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건강한 가족] 위암 가족력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 발견 … 고위험군 조기 선별·진단 길 열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4면

 병원리포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

국내 연구팀이 직계 가족력이 있는 위암 환자의 위 점막에서 특정 유전자의 변이를 발견했다. 해당 유전자의 변이를 조기에 확인한다면 위암 발생을 미리 예방하고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암 가족력 112명 DNA 분석 #위 점막에 있는 MUC4 유전자 #변이 일어나면 위암 발생 확인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교수팀(연세의대 소화기내과 최윤진 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종합내과 온정헌 교수)은 위암 환자가 2명 이상인 직계가족들을 조사한 결과, 위 점막에서 점액을 만드는 MUC4 유전자의 변이가 위암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위암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 특히 맵고 짠 음식, 탄 음식, 흡연, 헬리코박터균 등이 위암의 원인으로 거론되는데 가족력 역시 위암을 야기하는 주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직계가족 중에 위암 환자가 있는 경우에는 위암 위험도가 2.5~3배 높아진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위암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아낸다면 위암 고위험군을 조기에 선별해 내시경 검사 등의 검진이나 진단을 앞당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위암의 발생 기전을 이해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할 수 있다.

 연구진은 직계가족 내에 위암 환자가 2명 이상 있는 14가족(총 112명)을 찾아 위암 발생과 연관된 유전자 변이 여부를 분석했다. 가족 내에서 위암이 발생한 환자 19명(평균 연령 59세)과 위암이 발생하지 않은 대조군 36명(평균 연령 62세)의 혈액에서 DNA를 분리해 ‘전장엑솜분석’을 실시했다. 전장엑솜분석은 유전성 질환의 원인 유전자를 진단할 때 쓰이는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 기법이다. 이를 토대로 연구진은 위암 환자와 대조군에 대한 유전자 변이 비율을 확인하고 차이를 분석했다.

위암 발생 기전 알 수 있는 근거 마련

그 결과, 위암 환자에서는 위 점막에 있는 MUC4 유전자에 변이가 일어난 사실이 확인됐다. MUC4 유전자는 위 점막에서 끈적이는 점액을 구성하는 단백질로, 점액은 위 점막을 보호하고 소화를 도울 뿐만 아니라 암을 방어하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가족력이 있는 위암 환자에서 나타난 MUC4 유전자의 변이가 위암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김나영 교수는 “MUC4 유전자가 정상적으로 발현하면 위를 보호하고 암으로부터 방어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이 유전자가 변이를 일으키면 위암 위험도를 높이는 주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밝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특정 유전자의 변이를 통해 위암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만큼 향후 유전자 변이 여부를 간단하게 판독할 수 있는 진단키트가 개발된다면 위암의 조기 진단이나 치료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 7월호에 게재됐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