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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원 독려에 대학·병원 분할론까지…전남권 의대유치전 격화

중앙일보

입력

전국 광역시·도 중에서 유일하게 의대가 없는 전남의 ‘의대 유치전’이 격화되고 있다. 의대 유치에 눈독을 들이는 지자체들은 공무원들에게 ‘국민청원 동참’을 공지하거나 두개 지자체가 의과대학과 병원을 나눠서 유치하자는 안까지 내놓고 있다.

목포시 새올행정 게시판에 “1인당 SNS 4개 동의” #의사협회 “여론 왜곡” 반발…목포 “30년 숙원사업” #동부권은 “순천에 의과대학, 여수에 병원 달라” 갈등

목포시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공지

전남 목포시청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목포시청 전경. 프리랜서 장정필

20일 전남 목포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공무원들이 이용하는 ‘새올 행정시스템 알림 게시판’에 ‘목포대 의과대학 유치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 동의 협조 요청’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소속 공무원들이 앞장서 의대 유치를 위한 국민청원에 동의해달라고 목포시가 올린 공지였다.

게시글은 “청와대 국민청원 홈페이지에 ‘전남의대(목포권)’라는 글이 게시돼 청원 중”이라며 “직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하며 지인들이 동참할 수 있도록 공유 바란다”고 했다. 또 해당 공지글은 “(1인당) 4가지 계정으로 중복 동의가 가능하니 각각 계정별 동의를 부탁한다”고 했다.

‘전남의대(목포권)’란 제목의 청원은 지난달 2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 20일 오후 8시 현재 9036명의 동의를 얻었다.

의사협회 “여론 왜곡” 반발

전남권역 의대 유치전은 정부가 오는 2022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정원을 매년 400명씩 10년간 4000명을 늘리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됐다.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는 목포시의 ‘국민청원 공지’에 대해 성명서를 내고 반발했다.

목포대학교가 의과대학과 병원 건립부지로 확보해둔 전남 목포시 옥암지구 부지. 프리랜서 장정필

목포대학교가 의과대학과 병원 건립부지로 확보해둔 전남 목포시 옥암지구 부지. 프리랜서 장정필

대한의사협회는 목포시의 공지에 대해 “관권을 이용해 여론을 유도·조작하려는 지자체의 행태에 대해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며 “일부 지자체의 행태에 대해서는 법률 검토를 거쳐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목포시는 의도적인 여론조작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목포시 관계자는 “목포에 의대 유치는 목포시가 지역민과 함께 30년 동안 추진해 온 숙원사업”이라며 “관련된 국민청원이 제기됐기에 지역의 의견을 반영시키고자 직원들에게 공지한 것”이라고 했다. 또 4개의 SNS 계정으로 투표를 독려한 것에 대해서는 “여론을 조작하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청원 시스템 자체가 4개 계정까지 동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린 것뿐이다”고 했다.

전남 동부권에 의대·병원 분할 유치안도

전남권 의대 유치는 목포시뿐만 아니라 전남 순천시도 “10년 숙원”이라며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그런데 순천과 인접한 여수시 권오봉 시장이 지난 13일 “전남 동부권 의대 유치를 적극 지지한다”며 “대학병원은 여수와 순천, 광양의 경계지역인 여수 율촌이 최적지”라고 주장했다.

권오봉 여수시장. 사진 여수시

권오봉 여수시장. 사진 여수시

순천·여수·광양은 전남 동부권에 위치한 도시들로 연계된 항만과 국가산단을 중심으로 한 산업·경제적 연결고리로 묶여 있다. 순천시나 순천대 또한 광양·여수의 화재나 재난사고로 근로자들의 의료 서비스 수요가 높지만 대처할 수 있는 중증외상센터가 없다며 유치 필요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순천지역에서는 “여수지역에 또 다른 속내가 있는 것”이라는 반응이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여수에서 대학병원만 콕 집어 여수에 유치하겠다고 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인구 경쟁때문”이라고 말했다.

20일 전남 순천시 순천대학교에 걸린 의대 유치 현수막 앞으로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20일 전남 순천시 순천대학교에 걸린 의대 유치 현수막 앞으로 학생들이 걸어가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여수시와 순천시는 전남 인구 1위 지자체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여오고 있다. 매년 엎치락뒤치락 해왔는데 지난 7월 두 지자체 인구수는 ▶순천시 28만1366명 ▶여수시 28만925명으로 격차가 441명에 불과했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순천에서 10년 숙원사업으로 이끌어 온 의대 유치전에 여수시가 끼어든 것은 간호사나 의사뿐만 아니라 관련 행정 인력 등 인구 유입 효과가 큰 병원은 자신들이 가져가고 의과대학만 순천에 가져가란 것”이라고 풀이했다.

목포·순천=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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