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나연이즈백’ 실천…선수 모드로 복귀한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7면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촬영하는 프로골퍼 최나연. 유튜버로 활동 중인 그는 기획은 물론 동영상 촬영까지 직접 하는 1인 연출자다. 장진영 기자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촬영하는 프로골퍼 최나연. 유튜버로 활동 중인 그는 기획은 물론 동영상 촬영까지 직접 하는 1인 연출자다. 장진영 기자

최나연(33)의 표정은 밝았다. 5년 전 그는 “악플(악성 댓글)이 싫다”며 스마트폰 대신 2G 휴대폰을 쓰려고도 했는데, 지금은 뉴미디어의 첨병이 됐다.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나연이즈백’은 구독자 8만9000여명으로 국내 골프 채널 중에서는 손에 꼽힌다. 그는 “안 좋은 댓글도 이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다”며 웃었다.

유튜브 10만 구독자 눈앞 최나연 #직접 기획·촬영하며 자존감 회복 #레슨 반응 좋아 꺼리던 치마도 입어 #오늘 미국행 “정상 못 가도 최선”

LPGA 투어 9승, 통산 상금 1000만 달러 돌파, US오픈 우승에 세계 2위까지 올랐던 최나연은, 2015년 마지막 우승 후 5년간 몸(허리 부상)과 마음(입스)이 다 아팠다. 그는 “유튜브를 한 건 그냥 골프 선수 일상을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유튜브 이후 사복을 입고 마스크를 써도 사람들이 알아본다. 대회장에선 후배 선수들이 달려오더라.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존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관심이 늘자 욕심도 났다. 최나연은 “구독자 10만을 돌파하면 US오픈 우승, 100만을 돌파하면 LPGA 투어 상금 1000만 달러 돌파 때의 느낌이 날 것 같다. 그래 시청자 성향도 분석해봤다. 일단 레슨이 반응이 좋다. 또 유명한 사람이 나오면 관심이 확 올라간다”고 전했다.

최나연은 편집을 빼고는 기획도, 촬영도 혼자 한다. 그는 “가식 없는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내 핸드폰으로 찍는다. 짐벌(무진동 수평유지 장비), 셀카 스틱 등도 최근 샀다. 화장도 안 해 얼굴이 못생기게 나오는데 그래도 괜찮다”며 웃었다.

조회 수 챙기는 게 영락없이 PD다. 최나연은 “다른 유명 유튜버들이 출연을 요청하기도 한다. 나도 구독자 늘려야 하는 입장이어서 서로 윈윈할 수 있도록 양쪽 유튜브 공동 기획 같은 거로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골프는 노력해도 생각대로 안 될 때가 많다. 유튜브도 쉽지는 않다. 그는 “조회 수가 덜 나와도 스트레스 없고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게 골프보다 나은 점”이라고 설명했다.

골프 선수 사이에 유튜브 방송이 유행이다. LPGA만 해도 고진영, 박인비, 유소연 등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한다. 경쟁심 강한 운동선수들인데, 구독자 수 등을 놓고도 경쟁하지 않을까. 최나연은 “그냥 다 개성 있는 채널일 거다. 그리고 선수들 교우관계, 누가 밥을 많이 샀는지 등이 드러날 것”이라고 웃었다.

치마 안 입기로 유명한 최나연이 유튜브에서는 스커트도 입었다. 그는 “10여 년 전 한 대회에서 유니폼이라 어쩔 수 없이 치마를 입었다. 그 후로는 처음이다. 누가 요청한 건 아니고 유튜버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버로 전업할 생각도 있을까. 최나연은 “‘나연이즈백’으로 이름을 지은 건 선수로서 예전의 자리에 돌아가기 위해 노력한다는 뜻이다. 예전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싶다. 혹시 정상으로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최선을 다할 것이다.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대회가 없어 유튜브에 신경을 썼다. 24일 미국에 들어가면 다시 선수 모드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도 틈틈이 촬영한 동영상과 전에 만들어 놓은 동영상 등을 일주일에 한 번씩 올릴 예정이라고 한다. 유튜버의 자세가 몸에 벤 걸까. 인터뷰가 끝나자 ‘구독’과 ‘좋아요’ 요청도 잊지 않았다.

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