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0명에 배달된 특별한 선물…코로나 블루와 싸우는 기업들

중앙일보

입력 2020.08.24 05:00

“저희 '식후땡'에 트레이드 (마크) 질문이 있거든요. 당신에게 사랑이란? (프로그램 사회자)”

“…….(게스트)”

[기업딥톡 32] B급 방송에 '마음방역 상자'도 등장

매주 금요일 오후 12시 40분부터 20분간. SK이노베이션에선 유튜브를 통해 일종의 ‘해적 방송’이 진행된다. 프로그램 명칭은 ‘식후땡’. 점심을 먹은 후 가볍게 즐기란 의미에서다. 프로그램은 일반 라디오 방송의 ‘보이는 라디오’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SK이노베이션이 직원들의 '코로나 블루' 극복을 돕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 '식후땡'.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 20분 동안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된다. 두 MC와 게스트 모두 이 회사 직원들이다. 사진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이 직원들의 '코로나 블루' 극복을 돕기 위해 만든 프로그램인 '식후땡'.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 20분 동안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 된다. 두 MC와 게스트 모두 이 회사 직원들이다. 사진 SK이노베이션

남녀 두 사람의 사회자(MC)와 게스트가 나온다. 모두 이 회사 직원이다. 프로그램의 주요 주제는 한 마디로 신변잡기. 동료와의 에피소드는 물론, 언제 무슨 색깔의 옷을 샀다 등이 대화거리다. 라디오 방송처럼 퀴즈도 낸다. 문제는 ‘어떤 배달 앱을 쓰느냐’는 식이다. 정답도 없지만, 질문에 답한 이에겐 ‘치느님’을 보낸다. 요샛말로 ‘B급 정서’인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17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재택근무를 하면서 스트레스와 소외감을 호소하는 직원을 위해 만들었다. 회사 주도의 ‘관제’ 프로그램이지만, 예상외로 임직원들의 호응이 뜨거워 이달 7일 진행된 4회 방송부터 정규 프로그램이 됐다. 실시간 채팅창에는 100여 명이 동시에 참여할 정도다.

코로나19 이후 사내 상담센터 이용 28% 늘어 

직원들의 ‘코로나 블루(코로나19+우울감)’ 해소를 위해 기업들이 나섰다. 코로나19로 인한 실적 악화와 고용 불안은 물론 잦은 재택근무 등으로 소속감의 위기까지 호소하는 직원이 늘고 있어서다. 21일 SK이노베이션의 사내 상담센터인 하모니아의 경우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올 봄 이후 이용자 수가 전년 동기보다 28%가 늘었다. 하모니아 곽미성 상담사는 “재택근무가 이어지면서 동료직원을 만나면 자연스레 해소되던 불안감이나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직원들이 많다”며 “업무 스트레스는 물론 ‘나는 누구인가’하는 정체감 혼란을 겪는 경우도 다수”라고 전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6월 성인 805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 블루 관련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9.2%가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과 우울감을 경험했다고 답한 바 있다.

깜짝 선물을 직원들 집으로

롯데면세점이 1200명 임직원 가정에 선물한 '마음방역 BOX와 그 내용물. 사진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이 1200명 임직원 가정에 선물한 '마음방역 BOX와 그 내용물. 사진 롯데면세점

롯데면세점은 최근 약 1200명에 달하는 임직원 가정에 ‘마음방역 BOX’란 깜짝 선물을 보냈다. 박스 안에는 덮밥과 찌개, 반찬 등 간편식 14종과 이 회사 이갑 대표가 보내는 안부 편지를 담았다. 이 대표는 편지를 통해 “변함없이 제자리를 지키며 최선을 다해 힘써주고 있는 여러분 덕분에 우리는 함께 힘든 오늘을 이겨내고 있다”며 “작은 선물이 임직원 여러분과 가족분들께 잠시나마 기쁨이 되길 바란다”고 위로했다.

롯데면세점 측은 재택근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집에서 혼자 식사를 챙겨야 하는 젊은 직원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캠핑 등으로 여름 휴가를 보내는 직원이 많다는 점을 고려해 선물을 골랐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지난 3월 대구ㆍ경북권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임직원의 부모와 처가, 시부모 등 약 3만 가구에 격려 물품을 전달한 바 있다.

코로나19의 영향 등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 블루 극복을 위한 마음 토닥토닥’이란 주제로 직원들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AP멘탈케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직원이 프로그램 참가를 신청하면 외부 강사들에게서 전문적인 상담을 받으며 마음을 추스를 수 있도록 했다.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색칠공부와 체육 활동 등 다양한 체험도 가능하다. 상담 내용 등은 당연히 비밀에 부쳐진다.

"코로나 블루 해결은 커녕…당장 생존이 문제" 

물론 당장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항공이나 여행업 등에선 이런 식의 '멘탈케어'는 상상도 못 하는 기업이 다수다. 실제 제주항공 등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월급 한 푼 못 받는 무급 휴직을 시행하는 현실이다. 항공·여행업종 외에도 10대 그룹에서도 직원들의 코로나 블루를 살필 만한 여유가 없다고 호소하는 곳들이 많다. 10대 그룹의 한 임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러 이유로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직원들이 분명 늘었지만,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등의 일은 아직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며 “생존이 급선무인 만큼 일단은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최소화하는 일 외에는 여력이 없다”고 전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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