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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셰프 강레오는 왜 레스토랑 안하고 대형마트에 입사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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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월 롯데마트의 푸드이노베이션센터 초대 센터장으로 영입된 강레오 셰프. 강 셰프가 13일 서울 잠실 푸드이노베이션센터에서 가정간편식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지난 2월 롯데마트의 푸드이노베이션센터 초대 센터장으로 영입된 강레오 셰프. 강 셰프가 13일 서울 잠실 푸드이노베이션센터에서 가정간편식 시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여행을 못 가잖아요. 해외에서 맛봤던 요리도 각 가정으로 전달해 현지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걸 고민 중입니다.”

스타 셰프인 강레오(44) 씨가 대형마트 임원으로 변신했다. 지난 2월 대형마트에 입사했다. 롯데마트가 ‘집밥의 완전한 대체’를 내세우면서 가정간편식을 전문으로 개발하는 ‘푸드이노베이션센터(FIC)’란 조직을 출범하면서다. FIC 초대 센터장으로 취임 6개월을 맞은 강 셰프를 지난 13일 서울 잠실 롯데마트 본사 내 FIC 센터에서 만나 가정 간편식 시장에 대해 들었다.

강레오 셰프 인터뷰

강 셰프는 “치킨과 초밥 중심인 대형마트의 즉석조리 코너를 집밥의 본질에 집중한 차별화된 매장으로 바꿔 나가고 있다”면서 “현재 500여개인 롯데마트의 간편식 자체 브랜드(PB) ‘요리하다’의 상품도 올해 830개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발하는 음식에 산지를 담고, 건강한 산지의 식재료로 만든 간편식도 훌륭하다는 것을 소비자가 느끼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롯데마트 FIC 소속 셰프들이 음식 플레이팅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롯데마트 FIC 소속 셰프들이 음식 플레이팅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대형마트 입사 계기는.
“5년 전 롯데마트의 델리 부문 연구ㆍ개발 작업에 참여한 것이 인연이 됐다. 당시 셰프를 그만두고 인천 강화도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던 때다. 요리사로 일한 경험에 산지에서 농산물을 가꾸고 제품으로 가공하는 과정을 지켜본 롯데마트에서 영입 제안이 왔다. 가공식품 개발에 농업과 지역이 함께 한다면 더 좋은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믿어 참여를 결정했다. 유통의 정점에 있는 대형마트와의 협업이 산지를 살리는 또 다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판단해 합류했다.”
적응이 쉽진 않았겠다.
“처음엔 단순 음식 개발 업무만 생각했다. 27년 동안 주방에서 레시피 개발을 해왔으니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그런데 기업에 오니 유통도 배워야 하고, 시스템도 익혀야 했다. 공장의 설비까지 고려해 제품을 개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의 성과는.
“음식의 기본이 되는 소스와 시즈닝 개발에 3개월 정도 투자했다. 맛을 내는 데는 원물이 가장 중요하지만, 우리만의 소스가 뒷받침돼야 해서다. 개발한 소스를 기반으로 국탕류, 건강식 라인업 등을 분류하고 재편하는데 또 3개월이 걸렸다. 이 과정을 거치면서 탄생한 게 ‘강화 섬계탕’이다. 6월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6만 3000여개가 팔렸다. 홈쇼핑에서도 3만개 완판을 기록했다. 현재 미국과 일본, 홍콩, 호주 등에 수출을 준비 중이다. 강화도의 특산품인 인삼과 일반 찹쌀보다 영양성분이 높은 초록 쌀을 사용해 프리미엄화한 것이 주효했다.” 
FIC 관계자들이 개발한 가정 간편식 상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FIC 관계자들이 개발한 가정 간편식 상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사진 롯데쇼핑

온라인의 공세에 밀려 고전하는 대형마트는 가정 간편식 상품 강화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집밥 수요 증가로 가정간편식 시장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에 따르면 국내 가정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0년 7747억원에서 2016년엔 2조원을 넘어섰다. 2023년엔 10조 원대 시장으로 커질 전망이다. 롯데마트의 가정 간편식 매출도 2018년 37.7%, 지난해 16.2%의 신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도 30%가량 신장이 예상된다.

간편식 개발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산지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전국 161개 시와 군을 다니면서 450여개의 농가를 만났고, 이 중 200여 농가와 거래를 하고 있다. 셰프의 요리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요리사가 줄 수 있는 스토리는 한계가 있다. 재료에 있는 이야기가 음식에 얹어지면 소비자의 신뢰는 자연히 따라올 것이다. 개발하는 카테고리는 배달의 민족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고객이 인식하기 좋은 카테고리가 배달의 민족에 있더라. 밑반찬보다는 요리류, 탕류,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한ㆍ중ㆍ일ㆍ양식의 일품이나 이품 요리류가 중심이 될 것이다.”
그로서란트(식재료+레스토랑) 매장에 대해선 어떤 구상이 있나.
“그로서란트는 제철 식재료를 고객이 바로 즐길 수 있게끔 마트 내 공간을 할애한 것이다. 지역이나 고객층에 따라 매장별로 특화된 그로서란트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한가위를 앞두고 마트 내 그로서란트 공간에서 육전이나 생선전, 조개전 등 마트의 제철 식재료를 이용해 전을 부칠 계획이다.”
밀 키트(간편 요리) 시장 전망은.
"기존 밀 키트 제품은 사이즈가 크다. 1인 간편식 위주의 개발이 앞으로 주를 이룰 것이다. 냉동 밀 키트 부문도 커질 것이다. 유럽의 경우 냉동 제품 전문 마트도 따로 있다. 각 가정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에어프라이어는 냉동 제품 조리를 위한 소형 오븐이나 다름없다."  

강 셰프는 두바이 고든 램지 헤드 셰프, CJ제일제당의 비비고 런던 레스토랑 총괄 셰프,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식음료 이사 등을 거쳤다. TV 프로그램인 마스터 셰프 코리아 심사위원을 맡으면서 카리스마 있는 심사평으로 대중에게 주목을 받았다.

13일 서울 잠실 푸드이노베이션센터에서 만난 강레오 셰프. 사진 롯데쇼핑

13일 서울 잠실 푸드이노베이션센터에서 만난 강레오 셰프. 사진 롯데쇼핑

잘나가던 셰프인 그는 5년 전 농부로 전직했다. 강 셰프는 “집안이 대대로 농사를 지었기 때문에 나도 농가의 자손”이라며 “농사를 가업으로 생각해 농부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식의 나라로 꼽히는 프랑스나 일본 이탈리아 등은 모두 농업 강국”이라며 “이 나라들은 농업에 대한 가치 기준이 높고 농부가 대우받는다. 반면 한국에선 아직도 농부가 못 살고 낮게 인식된다”고 덧붙였다. 2015년 전남 무안에서 콩 농사에 처음 도전한 강 셰프는 현재 강화와 곡성을 오가며 농사를 짓고 있다. 강화도선 쌀농사를, 곡성서는 2년째 멜론 농사를 지으면서 멜론 아이스크림, 장아찌, 식초와 같은 가공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본업인 셰프로 언제 복귀하나.
“올해 영국에 레스토랑을 개업하려다 코로나 19로 오픈 계획이 중단됐다. 앞으로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할 것이다. 당분간은 FIC와 농사에 전념할 것이다. 농부의 자식이고 농사를 가업으로 생각한다. 외식이 발전하면 할수록 산지가 많은 요리사가 찾는 현장이 될 것이다. 국내 농업 발전에 따라 외식 산업도 따라서 발전할 것이다. 농업에 기반을 두지 않는 외식은 미래가 없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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