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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수익률 50% 넘어야지” 탐욕 불지르는 투자모임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신성진의 돈의 심리학(76) 

격월로 모여 주식 투자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지인들의 모임에 얼떨결에 참석하게 되었다가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사진 pxfuel]

격월로 모여 주식 투자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지인들의 모임에 얼떨결에 참석하게 되었다가 마음이 답답해졌습니다. [사진 pxfuel]

며칠 전 ‘주담회(株談會)’라는 이름으로 격월로 모여 주식 투자에 대한 정보를 나누는 지인들의 모임에 얼떨결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각자 일하면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종목을 선정해 실제로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하는 모임이었습니다. 늦은 시간까지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이 좀 답답해졌습니다.

“6개월 이내에 승부가 나야지” “우리는 2~3년씩 못 기다려” “30% 같은 건 수익이 아니지. 기본적으로 50%는 넘어야지”…. 이런 대화를 주고받으며 어떤 종목을 선택할지 논의하는 중에 가끔 ‘투자한 회사가 상장 폐지됐다’, ‘대표가 구속되어 걱정이다’ 등의 이야기도 난무했습니다.

보수적 성향이던 교사도 많이 변한 것 같습니다. 매년 교사를 위한 경제교육과정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데, “주식이나 펀드에 개인적으로 투자하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 손드는 사람이 20%가 안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무려 80% 가까이 주식투자를 하고 있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순간 큰일 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딜 가나 주식 이야기입니다. 시중에 돈은 많은데, 부동산 투자가 어렵게 된 상황에서 모두 주식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관심이 많습니다. 그런데 참 우려되는 상황을 자주 접하게 됩니다. 주식에 대해 공부하고, 주식투자를 하라고 권하는 게 맞는 일인지 심히 우려됩니다.

주식투자로 성공하기 힘든 이유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절대 망하지 않을 회사를 찾아서 투자해 보라고 권하고 있지만, 주식 투자는 늘 위험합니다. 첫째, 계속 성장하는 회사를 찾기가 그리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2010년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시가 총액 1~10등까지를 살펴볼까요? 삼성전자, 포스코,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모비스, LG화학, 신한지주, KB금융, 삼성생명, 기아자동차입니다. 이 중에 2020년 8월 현재 시가 총액 10위에 들어가는 것은 어떤 회사일까요?

삼성전자, LG화학, 현대차 3개사를 제외하면 모두 새로운 회사가 10위 안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 10위 안에 들어 있는 회사도 10년 후 어떤 모습일지 아무도 모릅니다. 10년 전 포스코, 현대차, 삼성생명의 오늘과 네이버와 카카오의 오늘을 예상할 수 있었다면 우리의 인생은 아주 많이 달라졌을 것입니다.

둘째, 주식 시장의 오르내림을 견디기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늘 시장은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이성은 시장은 오르고 내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두려움과 탐욕에 지고 맙니다. 더 오를 것 같아서 대출까지 받아 투자를 시작하고, 더 떨어질까 두려워 기다리면 되는 주식을 팔고 맙니다. 기다리면 된다고 머리는 알고 있지만 출렁거림을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악순환에 쉽게 빠지고 손실을 봅니다.

20대에 투자를 시작해 30대에 백만장자가 되고, 40대에 은퇴한 교사가 자신의 투자 경험과 지혜를 담은 책 『주식의 쓸모』라는 책을 추천 받아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제목은 『주식의 쓸모』인데, 직접 주식 투자하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인덱스펀드를 통해 간접 투자하라고 합니다. 책에서 주장하는 포트폴리오와 투자 방법을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누구나 구성할 수 있는 아주 쉽고 간단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서 자금을 배분합니다. 예를 들면 주식과 채권을 각각 주식 50% 채권 50%, 또는 주식 60% 채권 40%, 아니면 주식 70% 채권 30% 등으로 배분합니다. 매월 200달러를 투자한다면 100달러는 주식, 100달러는 채권에 투자하거나, 120만원 주식, 80만원 채권, 또는 140만원 주식, 60만원 채권에 투자하는 식입니다. 물론 이때는 개별 주식이나 채권이 아니라 인덱스 펀드를 활용합니다.

이렇게 계속 투자하면서 매년 1회 포트폴리오를 조정합니다. 주식시장이 올라 주식 비중이 높아지면 주식 배분을 줄이고 채권을 사고, 주식 가격이 하락해 채권 비중이 커지면 채권을 매도하고 주식을 매수해 매년 처음 시작한 포트폴리오 비율을 맞춥니다. 그리고 계속 투자를 해 나가는 것이죠.

이렇게 배분해 투자한 결과는 어떨까요? 책에 소개된 결과는 1986년~2016년까지 30년간 연간 복리 수익률이 8.04%, 8.82%, 9.16%로 나옵니다. 어떤 분은 이 정도 수익률이면 아주 좋다고 얘기하시겠지만 어떤 분은 ‘겨우’라고 반응할 것입니다.

시장과 마음의 소용돌이를 이기는 투자

개별 주식은 늘 다양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성장하는 주식도 바뀌고 잘 나가던 회사가 망하기도 합니다. 아마존도 삼성도 구글도 망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 pxhere]

개별 주식은 늘 다양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성장하는 주식도 바뀌고 잘 나가던 회사가 망하기도 합니다. 아마존도 삼성도 구글도 망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 pxhere]

최근 코로나 위기 발생 이후 시중에 풀린 유동성과 장밋빛 전망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장기적인 수익률을 얘기할 때마다 ‘이게 맞나’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난 10년 동안 삼성전자에 투자했다면, 네이버나 카카오에 투자했다면…. 이런 상상을 할 때마다 우리 머리에는 50%, 100%, 100% 같은 숫자가 돌아다닙니다. 그런데 겨우 연 복리 6~8%를 기대하는 장기투자, 인덱스 펀드 투자가 성에 찰까요?

개별 주식으로 수익을 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개별 주식은 늘 다양한 위험을 안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면서 성장하는 주식도 바뀌고 잘 나가던 회사가 망하기도 합니다. 아마존도 삼성도 구글도 망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투자는 하고 싶은데, 아직 어떤 주식이 좋은지 고르기에는 주식 공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 『주식의 쓸모』의 저자인 앤드루 할렘의 조언을 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의 조언대로 한다면 국내 인덱스 펀드와 미국 인덱스 펀드에 각 35%씩 투자하고, 나머지 30%를 채권 인덱스 펀드에 투자하면 됩니다. 본인의 투자 성향에 따라 채권 비중을 조금 달리하셔도 됩니다. 반드시 기억할 것은 매월 똑같은 돈을 지속해서 투자하는 것, 그리고 1년에 한 번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 두 가지입니다. 1976년 존 보글이 만들고, 워런 버핏과 데이비스 스웬슨 등 당대의 대가가 추천하는 인덱스 펀드의 장점을 충분히 누리시면 좋겠습니다. 최근에는 ETF가 유행이지만 사고팔기 쉽다는 것은 단점일 수 있으니까 인덱스 펀드로 시작해 보길 권합니다. 행운을 빕니다.

한국재무심리센터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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