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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한국판 뉴딜'스타트…활짝 열린 뉴비즈니스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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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1930년 대공황 이후 처음 경험하는 경제충격을 겪고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CEO에게도 정책을 운용하는 의사결정자들에도 대부분 처음 경험하는 경제충격이다. 1930년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했던 정책을 뉴딜(New Deal)이라 한다면, 그 이후 가장 큰 경제위기인 코로나19의 경제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마련했다.

경제충격을 딛고 일어나기 위해서는 역주기(countercyclical) 정책이 필요하다. 역주기 정책은 정부가 경기 하강을 방어하기 위해 정부지출, 세금 감면, 환율 조정 등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에 나서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나 중국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하듯, 한국판 뉴딜 정책도 경제충격을 상쇄하고 견실한 성장을 이끌기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이다.

한국판 뉴딜 정책의 주요 골자는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이다. 이는 2020년 이후 상당 기간 경제정책의 방향성이 될 것이기 때문에, 각각의 주요한 정책 내용 숙지하고 이를 통한 비즈니스 기회를 탐색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뉴딜 정책의 배경

세계는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일고 있다. 세계를 이끄는 기업들은 디지털 기업들이다. GAFAM(Google, Amazon, Facebook, Apple, Microsoft)과 BAT(Baidu, Alibaba, Tencent)는 디지털 기반의 서비스를 선도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전통 기업들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하는데 기술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미·중 무역 전쟁도 디지털 기술을 놓고 패권전쟁을 하는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19세기 영국이 해저케이블을 깔고 전력과 통신망을 기반으로 패권을 장악했고, 20세기 미국이 위성과 인터넷을 활용해 패권을 빼앗았다. 21세기 중국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무기로 디지털 패권을 가져오려는 모습이다.

Statista는 세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시장이 연평균 43.4% 성장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경제성장률이 (코로나19 충격을 제외하고) 3.5% 수준을 지속하는 것과 비교해 본다면, 인공지능의 경제적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다. 세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시장은 2021년 약 348.7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한국은 얼마만큼의 시장을 차지하게 될 것인가?

시장 지배력을 비교하는 대표적인 방법이 특허다. 인공지능 특허 7319건 중 한국은 3% 비중을 차지한다. 미국, 중국, 일본은 각각 47%, 19%, 15%의 비중으로 디지털 경제의 패권과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 특허는 IBM, Alphabet, Microsoft, Baidu, Alibaba 등의 빅 테크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이 기술적으로도 압도적으로 선도하고 있고, 카이스트 리서치 플래닝 센터는 미국과 중국이 한국보다 1~2년가량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코로나19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했다.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이 앞당겨진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서비스는 전자상거래로 전환되었고, 대면 의료서비스는 원격진료와 디지털 헬스케어로 진화하고 있다. 금융산업에도 자산관리, 신용평가, 준법 감시, 동산 담보 관리 등의 영역에 걸쳐 디지털 플랫폼,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기술들이 활용되고 있다. 이 밖에도 제조, 물류, 건설, 국방, 교통, 교육, 콘텐츠 등 전 산업에 걸쳐 디지털 기술들이 활용되고, 차원이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뉴딜 정책의 주요 내용과 비즈니스 기회

디지털 뉴딜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고 부상하는 산업을 선점하도록 토대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 기조다. 아날로그 경제에서 도로와 전기 인프라를 보급함으로써 기업들이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게 되듯, 디지털 경제에서 디지털 인프라를 확충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다.

가장 먼저 강조하는 영역은 DNA(Data, Network, AI) 생태계다. 빅데이터, 5G, 인공지능 인프라를 확대해, 전산업에 걸쳐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6G 선점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통신 인프라는 대략 10년을 주기로 세대가 전환되고 있다. 3G(2001년, 일본 최초), 4G(2009년, 유럽 최초), 5G(2019년, 한국 최초), 6G(2028~2030년, 상용화 예상)와 같은 이동 통신 인프라의 변화를 선도해 국제표준을 선점하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의 정책운용·대국민 서비스나 보건·방역 및 교육 등의 영역에 걸쳐 디지털 인프라의 활용을 촉진할 방침이다.

둘째, 비대면 산업 육성이다. 언택트(Untact, 비대면) 서비스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는 지금에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촉진하고, 온라인 교육 시스템을 강화는 등의 노력이 집중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뒤처진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디지털 격차(Digital Gap)라는 추가적인 부담이 작용할 것이기 때문에, 이 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책지원도 강화될 것이다. 예를 들어, 중소 벤처기업부는 ‘비대면 경제과’를 신설하고,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돕기 위해 2021년까지 5,760억 원 규모의 비대면 서비스 바우처를 지원할 예정이다. 아울러,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과 온라인 판로개척을 위해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셋째, SOC 디지털화다. CCTV와 사물인터넷 등을 활용한 지능형 교통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을 구축하고, 항만, 저수지, 댐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계획이다. 스마트 시티와 스마트 산업단지를 구축하고, 육상물류·해상물류·유통 분야에 첨단기술을 도입해 효율화할 방침이다.

그린 뉴딜 정책의 배경

2015년 12월 13일 세계 195개국들이 파리에 모여 역사적인 약속을 했다.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국제적 합의가 마련된 파리협정(Paris Agreement)이 체결된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포함한 세계 각국은 ‘2050 저탄소 사회 전환 전략(LEDS ; 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을 수립하여 2020년까지 UN(국제연합)에 제출해야 한다. 이미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캐나다, 일본 등 17개국(2020년 5월 19일 기준)이 LEDS를 제출했고, 다수의 국가가 장기 목표수립 및 LEDS 제출을 준비 중이다.

주요국들이 제출한 LEDS에 특징적인 상세 계획들이 담겨 있다. 영국은 녹색성장을 위한 녹색 투자기금을 활성화하고, 독일은 생태 세제를 개혁하고, 프랑스는 폐기물 관리를 통해 순환경제로 전환을 이행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에너지 부문 탈 탄소화를 지원하고, 캐나다는 저탄소 소비로의 행동 전환을 유도하며, 일본은 연료 제조 전 과정에서 CO2 배출을 감축할 전략을 제시했다.

탄소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노력이 재생에너지로 집중되고 있다. 주요국들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전력 의존도를 지속해서 높여갈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유럽은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45%까지 증대시킬 계획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위기대응 자산매입 프로그램(약 3조 8000억원) 중 일부를 기후변화 대응에 사용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도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사용 및 보급 계획을 구체화했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 목표를 20%로 설정했다. 2016년 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은 7.0%에 머무르고 있으나, 2022년까지 10.5%, 2030년까지 20%를 달성할 계획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020년 7월 발표한 한국판 뉴딜 정책의 주요 골자 중 하나가 그린 뉴딜이다.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차질없이 달성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회복시키겠다는 의지다. 한국은 LEDS 정부 초안이 마련되었고, 사회적 논의와 부처별 협의를 거쳐 2020년 10월 중 UN에 제출할 계획이다.

그린 뉴딜 정책의 주요 내용과 비즈니스 기회

그린 뉴딜은 환경을 고려한 성장 정책이다. 환경이라는 자원을 남용하면서 성장을 추구한다면, 단기간에는 고속성장할 수 있겠지만, 지속할 수 있지 않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의존도를 높이며, 전 영역에 걸쳐 에너지 효율화를 이루고자 하는 것이 그린 뉴딜의 주요 골자가 될 것이다.

첫째, 공공시설과 도시 및 생활 인프라 등을 친환경적으로 전환하는 정책이다. 공공임대주택, 문화시설 등에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보급하고, 친환경 단열재를 설치할 계획이다.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도시 숲을 조성하고, 국립공원 등의 생태계 훼손 지역을 복원하는 일도 포함되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공지능과 ICT 기반의 상하수도 관리체계를 구축하는 인프라 사업을 전국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둘째, 중앙발전형에서 분산형으로 전력공급 방식을 전환할 계획이다. 풍력, 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 인프라를 구축해 해당 지역이나 건물이 스스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 계획이다. 나아가, 스마트 그리드(Smart grid)를 구축해 사용자들끼리 전력을 교환할 수 있도록 해 분산형 전력 시스템을 확산시킬 것이다. 특히, 전기차와 수소차를 보급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충전 인프라를 확대하며, 노후 경유차를 친환경 차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는 데 정책적 노력이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지막으로, 녹색산업을 중심으로 혁신경제 창출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환경이나 에너지 분야 혁신 기술을 확보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녹색 융합 클러스터’를 구축해 기술개발, 실증사업, 생산 및 판매에 이르기까지 전 주기적 지원체계를 마련할 것이다. 온실가스 감축이나 미세먼지 대응 분야의 R&D를 지원하고, 투자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민관 합동 펀드(녹색 금융)를 조성하는 것이다.

한국판 뉴딜 성공을 위한 제언

첫째, 한국판 뉴딜정책이 성공하기 위해 안정적인 자금 마련이 전제되어야 한다. 사상 초유의 국가사업인 만큼 자금 마련에 상당한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모든 것을 세금으로 충당할 수도 없고, 모든 것을 정부 부채로 충당할 수도 없다. 최근 가장 많은 관심과 논의의 중심이 ‘뉴딜 펀드’다. 많은 기업과 가계로부터의 민간자본을 활용하겠다는 취지다. 한국판 뉴딜 사업의 특성상 단기간 안에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성격이 강해서 투자자에게 적정한 수익성을 약속하기도 부담이고, 수익성을 약속하지 못하면 자금 마련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중지점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일이 되고 있다.

둘째, 정치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정책 로드맵이 필요하다. 19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2022년 5월 9일)를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한국판 뉴딜 사업은 장기적인 인프라 사업인데, 만약 차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나 정치적 기조가 변화할 경우 국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한 사업이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중장기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따라서 여야 간의 합의가 전제된 로드맵이 필요하고, 산업계나 국민과의 충분한 논의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

셋째, 민간은 한국판 뉴딜을 활용한 신사업 진출을 시도해야 한다. 한국판 뉴딜에서 포괄하고 있는 ‘디지털과 그린’은 세계적으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다. 기업들은 사실 한국판 뉴딜 사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이 트렌드에 기초한 사업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그러한 산업의 움직임 속에 정책적 지원이 마중물 역할을 한다고 이해해야 하겠다. 따라서 기업들은 기존에 영위하는 비즈니스를 어떻게 디지털 환경에 걸맞게 전환하고, 친환경적으로 제품과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정책적 지원책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겠다.

¹파리협정(2조 1항, 4조 19항)과 제21차 기후협약 당사국 총회 결정문(제35항)은 모든 당사국이 2050년까지의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을 수립하여 2020년까지 제출할 것을 요청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의 경제연구실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 행정안전부, 기획재정부 등 다양한 정부 부처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한 지략을 제시하고 있다. 『더블 딥 시나리오』 『경제 읽어주는 남자』 등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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