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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판교] 취직 전엔 수강료 0원…‘IT 사관학교’ 졸업생 취업률 9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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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취업 성공 전까지는 수강료 0원.'

정보기술(IT) 인재양성 스타트업 '코드스테이츠'가 내건 구호다. 2016년 서비스를 시작한 코드스테이츠는 IT기업 입사 희망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교육과 취업 연계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회사다. 취업 전까진 수강생에게 일절 교육비를 받지 않고, 취업후 연봉의 일부를 나눠 받는 독특한 수익구조를 갖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코딩 부트캠프(인재양성 프로그램)에서 차용한 '소득공유(ISA·Income Share Agreement)' 모델이다.

‘코드스테이츠’ 김인기 대표 #교육비는 취직 뒤에 내는 ‘후불제’ #코로나로 수강생 작년 7.5배 급증 #대기업 임원, 배우, 배달원도 지원

최근 코드스테이츠를 찾는 수강생들은 급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산업의 성장과 취업 한파가 겹친 영향이다. 이 회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지원자만 1500명이다. 이중 294명이 인터뷰를 거쳐 코드스테이츠의 신규 수강자로 선발됐다. 지난해 상반기 수강생보다 7.5배 늘었다.

지난 18일 김인기(29) 대표를 서울 강남 삼성동의 한 공유오피스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는 마스크 착용과 2m 거리두기를 유지한 상태에서 진행됐다.

김인기 코드스테이츠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강남 삼성동 공유오피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코드스테이츠]

김인기 코드스테이츠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강남 삼성동 공유오피스 사무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코드스테이츠]

점수 맞춰 간 대학, 꿈 찾아 간 실리콘밸리

왜 창업했나.
평범한 문과였다. 성적에 맞춰 경희대 호텔관광대에 들어갔다. 1학년 때부터 개발자를 꿈꿨는데 진로를 틀기가 쉽지 않았다. 프로그래밍 독학도 해보고, 스타트업 인턴도 해보다가 미국 실리콘밸리의 소득공유형 코딩 부트캠프 '메이크 스쿨(Make School)'을 알게 됐다. 스무살에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를 중퇴한 창업자가 만든 대안학교였다. 창업자와 e메일을 주고받으면서 한국에도 '사람의 미래에 투자하는 곳'을 만들고 싶어졌다. 또 다른 부트캠프 '핵 리액터(Hack Reactor)'를 수료하고 돌아와 2015년 12월 코드스테이츠를 창업했다.

취업률 95%, 비전공자도 네이버·카카오로

어떤 커리큘럼을 운영하나.
최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프로덕트(제품) 매니저 ▶그로스(성장) 마케터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데이터 과학자) 4개 코스로 압축했다. 코스별로 40~100명씩 묶어 6주마다 개강한다. IT기업이 필요로 하는 웹·앱 개발, 서비스 기획, 디지털 마케팅, 데이터 분석 등을 가르친다. 실시간 화상 강의와 채용 연계형 프로젝트 등으로 이뤄져 있다.
채용 연계형 프로젝트란.
IT 스타트업들이 '아파트 주변 정보의 데이터 시각화(호갱노노)', '책 추천 서비스 개발(트레바리)' 등 실무적인 고민을 던지면, 우리 학생들이 2~4명씩 조를 짜, 기업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하게 한다. 그 과정에서 기업의 눈에 띄면 실제 채용으로 연계되는 시스템이다. 직원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자니 당장의 실무가 급한 스타트업에게도 잘 맞는 채용 방식이다. 뱅크샐러드·클래스101 등 기업 140여 곳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코드스테이츠 부트캠프 원격 실시간 학습 모임 [사진 코드스테이츠]

코드스테이츠 부트캠프 원격 실시간 학습 모임 [사진 코드스테이츠]

취업은 잘 되는 편인가.
4개 코스 누적 수강생이 500여 명인데, 현재까지 취업률 95%다. 네이버·카카오·배달의민족·당근마켓·왓챠 등에 입사했다. 특히 대학에서 IT와 상관없는 전공을 한 수강생들이 정말 많다. 지난해까지 심화 과정을 들었던 200여 명 중 86%가 비전공자였다.
취업률 95%의 비결은.
솔직히 IT산업의 성장 덕이다. 시장이 실무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주니어 인재를 원했고, 우리는 그런 인재를 길러내는 시스템을 만들었을 뿐이다.

배달 라이더도, 대기업 임원도 찾는다

어떤 학생들이 있었나.
각양각색이다. 배달 라이더나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던 분, 편의점 알바였던 학생들이 스타트업 개발자가 됐을 땐 '기회만 주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교육 방침에 확신이 섰고 나 자신도 편견을 많이 깼다. 우리 어머니와 동갑이었던 전 KT 임원, 연극배우, 창업가도 수강생으로 우릴 찾아왔다. 애플 본사와 호주 아마존 직원들이 우리 프로그램을 거쳐 국내 스타트업으로 이직한 경우도 있었다.
코로나19 이후 수강생이 크게 늘었다. 체감하는 변화가 있나.
학생들을 한 달에 서너번씩 인터뷰한다. 그때마다 시대의 변화를 느낀다. 최근 만났던 학생은 코로나19 때문에 직장에서 잘렸다. 호텔에서 일했던 친구인데 "IT는 굶어 죽진 않을 것 같아서" 왔다고 하더라. 학력과 전공에 관계없이 실력과 기술만 있으면 대우받는 직군이니까. 코로나19 확진자라 자가격리 중이던 학생, 집 밖이 온통 논인 지방 학생 등 원격이 아니면 코딩 교육 기회조차 없었을 학생들이 많았다.
코드스테이츠 부트캠프와 파트너십을 맺은 IT기업과의 실무 협업 프로젝트 발표 모습 [사진 코드스테이츠]

코드스테이츠 부트캠프와 파트너십을 맺은 IT기업과의 실무 협업 프로젝트 발표 모습 [사진 코드스테이츠]

"돈 없어도 배울 수 있어야" 

왜 '소득공유'를 택했나.
당장 수강료 600만원이 없어 개발자의 꿈을 포기하는 사람이 많다. 왜 돈 있는 사람만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하나. 소득공유 모델은 우선 교육 기회를 먼저 제공하고, 학생이 취업 후 받는 대우가 좋으면 좋을수록 우리 회사도 수익이 좋아지는 윈윈(win-win) 모델이다. 월 수강료 받고 교육하는 모델도 시도해봤지만, 완강률(강의를 완료하는 비율)이 낮았다. 진지하게 취업·이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로 집중하고 싶었다.
코드스테이츠의 운영 방식은.
취업 후 연 소득 3000만원(인센티브 등 포함)이 넘으면 매달 월 소득의 12~20%를 18~24번 내는 방식이다. 코스별로 비율과 기간이 조금씩 다르다. 연 소득 3000만원이 안 되면 될 때까지 최장 6년을 기다린다. 그 안에 안 되면 돈은 안 받는다. 상한선도 있다. 마케터 700만원, 엔지니어 1500만원 등 일정액을 채우면 몇 년에 걸쳐 낼 필요 없이 계약이 조기 종료된다.
코드스테이츠 부트캠프 4개 코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코드스테이츠 부트캠프 4개 코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회사는 얼마를 버나. 지속가능한 모델인가.
졸업생들의 평균 연 소득이 3300만원이다. 이 기준 회사가 20개월 내외로 받는 총액은 두당 1122만원이다. 이직·승진 등 '커리어 점프'를 통해 연봉이 4000~5000만원대로 높아지는 경우도 많다. 일부가 3000만원 이하를 벌어도, 고액 연봉자들이 메워준다. 선두가 후미를 끌어주는 선순환 모델이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잠재력을 꽃피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가능성을 찾아가고, 실현하는 과정을 곁에서 돕고 싶다. 더 많은 사람이 잠재력을 발휘하는 세상이라면 가치 있는 일도 더 많아지지 않을까.
지난해 열린 코드스테이츠 졸업생 동창회 [사진 코드스테이츠]

지난해 열린 코드스테이츠 졸업생 동창회 [사진 코드스테이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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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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