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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중심의 끝은 폭락"…동일가중 그래프가 속삭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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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로고 뒤로 주가 그래프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애플 로고 뒤로 주가 그래프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1999년 닷컴 버블 붕괴와 2020년 주식 장이 닮은꼴이라는 분석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애플ㆍ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가 독식하며 연일 미국 뉴욕증시가 최고치를 경신하는 랠리의 끝이 머지않았다는 암울한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2일(현지시간) 닷컴 버블을 지켜본 금융계 인사 인터뷰를 토대로 “대형주의 질주는 끝나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동일가중 투자 대(對) 일반 투자 포트폴리오 사이 상관관계를 분석해 “폭락이 가깝다는 신호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블룸버그가 1999년 닷컴 버블의 ‘생존자’라고 표현한 라이언 제이컵 펀드매니저는 “지금은 1990년대 후반과 똑 닮았다”고 말했다. 인터넷 상용화와 함께 닷컴 스타트업의 붐이 일었던 주식 장과 대형 기술주 중심 랠리가 이어지는 지금의 흐름이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그의 말이 맞다면 이 흐름의 끝은 폭락이다.

동일가중 그래프가 말한다. 폭락이 오고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동일가중 그래프가 말한다. 폭락이 오고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WSJ는 숫자와 그래프를 근거로 풀었다. WSJ가 활용한 분석 도구는 동일가중(equal weight) 투자 포트폴리오다. 동일가중 투자는 대형주이건 중소형주이건 상관없이 같은 금액으로 여러 종목을 사들이는 방식이다. 대형 기술주에만 편중되지 않고 중·소형주의 움직임도 함께 살펴볼 수 있어 유용하다. 지금처럼 대형 기술주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을 때는 효용 가치가 배가 된다.

일반 투자 대비 동일가중 투자의 상관지수를 도출했을 때, 100%에 가까울수록 주식 시장은 안정적인 경향을 갖는다. 1999년 닷컴 버블을 앞둔 6월 22일, 이 상관지수는 75.72%로 폭락했다. 그해 3월 25일엔 95.93%였다가 3개월 만에 20.21%포인트가 빠진 것이다. WSJ는 “닷컴 버블 직전뿐 아니라 2006년 (미국) 주택시장 붕괴와 2017년의 주식 폭락 등을 앞두고 이 상관지수는 떨어졌다”고 전했다.

최근 이 지수는 다시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지난 3월19일 99.39%에 달했던 숫자가 지난 21일 84.52%로 떨어졌다. 그래프를 보면 폭락의 속도와 폭이 닷컴 버블 붕괴와 닮았다.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업무 중이다. AP=연합뉴스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트레이더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업무 중이다. AP=연합뉴스

현재 대형 기술주의 강세는 무서울 정도다. 신용 평가기관인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추린 S&P500 지수 소속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다 합치면 그중 4분의 1을 애플ㆍ아마존ㆍ알파벳(구글 모기업)ㆍ마이크로소프트(MS)ㆍ페이스북이 차지한다. 대형주 일부의 시총 점유율이 이렇게 높았던 때는 1970년 이후 처음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최근 '꿈의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한 애플의 CEO 팀 쿡. 사진은 지난해 방송 출연 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꿈의 시총' 2조 달러를 돌파한 애플의 CEO 팀 쿡. 사진은 지난해 방송 출연 전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때보다 지금이 더 위험하다는 경고도 있다. 1970년엔 시총 점유율이 높았던 대형 기업들의 분야는 다양했다는 것. 당시 시총 5대 기업은 정보기술(IT)분야의 IBM과 통신의 AT&T, 자동차의 GM과 석유의 엑손, 그리고 카메라 기업 코닥이었다. WSJ는 “머리가 무겁다는 건 1970년이나 2020년이나 같지만, 지금은 같은 업종의 5대 기업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만약 기술주가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할 경우 하락 폭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WSJ는 “지금처럼 중앙은행과 정부 지원 의존도가 높은 장일수록 신중히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애플, 전망은‘맑음’, 안심은 금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애플, 전망은‘맑음’, 안심은 금물.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낙관론도…“대장주 애플, 여전히 매력적”  

그러나 낙관론 역시 있다. 지난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총 2조달러(약 2379조원)를 달성한 애플의 주가수익률(PER)은 35배 수준으로 치솟긴 했으나, 코로나 19 이후를 감안하면 여전히 투자 가치가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업체인 쇼트힐스캐피털의 스티븐 웨이스 공동창업자는 CNBC에 "새로 나올 아이폰은 시총 3조 달러 시대의 열쇠가 될 것" 이라고 평가했다. 대형 기술주의 대장주 역할을 하는 애플의 폭락을 지금으로선 단언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또 1999년의 닷컴 버블 붕괴와 지금을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1999년엔 각광받는 IT기업은 대체로 신생 기업이었으나, 현재 시장을 이끄는 기술주 기업들은 상당 기간 동안 성장성과 수익성을 검증 받은 업체라는 차이가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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