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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공룡’ 네이버, 온라인 장보기도 집어삼키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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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쇼핑 공룡’으로 변신한 네이버가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커진 가운데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네이버 효과’가 얼마나 나타날지 주목된다.

홈플러스·GS·농협과 손잡고 진출 #네이버 온라인쇼핑선 압도적 1위 #“재래시장 배송 이미 폭발적 반응” #쿠팡·신세계·마켓컬리 등 초긴장

쿠팡·컬리·이마트 등이 선점한 이 시장에 늦게 뛰어든 네이버의 전략은 ‘군소 연합군 짜기’다. 지난 20일부터 네이버 ‘장보기’ 메뉴에선 홈플러스·GS프레시몰·농협하나로마트·백화점식품관(현대) 중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하면 식료품을 주문할 수 있다. 오프라인 유통 규모는 크지만 온라인 장보기에선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는 기업들과 손을 잡은 것이다. 네이버 회원은 각 서비스에 따로 가입할 필요 없이 바로 주문할 수 있다. 회원 수 4000만명이 넘는 네이버의 높은 접근성을 식료품 주문으로 연결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 주요 온라인‘장보기’서비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주요 온라인‘장보기’서비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수도권 온라인 장보기 시장에서 혈전 중인 마켓컬리(컬리)·로켓프레시(쿠팡)·쓱닷컴(신세계)과 네이버 연합군 간 4파전이 불가피하다. 쿠팡은 수도권 외에도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식료품 배달을 하고 있다. 전국 배송망을 갖춘 하나로마트 등을 낀 네이버도 전국 단위로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는 “이용자들의 달라진 네이버 검색 패턴에서 장보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23일 “단순히 정보만 검색하던 예전과 달리 이젠 물건을 사고 싶을 때도 사용자들이 검색부터 한다”며 “이것저것 검색해보다 생필품·식료품도 바로 사고 싶다는 요청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시장 규모도 커졌다. 유통업계는 2015년 100억원 수준이던 새벽 배송 시장 규모가 2018년 4000억원, 2019년 8000억원에 이어 올해는 1조5000억원까지 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업계에선 네이버도 ‘코로나 특수’를 노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벽 배송을 유행시킨 컬리를 비롯해 쿠팡·신세계의 일일 배송 건수는 코로나19 이후 전년 대비 2~4배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네이버쇼핑의 거래액은 20조9200억원(추정치)이다. 각 17조원 규모인 쿠팡·이베이코리아를 제친 네이버는 온라인 쇼핑 분야 압도적인 1위다. 최근 2~3년 새 입점업체를 확대하고 네이버페이 등 간편결제를 붙인 네이버 효과가 거래액으로 나타난 셈이다. 네이버 협력 기업들은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에 올라탄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장보기 시장은 대형 유통들도 고전하는 분야다. 지난 4월 7개 쇼핑 계열사를 통합해 새로 오픈한 롯데 온라인 쇼핑몰 ‘롯데온(ON)’은 기대에 못 미치는 성과를 내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로서 소비자 경험, 상품의 품질과 다양성, 배송 범위와 속도 등이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의 ‘성공 방정식’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신선 식품을 주로 취급하는 유통 업체들이 네이버의 ‘장보기’ 서비스에 긴장하고 있다. 네이버가 네이버페이 같은 간편결제나 검색의 편리함, 기존 사용자 규모 등을 이용해 ‘장보기’를 빠르게 키울 수 있어서다. 네이버 측은 “장보기 서비스 중 인근 재래시장 물건을 배송해주는 ‘동네시장’ 서비스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자체 배송 인프라가 없고 기존 ‘장보기’ 서비스들과 크게 차별화되는 점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코로나19로 ‘언택트’(비대면) 쇼핑이 오프라인 시장을 흡수했고, 중장년 소비자가 온라인 커머스에 익숙해진 점도 변수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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