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버티면 된다”는 건 착각…中기업 치명타는 따로 있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22 05:00

이쯤 되면 수난 시대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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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T 기업 얘기다. 미국의 불호령, 이젠 말로 안 끝난다. 트럼프 행정부는 경제 제재 ‘방망이’로 중국 기업을 직접 때린다. ZTE에서 시작돼 화웨이, 틱톡(바이트댄스), 위챗(텐센트)으로 전선은 확대됐다. 화웨이는 이중 삼중으로 제재했다. 빠져나갈 구멍은 모두 막을 태세다. 집요하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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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미국 산업계가 아우성이다. 화웨이 제재에 미 반도체 산업 협회가 “과도한 규제는 산업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고 대놓고 반대한다. 퀄컴은 화웨이와 거래를 트게 해달라고 미국 정부에 로비한다고 알려졌다. 중국과 거래하며 미국이 얻는 이익도 상당했다는 방증이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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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시간의 힘을 믿는 듯하다. 미국 제재가 부당하다며 반발하면서도 어떻게든 버티려 한다. 미국의 힘이 빠지기를 기다리고 있다. 이런 모습들을 보고 일각에선 미국의 '중국 기업 때리기'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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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싱크탱크 생각은 다르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제임스 앤드루 루이스 부소장 겸 기술정책프로그램 국장은 제재의 효과는 있다고 본다. 그는 “중국 기업이 입은 가장 큰 피해는 ‘브랜드’ ”라고 강조한다.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이들을 신뢰할 수 없다고 천명했고, 몇몇 국가에선 미국과 비슷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는 거다.

제임스 앤드루 루이스 부소장. [사진 CSIS]

제임스 앤드루 루이스 부소장. [사진 CSIS]

루이스 부소장은 오랫동안 세계 각국의 첨단기술과 국력과의 관계를 연구해 왔다. 최근엔 중국의 기술 굴기, 사이버 보안 문제에 천착해왔다. 그의 최근 인터뷰를 간략히 소개한다. 미국 정가의 중국 기업에 대한 인식을 짐작해 볼 수 있다.

미국은 왜 중국기업 때리기를 하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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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유례없는 도전 때문이다. 중국은 2차대전 이후 수립된 국제질서를 중국 중심 질서로 바꾸려 한다. 문제는 이를 불법적으로 이루려 한단 점이다. 미 FBI와 유럽·호주·일본 정부기관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 서방국가에 대규모 스파이 활동을 벌여 중국 기업이 필요한 기술을 훔치고 있다. 자국 시민을 감시하는 데 IT 기술을 쓴다. 이 시스템은 세계로 확장될 수 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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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무역에선 양보 안 한다. 위챗은 미국에서 서비스해도 페이스북은 중국에선 사업할 수 없다. 상호주의에 위배된다. 그동안 미국은 중국의 거대 시장 때문에 참았다.

하지만 이는 장기적으로 손해였다. 아직도 많은 미국 기업이 중국과의 거래는 리스크보다 이익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중국 기업은 중국 정부가 요구하면 간첩 행위나 선전행위에 협력해야 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런 기업들의 행위에 철퇴를 가한 거다.”

제재 효과가 있나.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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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기업이 입은 가장 큰 피해는 ‘브랜드’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중국 기업을) 신뢰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몇몇 국가를 중심으로 동조가 이뤄지고 있다. 화웨이나 ZTE 제재에 나선다. 미 국무부가 중국 IT 기업을 배제하려 벌이는 ‘클린네트워크’ 프로그램도 의미가 있다. 적어도 중국의 클라우드서비스 업체나 해저케이블 업체가 미국 기업에 스파이 행위를 벌이는 걸 막을 수 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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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미국은 아직 새로운 디지털 경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틱톡의 미국내 퇴출과 미국 기업의 틱톡 인수 추진 과정에서 보인 트럼프 행정부의 혼란상이 대표적이다. 지금 미국 정부는 중국에 대한 불만을 제재로 표출하는 데 그치고 있다.

이렇게만 하면 중국은 자국 기업에 보조금을 쥐여주면 어떻게든 버틸 것이다. 중국 기업 상장은 미국에서 홍콩이나 상하이 등으로 옮긴다. 미국의 글로벌 금융지배력 약화가 예상된다.”

중국이 보복할 수 있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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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이 많지 않다. 반도체처럼 미국 기술에 철저히 의존하는 분야는 중국이 타격할 수 없다. 더구나 미 SNS 회사는 중국에서 운영하지 않아 제재할 대상이 없다. 중국이 보복할 수 있는 건 소비재, 엔터테인먼트 시장, 농업 정도다. 결국 중국은 첨단기술 분야에선 스파이 행위와 과감한 투자로 자립화에 목숨을 걸 거다.”

국제사회는 어떻게 반응할까.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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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충돌에 휘말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일부 국가는 미국의 제재로 생겨난 공백을 이용해 중국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려 할 것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불신이 증가할 것이다. 홍콩 문제, 감시 시스템 활용 등 중국 정부의 행동에 대해 많은 국가가 불신한다. 여기에 중국의 약탈적 경제 무역 정책도 우려한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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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게 곧바로 미국 지지로 이어지는 건 아니다. 5G 분야 정도 제외하면 현재 미국 정부는 동맹국들과 뜻을 모아 공동행동에 나서는 능력이 형편없다.

향후 관건은 미국이 중국을 대체할 만한 새로운 경제 모델과 첨단기술을 제시하고, 다른 국가가 이에 공감하고 함께 움직일 수 있느냐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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