 강령과 중요한 차이를 보인다.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돼도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중국 환구망 캡처]

조 바이든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당선돼도 중국에 대한 강경 정책이 크게 변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이 나온다. [중국 환구망 캡처]

올해 강령엔 “민주당은 ‘대만관계법’에 대한 약속을 굳게 지키고 대만해협의 양안(兩岸, 중국과 대만) 의제가 대만 인민의 바람과 최상의 이익에 부합하는 상황에서 평화적으로 해결되기를 계속 지지할 것이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4년 전 강령에서는 “민주당은 ‘하나의 중국’ 정책 및 ‘대만관계법’에 대한 약속을 굳게 지키고…”로 표시돼 있다. 다른 건 다 같은데 ‘하나의 중국’만이 빠졌다.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국이 외국과 수교할 때 첫 번째로 요구하는 기본 전제 조건이다.

중국에선 앞으로 두 달 반만 버티면 조 바이든의 민주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해 중국 압박으로 일관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적지 않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에선 앞으로 두 달 반만 버티면 조 바이든의 민주당이 미 대선에서 승리해 중국 압박으로 일관해온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적지 않다. [중국 환구망 캡처]

바로 이처럼 중국이 다른 나라와 상대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에 대해 민주당의 언급이 달라지자 중국에서는 이게 과연 무슨 의미를 갖느냐로 논란이 분분하다. 민주당이 중화인민공화국과 대만이라는 두 개의 중국을 추구하겠다는 것인지 의혹이 인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을 받자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하고 신중하게 대만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선에서 말을 아꼈다.

중국의 적지 않은 학자와 대중은 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가 대선에서 이기면 미국의 대중 정책이 온건하게 변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중국의 적지 않은 학자와 대중은 조 바이든-카멀라 해리스가 대선에서 이기면 미국의 대중 정책이 온건하게 변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그러나 퍄오이다오는 “민주당의 강령 수정은 우리에게 환상을 버릴 것, 미 민주당과 바이든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걸 깨우쳐 준다”고 말했다. 또 “많은 학자가 원래 있던 ‘하나의 중국’이란 말을 뺀 건 중대한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라고도 밝혔다.
민주당 입장에선 대중 관계를 2016년 이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이란 이야기다. 물론 당의 강령에 따라 실제 정책이 그대로 실행되는 건 아니라는 리처드 부시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의 견해도 있다.

리처드 부시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미 민주당 강령에서 ‘하나의 중국’ 표현을 지웠다고 이게 꼭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리처드 부시 미 브루킹스연구소 연구원은 미 민주당 강령에서 ‘하나의 중국’ 표현을 지웠다고 이게 꼭 실제 정책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라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중국 환구망 캡처]

주펑(朱鋒) 중국 난징(南京)대학 국제관계연구원 원장도 “당 강령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삭제했다고 이게 꼭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민주당이 대중 강경 일변도인 트럼프의 공화당에 밀리지 않으려는 조치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우려는 잦아들지 않는 분위기다. 민주당 외교 두뇌집단의 사고를 대변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인권과 민주 등 민주당의 전통적인 관심에 더해 ‘하나의 중국’ 원칙 수용 여부가 새로운 미·중 갈등의 씨앗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美 ‘2020 민주당 정책 강령’에서 #‘하나의 중국’ 표현 지워버려 #정권 바뀌어도 대중 강경책 지속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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