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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뉴딜 펀드에 퇴직연금 투입, 손실나면 세금 쓰나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김성일의 퇴직연금 이야기(63)

일명 한국판 뉴딜정책이 지난 7월 확정 발표돼 2025년까지 총 160조 원을 투입하고 총 190만 개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집행될 160조 원 예산 중 20조7000억 원은 민간에서 조달하는데, 16조 원은 뉴딜 펀드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이 뉴딜 펀드에 퇴직연금 적립금을 투자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뉴딜 펀드는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보장하는 국민참여형 펀드로 ‘국채 수익률+α’를 목표 수익률로 한다고 전해진다. 또 3억 원 이하의 투자금에는 5% 세율을, 3억 원 초과의 투자금에는 분리 과세를 적용하는 등 세제 혜택까지 준다는 것이다.

지난 7월 확정 발표된 한국판 뉴딜정책은 2025년까지 총 160조 원을 투입하고 총 190만 개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집행될 160조 원 예산 중 16조 원은 뉴딜 펀드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사진 pixabay]

지난 7월 확정 발표된 한국판 뉴딜정책은 2025년까지 총 160조 원을 투입하고 총 190만 개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집행될 160조 원 예산 중 16조 원은 뉴딜 펀드를 통해 마련할 것이라고 한다. [사진 pixabay]

정부 여당 정책 간담회에서 ‘최소보장수익률 3%’, ‘최소수입보장(MRG : Minimum Revenue Guarantee)’ 등에 관해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MRG는 민간투자자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일정 한도까지 위험을 부담하는 방식으로 지난 2009년 폐지됐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뉴딜펀드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지난 3년간 퇴직연금의 성과가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수익률은 2017년 1.88%, 2018년 1.01%, 2019년 2.25%로 3년 평균은 1.71%에 그치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수익률은 마이너스나 마찬가지다.

뉴딜 펀드에 퇴직연금 적립금을 활용하기 위해 ‘디폴트 옵션(사전지정 운용제)’ 도입을 재추진한다는 계획도 나오고 있다. 디폴트 옵션은 가입자가 특정 투자 방식을 지정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운용해 주는 것을 의미한다.

디폴트 옵션의 법제화가 추진된 것은 꽤 오래된 일이다. 하지만 디폴트 옵션에서 마이너스 수익 구간이 생길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책임 소재 문제가 대두돼 그동안 지지부진한 상태였다. 만약 뉴딜펀드에 MRG가 도입되면 디폴트 옵션의 마이너스 수익 구간을 사라지게 하면서 퇴직연금의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

MRG는 사전에 결정된 공식에 의해 확정되는 급부금이 지급되는 DB형의 성격과 운용실적에 따라 급부금이 변동하는 DC형 특징을 결합한 것으로 선진국 퇴직연금 시장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MRG가 [그림1]에 있는 CBP(Cash Balance Plan)와 FOP(Floor Offset Plan)이다.

CBP는 미국과 일본에서 가장 널리 활용되는 제도다. DC형과 마찬가지로 부담금과 수익률에 따라 급여 수준이 결정되지만, 수익률을 기업이 보증하고 있어 본질적으로는 DB형에 가깝다. 우리나라로 치면 수익률은 임금상승률에 해당될 수 있다. FOP는 기본적으로 DC형처럼 가입자의 투자 실적에 따라 급여 수준이 결정되지만, 최저수익률을 보장하는 형태다.

CBP든 FOP든 MRG는 수익보증 주체가 기업, 즉 사용자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뉴딜 펀드는 국가가 보증해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MRG 도입은 자칫 퇴직연금 제도의 정체성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사적 연금에 공적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이 잠재돼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해결하기 힘든 핵심 논쟁거리가 될 것이다. 그리고 펀드가 일정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은 펀드는 운용 결과에 따라 투자원금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손실은 투자자에게 귀속된다는 기본 속성에 배치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정권마다 정책을 반영한 펀드를 만들었다가 그것이 정권이 바뀌어도 의미 있게 존속하고 있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어 투자의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과거 녹색성장을 국정과제로 채택한 이명박 정부의 ‘녹색 펀드’와 박근혜 정부의 ‘통일 펀드’인데, 지금은 기억조차 희미해졌다.

물론 현재 논의되고 있는 3% 안팎의 수익률과 세제 혜택까지 주어질 경우 퇴직연금 자산운용에 숨통이 트일 것은 자명해 보인다. 그야말로 수익성과 안전성을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뉴딜 사업은 투자 기간이 긴 중·장기 사업이란 점에서 퇴직연금 자산운용과 일맥상통하는 면도 존재한다.

하지만 뉴딜 펀드가 탄생하려면 그것이 어떤 사업에 어떻게 투자해 얼마의 수익률 달성이 가능한지 추정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추산이 안 되는 상황이라면 논의만 무성한 채 한때의 검토로 끝나 버릴 가능성이 크다. 지금 퇴직연금 가입자는 제대로 된 수익률에 목말라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가입자 입장에서는 번번이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표만 받아들었다. 뉴딜 펀드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는 것도 그래서다.

CGGC(Consulting Group Good Company)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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