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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 먹고 큰 2차 재난지원금 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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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문병주 기자 중앙일보 논설위원
문병주 경제EYE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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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공포에 사로잡힌다. 조금 느슨해지니 기다렸다는 듯이 세를 확장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경고를 무시하고 광화문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목사, 여기에 모인 사람들, 그리고 집회를 허가해 준 판사에게 비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다. 공포의 핵으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를 흔들기 위해 극우 세력이 코로나 바이러스를 퍼뜨리고 있다”(김부겸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 후보)는 음모론까지 등장했다.

타깃이 명확해진 공포감은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 반등을 견인했다. 지난 5월 초 연휴 때 쓰라린 경험을 하고도 여름 휴가 때 실패를 반복한 정부의 정책은 뒤로 숨었다. 방역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 각종 할인정책을 앞세워 여행과 외식을 독려했다. ‘바캉스 감염’ 사례가 나오는가 하면 ‘깜깜이’ 확진자도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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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방역과 경제살리기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놓치는 상황이 닥치니 긴급재난지원금 카드가 또 거론된다. 지난 총선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여당은 지지율이 올라가는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부동산 정책에 이반한 민심이 코로나 공포로 반등의 전기를 맞은 정부와 여당에 국면전환의 계기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단 공짜 같은 돈을 반기는 분위기 속에 야당 역시 반대만 할 수는 없는 형국이다.

1차 긴급재난지원금의 성과를 알리는 지표도 공개됐다. 2분기 수출과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일제히 위축됐음에도 긴급재난지원금 덕에 경제의 큰 폭 추락을 막을 수 있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2분기 중 1분위(하위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증가율이 8.9%로 5분위(상위2%)의 2.6%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저소득층에게 도움이 더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2분기 평균 소비성향은 중상층인 4분위(1.3%)를 제외하고 전 계층에서 지난해보다 줄었다. 정부의 목표만큼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전 국민 지원보다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이 더 효율적이라는 지적도 다시 나온다.

지난 1차 긴급재난지원금 예산은 약 12조원이었다. 이미 올 상반기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110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이자 1년 전보다 51조원 급증했다. 곳간에 줄 돈이 없으니 “공무원 월급 20% 깎아 2차 재난지원금을 주자”(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는 주장이 나올 법도 하다. 나아가 지원금을 고스란히 세금으로 토해내야 할 것이란 생각은 기우(杞憂)일까.

문병주 경제EYE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