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훈계""끌어내야" 與 맹폭에, 김종인 "어처구니없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23 16:18

업데이트 2020.08.23 16:26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미래통합당 김종인 위원장은 자신이 지난 21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질본)에서 정은경 본부장을 만난 것을 두고 여권에서 “훈장질을 한다”고 비난하자 “어처구니가 없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은 2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코로나대책회의에서 “제가 질본에 다녀온 것은 독립기관이 아니라 정부ㆍ여당의 눈치를 보게 되는 만큼 소신 있게 일해달라고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었다”며 “여당은 함께하진 못할망정 이마저도 정쟁으로 악용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인다”고 반박했다.

김 위원장이 여당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건 최근 자신을 겨냥한 여권의 공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서다. 김 위원장 측 인사는 “통합당 여론 반등의 견인차 노릇을 한 김 위원장에게 집중포화가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정은경 본부장을 만나고 있다. [미래통합당 제공]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를 방문해 정은경 본부장을 만나고 있다. [미래통합당 제공]

여당의 공격은 김 위원장이 정은경 본부장을 만났을 때 정점을 찍었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도둑이 몽둥이 들고 주인 행세하며 훈계하는 격”이라고 했고, 정청래 의원은 “김종인의 ‘셀프 대선’ 행보”라고 평가절하했다.

또 광복절 집회를 주도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 등 보수 강경파 인사들이 코로나19 재확산을 키웠다는 논란이 일자, 김 위원장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22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열린 여당 대표·최고위원 후보 합동연설회는 김 위원장에 대한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이원욱 의원은 “바이러스 테러범을 부추긴 김 위원장을 끌어내야 한다”고 했고, 염태영 수원시장은 “김종인 위원장은 방역 조치를 비웃고 민주주의를 탄압하는 통합당 내 목소리를 방치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김 위원장이 19일 5ㆍ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한 것을 놓고도 여당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우원식 의원은 23일 페이스북에 “우리 당 대표까지 한 분이 통합당 대표가 돼서 눈물을 흘리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며 “저도 오래 정치권에 몸담았지만 이런 쇼는 보고 싶지 않다“고 적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광주 북구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무릎을 꿇고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도 김 위원장에 견제구를 날렸다. 최재성 정무수석은 17일 “김 위원장을 만나 여야대표 회동 초청 의사를 밝혔지만, 통합당에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에 대해 주변에 “지나가듯 차 한번 마시자고 한 걸 가지고 마치 내가 협치를 거절한 것처럼 프레임을 짠다”고 격노했다고 한다.

지난 6월 취임 초만 해도 김 위원장은 여야 공방에서 살짝 비켜 있었다. 당시는 여야가 국회 안에서 상임위 쟁탈과 법안 통과를 놓고 신경전을 벌일 때라 김 위원장을 향한 공격은 드물었다. 하지만 부동산값 폭등,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여야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자 김 위원장이 여권의 타깃이 됐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김 위원장만 무너뜨리면 당 기반이 취약한 통합당이 흔들릴 거라고 보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5일 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1리 수해 피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가 5일 경기 이천시 율면 산양1리 수해 피해 현장을 살피고 있다. 뉴시스

여권의 공세는 김 위원장의 연이은 ‘광폭 행보’에 대한 견제 측면도 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본소득을 당 정강정책에 명시한 데 이어, 수해가 터지자 곧장 호남으로 달려가 봉사활동을 벌였다. 19일에는 5ㆍ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을 꿇고 참배했고, 21일에는 질본에서 정 본부장을 격려했다.

통합당 일각에서도 “김 위원장이 속도 조절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통합당 중진의원은 “보폭을 너무 넓게 하다 보면 실책이 나올 수 있다”며 “비대위원장이 집중 공격을 받는 것도 당 입장에서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김 위원장 측 인사는 “최근 통합당 지지율이 턱밑까지 따라오자 여당의 견제가 심해졌다”며 “김 위원장의 행보가 대선 출마를 위한 포석이란 공세도 있는데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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