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한 가족] 장 건강 도우미? 유산균은 불과 2주, 자연 속 채식은 오래 지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프로바이오틱스 허와 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대세는 프로바이오틱스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6444억원으로 비타민(6366억원)을 넘어 전체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도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도 제대로 알고 먹어야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 종류 #시판 프로바이오틱스와 달라 #유익균에 좋은 식품 먹어야

미생물 균형 이뤄야 장 튼튼

프로바이오틱스는 적정량을 섭취할 때 건강에 이로운 살아 있는 미생물을 말한다. 유산균·비피더스균 등이 대표적이다. 천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는 요구르트·치즈·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으로 인류가 수세기 동안 섭취해 왔다”며 “시중에 판매되는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은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한 식품 속 미생물을 정제해 만든다”고 말했다.

 사실 프로바이오틱스의 존재가 알려진 건 100년이 훌쩍 넘었다. 러시아 과학자인 메치니코프 박사는 1900년대 초 유산균을 활용해 우유를 발효시킨 요구르트(농후발효유)를 직접 개발하기도 했다. 이런 프로바이오틱스가 2000년대에 재조명을 받은 건 장내 미생물 구성(마이크로바이옴)이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까지 좌우한다는 사실이 속속 밝혀졌기 때문이다. 천 교수는 “2006년 미국 워싱턴대 연구팀이 무균 쥐 실험을 통해 뚱뚱한 쥐의 대변을 주입한 그룹이 마른 쥐의 대변을 주입한 그룹보다 체중이 두 배 더 불어난 사실을 발견했다”며 “이후 동물·임상 연구가 이어지며 장내 유익균과 유해균 비율이 소화기계 질환을 비롯해 대사증후군, 면역력, 치매·우울증 등 정신 질환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핵심은 장내 미생물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대장균과 같은 유해균이 늘면 장벽이 손상되고, 염증 반응이 악화해 전신 건강은 물론 뇌 기능까지 떨어진다. 반대로 유익균은 음식을 통해 흡수된 세균·바이러스와 상호 작용해 면역 체계를 단련하고, 대사 작용을 돕는 한편 비타민·엽산 등을 생성해 신체·정신 건강에 이롭다.

 장내 미생물은 대부분 영유아기에 구성된다. 자궁 속 프로바이오틱스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모유를 섭취하며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하게 가꾼다. 하지만 잘못된 식습관, 스트레스, 항생제 사용 등 환경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갈수록 유익균은 줄고 유해균이 늘어난다. 고대안암병원 천식환경보건센터 윤원석 교수는 “사람마다 생김새가 다른 것처럼 장내 미생물 수·종류 등 마이크로바이옴도 천차만별”이라며 “프로바이오틱스는 장의 산도(pH)를 낮추고, 항생물질을 분비해 마이크로바이옴의 균형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되돌린다”고 설명했다.

자기 몸에 맞는 제품 선택을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도 맹신은 금물이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장내 미생물과 달리 장에 서식하지 못한다. 최대 2주간 유익균의 활성을 돕다가 사멸하거나 대변을 통해 외부로 배출된다. 효과가 단기간에 그친다는 의미다. 천 교수는 “빅데이터 분석에서 한국인의 장내 미생물은 프레보텔라·박테로이데스 등 시판되는 프로바이오틱스와 전혀 다른 종류란 점을 확인했다”며 “유산균을 먹는다고 해서 장에 유산균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내게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똑같은 프로바이오틱스를 먹어도 누군가에게는 ‘약’, 누군가에겐 ‘독’이 될 수 있다. 장내 미생물 구성에 따라 프로바이오틱스와 상호 작용이 각각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보고된 건강기능식품 이상 사례  7건 중 1건은 프로바이오틱스로 인한 설사·구토·피부 발진 등의 부작용이었다.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권미나 교수는 “항암 치료를 받거나 장벽이 손상되는 등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환자는 복용 시 전문가와 꼭 상의하는 게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허위·과다 광고도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달 한국소비자원이 판매량이 많은 프로바이오틱스 15개 제품을 분석한 결과, 11개 제품은 특정 미생물 1~2종을 제외한 나머지 미생물의 총 함량이 10% 안팎에 그쳤다. 예컨대 다양한 미생물이 포함됐다고 광고하면서 1종을 무려 88%나 채운 사례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장 건강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장 건강에 도움이 되긴 하지만 ‘보조제’로만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미세먼지·화학물질에 자주 노출되면 장내 미생물 균형이 깨져 병이 잘 생긴다”며 “다양한 미생물이 서식하는 흙과 숲 등 자연과 자주 어울려야 마이크로바이옴을 건강하게 가꿀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장내 유익균의 먹이(MAC)를 충분히 제공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가공하지 않은 곡류와 견과류, 채소·해조류를 가까이하고 과일은 껍질째 먹는 게 좋다. 천 교수는 “식단을 짤 때는 열량만 보지 말고 장내 미생물이 소화할 수 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며 “마이크로바이옴은 자신의 노력에 따라 달라지는 만큼 본인이 CEO가 돼 장내 미생물을 경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대세는 프로바이오틱스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프로바이오틱스 시장 규모는 6444억원으로 비타민(6366억원)을 넘어 전체 2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프로바이오틱스도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천종식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프로바이오틱스도 제대로 알고 먹어야 부작용은 줄이고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바이오틱스 선택 시 고려 사항

1. 라벨 확인은 필수

내게 맞는 제품을 고르려면 라벨(원료 및 함량)을 통해 어떤 프로바이오틱스가 포함됐는지 미리 알아두는 게 좋다. 미생물은 앞에 적힐수록 함량이 많은 것이다. 주로 락토바실러스·비피도박테리움인 경우가 많다. 올리고당은 프로바이오틱스의 먹이가 되는 ‘프리바이오틱스’로 프로바이오틱스의 효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첨가물(스테아린산 마그네슘·이산화규소)과 인공 향은 없거나 가급적 적게 포함된(뒤에 적힌)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2. 미생물 수·종류는 ‘다다익선’

식약처가 권장하는 프로바이오틱스 1일 섭취 권장량은 1~100억CFU(집락을 형성할 능력이 있는 세균 수)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살아 있는 균’으로 유통·보관하거나 체내 흡수되는 과정에 사멸할 수 있는 만큼 가급적 CFU가 높은 제품을 고르는 게 좋다. 또 미생물에 따라 주요 효능이 약간씩 다르기 때문에 2종 이상 포함된 복합 제품이 추천된다. 다만 사람마다 적정 수준이 달라 복용 시 대변 상태를 꾸준히 확인하며 장 기능을 점검해야 한다. 설사·변비 등이 나타날 경우 미생물 수·종류가 다른 것으로 제품을 변경하는 게 바람직하다.

3. 유통기한, 보관 방법 확인을

프로바이오틱스는 액체(발효유)·캡슐·분말 등 형태가 다양하고 냉장·상온 등 보관 방법에도 차이가 있다. 프로바이오틱스는 생균이라 외부 환경, 특히 온도 변화에 민감한데 균 수를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서는 표시된 보관 방법을 따르는 것이 가장 좋다. 살아 있는 미생물이라 무조건 냉장 보관해야 한다는 건 편견일 뿐이다. 유통기한이 임박할수록 미생물이 사멸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제품을 고를 때는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았는지, 최근에 만들어진 제품인지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