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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코로나 경제 고통, 대증요법은 병만 더 키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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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호 30면

재난은 약자부터 습격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에 영세 자영업자와 비정규직의 한숨이 다시 깊어졌다. 매장의 빈자리가 늘어나며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경제에 미치는 코로나 쇼크는 전방위적이지만, 1차 충격은 취약 계층이 먼저 받을 수밖에 없다.

재난지원금으로 소득분배 반짝 개선 #취약층 집중했으면 더 효과 봤을 것 #현금뿌리기 대신 근본 체질 개선해야

우려했던 현실은 수치로도 확인됐다. 정부가 엊그제 발표한 2분기(4~6월) 가계동향조사 결과, 근로·사업·재산소득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다. 세 가지 소득이 한꺼번에 감소한 것은 통계 작성 이래 최초다.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에 따른 이전소득 급증으로 전체 소득이 조금 늘긴 했으나, 생산활동과는 관계없는 착시일 뿐이다. 타격은 최하위층(1분위)에서 가장 심했다. 최상위층(5분위)의 근로소득이 4% 줄어든 데 반해 1분위 가구는 18%나 줄었다. 임시·일용직의 실직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다. 사업소득도 1분위 가구의 감소율(15.9%)이 5분위 감소율(2.4%)의 6.6배에 달했다. 영세 자영업자들이 그만큼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과감하고 신속한 대응으로 소득분배가 개선됐다”고 자랑했다. 실상을 호도하는 자화자찬이다. 최상위와 최하위 가구의 격차를 보여주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배율’은 4.23으로 지난해(4.58)보다 다소 개선되긴 했다. 하지만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를 빼고 나면 격차는 훨씬 더 커졌다. 정부는 총선용이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당초 소득 하위 70%에만 지급하려던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 지급으로 확대하고서 14조원 가까운 돈을 뿌렸다. 그러나 이는 평균 가구원 수가 많은 5분위(3.52명)가 1분위(2.34명)보다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소비 진작 효과도 의심스럽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재난지원금을 소비보다 저축으로 돌렸기 때문이다. 소득 분배나 소비 진작 면에서 전 국민 지원보다는 취약계층 집중 지원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지적은 총선 논리에 묻혀 버렸다.

문제는 앞으로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는 코로나 2차 쇼크는 지금 그 파장을 짐작하기조차 어렵다. 반짝 살아나는가 했던 현장 경기는 다시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재난지원금 영향이 사라지는 3분기부터 가계 위기가 본격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벌써 2차 재난지원금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이미 3차례 추경까지 편성했던 재정 형편상 가능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무차별 현금성 지원으로는 취약 계층의 고통을 덜어주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2분기 가계동향 조사가 보여준다.

나라 안팎 경제 상황이 온통 먹구름이다. 고용 사정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고, 수출은 세계적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회복세가 주춤하다. 소비·생산 등 경제지표가 잠깐 좋아지며 고개를 들었던 ‘V자형 반등’ 기대도 힘을 잃는 분위기다. 그런데도 정부의 인식은 안이하기만 하다. 대통령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운데 1위로 예상될 만큼 선방하고 있다”고 말하자마자 코로나 2차 충격이 왔다. 홍 부총리도 “고용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며 현실과 동떨어진 낙관에 매달리고 있다. ‘반짝’하는 수치가 나올 때마다 이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는 것은 현 정부의 고질적 행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급한 기대는 부작용만 낳는다. 임시공휴일을 만들고 각종 소비 쿠폰까지 뿌린 섣부른 소비 진작 시도는 결국 방역 경계심을 흐트러뜨렸다. 지금 상황은 방역 없이는 경제 회복이 가능하지 않다는 엄중한 현실을 보여준다. 사실 우리 경제 체질은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이미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졌다. 소비와 투자가 살아나야 결국 취약 계층의 고통도 덜 수 있다. 현금 뿌리기 같은 임시방편 요법은 병만 키운다. 규제 완화 같은 근본적인 경제 체질 개선부터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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