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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규제한 시진핑? 중국이 '다이어트' 들어간 진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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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찬 남기지 마세요. 4명이서 3인분만 시키세요."  

요즘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음식낭비는 국가의 적이라며 '잔반을 없애라'고 지시했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먹방 [사진=바이자하오]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먹방 [사진=바이자하오]

시진핑 주석의 한마디에 식당에선 잔반 줄이기 캠페인에 나섰고, 수많은 먹방 콘텐츠가 사라졌다. 심지어 손님의 체중을 재고 그에 맞게 음식을 제공한다는 식당까지 나왔다. 해당 식당은 거센 항의에 사과를 해야 했지만, 씁쓸함을 안긴 후였다.

이뿐 아니다. 관광 부문으로도 확대됐다. 중국 문화관광부는 지난 18일 관광명소에서도 음식물 낭비를 줄이는 캠페인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명 관광지에 있는 호텔, 음식점들도 빠짐없이 동참하란 지시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도 몸을 사리고 있다. 중국의 가장 큰 음식 배달 플랫폼 메이퇀디엔핑은 '반접시 캠페인' 등을 벌이며 소규모 포장을 독려하고 있다.

중국 곳곳이 최근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곳곳이 최근 폭우로 큰 피해를 입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전역에서 '다이어트'가 시행되고 있는 건 이번 여름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 탓이 크다. "홍수가 모든 것을 쓸어가 중국에 식량 위기가 닥칠 수 있다"(CNN)는 보도들이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메뚜기떼까지 창궐해 농민들에게 이중고를 안겼다.

주요 육류 수입국인 미국과 브라질 상황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미국과 브라질이 코로나19 팬데믹을 호되게 겪고 있어 물류 수입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은 당장 가격에 반영됐다.

지난달 중국의 식료품비는 전년 동기 대비 13.2% 상승했고, 특히 중국인들에게 매우 중요한 식료품인 돼지고기 가격이 폭등했다.

문제는 이런 '식량 위기'가 비단 올해에 국한된 것이 아니란 점이다. 농촌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데다, 고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025년께는 농촌 인구의 4분의1이 60세 이상의 노인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한다.

중국 농부의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중국 농부의 모습. [신화통신=연합뉴스]

외신들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에 대비해야 한다는 위기의식도 '중국의 다이어트'에 영향을 끼쳤으리라 보고있다. 중국인들이 소비하는 식료품의 약 30%가 수입산이며 이중 미국산의 비중은 매우 높다.

미국과의 갈등이 고조되자 모든 분야의 '자급자족'에 나선 중국이 시민의 식탁에까지 관여하고 있는 상황. 우려되는 것은 빈곤층이다. 당장 식료품비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 않아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정부가 '자급자족'을 내세우기 시작한 덕에 큰 업체(농업, 축산업)들은 성장하겠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당분간 더 큰 고통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도 가장 큰 피해를 봤던 사람들이 그 후유증도 온몸으로 맞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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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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