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배달앱, 소상공인 ‘굿’ 소비자 ‘글쎄’

중앙선데이

입력 2020.08.22 00:20

업데이트 2020.08.22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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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호 12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투입해 만드는 공공 배달앱은 업계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기대 반 의심 반이다. 빅데이터 플랫폼 업체 아이지에이웍스의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전북 군산시가 만든 공공 배달앱 ‘배달의명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준 월간 순이용자 수(MAU)가 지난달 약 2만8000명이었다. 지난 4월 화제의 중심에 서면서 6만8000여 명으로 늘었다가 적잖이 줄었다.

수수료 부담 없어 자영업자 호응
할인 등 혜택 갖춰야 경쟁력 확보

당시 배달의명수는 차기 대권 주자로 주목 받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소상공인 중개수수료와 광고비가 없는 공공 배달앱”이라고 극찬해 유명해졌다. 군산시에 따르면 5월 한 달 9억4700만원이던 배달의명수 거래액 역시 지난달 6억9400만원으로 줄었다. 다만 지역 내에서는 여전히 인기를 모아 공공 배달앱의 성장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산시 관계자는 “현재 배달의명수의 지역 내 배달앱 시장점유율은 30%가량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 등 민간 배달앱과 경쟁해 꾸준한 호응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지자체들도 공공 배달앱 사업을 추진하거나 준비 중이다. 경기도는 경기중소기업연합회 등과 공동 출자해 설립한 경기도주식회사를 통해 지난달 화성·오산·파주시 등 3곳을 공공 배달앱 시범 지역으로 선정, 지난 19일부터 가맹점 모집에 나섰다. 이르면 10월 말 시범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보다 덜 적극적인 대구시는 내년 1월 공공 배달앱 도입을 목표로 민간 업체 공모를 준비하다 최근 사업 재검토에 들어갔다. 공청회 등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치기로 했다.

서울시 역시 경기도나 군산시처럼 직접 공공 배달앱을 개발하진 않기로 했다. 민관 협력의 배달앱 ‘제로배달 유니온’에서 지역화폐(서울사랑상품권) 결제를 허용해주기로 하면서 공공성을 내세운 정도다. 전문가들은 공공 배달앱이 소비자를 위한 혜택 제공에 더 힘써야 의미 있는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배달앱에 입점하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수수료 등의 부담이 없어 이득이지만, 음식을 주문하는 소비자 입장에선 민간 배달앱보다 별 이득이 안 된다고 느끼기 쉬워서다.

예컨대 민간 배달앱은 가맹 소상공인으로부터 받은 수수료 등을 활용해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를 수시로 제공한다. 이 때문에 소비자는 민간 배달앱을 썼을 때 공공 배달앱보다 더 싸게 음식을 주문하기가 쉽다. 민간 기업이 막대한 돈을 써가며 유지하는 앱의 속도 등 편의성을 따라잡기 쉽지 않다는 점도 공공 배달앱의 과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공공 배달앱은 민간 배달앱의 실시간 소통과 유지·관리 능력을 따라잡기 어렵다”며 “소상공인 보호라는 취지는 좋지만, 가장 중요한 소비자 호응을 얻는 데 실패해 세금만 낭비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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