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프리랜서, 직원 고용' 궁지 몰린 우버 '3종 카드' 통할까

중앙일보

입력 2020.08.21 16:34

업데이트 2020.08.21 16:43

우버, 리프트와 버스가 함께 표시된 미국 캘리포니아의 탑승 표지판.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우버, 리프트와 버스가 함께 표시된 미국 캘리포니아의 탑승 표지판. 사진 로이터=연합뉴스

일자리가 아닌 일거리를 주는 ‘긱 이코노미’는 존속할 수 있을까. 승차 공유, 음식 배달 기사는 ‘고용’될까.
미국 캘리포니아에선 이 문제를 둘러싼 계산이 숨가쁘다. 우버·리프트·도어대시 같은 업체들은 법정 다툼과 대안 마련을 병행하는 중. 긱 이코노미의 출발점이자 ‘혁신의 본진’ 캘리포니아 주민들은 ‘공유경제 없이 살 수 있나' 따져봐야 한다.

산소호흡기 꽂은 우버·리프트

2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항소법원이 차량공유업체 우버·리프트의 기사(독립계약자)를 직원으로 분류하라는 결정에 대한 긴급 유예를 승인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앞서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이 내린 예비명령을 당장 적용하지 않고 유예해 준 것이다.

지난 10일 고등법원은 우버와 리프트에게 ‘운전기사를 계약자가 아닌 직원으로 처우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회사가 고용하지 않고 계약을 맺은 개인사업자(프리랜서)이더라도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하면 ‘직원’으로 대우해야 한다는 캘리포니아 주의 AB5법을 적용한 것이다. 회사의 통제 하에, 회사의 핵심 사업을 수행하는 사실상의 직원이 ‘독립계약자’로 분류돼 실업보험이나 유급휴가 같은 노동자 권리를 못 누리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다.

고등법원은 열흘 안에 우버·리프트의 사업 방식을 이렇게 바꾸라고 했었다. 그러나 항소법원의 이번 긴급유예 결정으로 회사들은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캘리포니아 주에서 현재 방식대로 영업할 수 있게 됐다.

‘긱 이코노미’ 재편 가능할까

지난 10일의 고등법원 판결은 사실상 공유경제 전반을 새로 짜라는 법적 지시였다. 우버·리프트 등은 차량호출 기사를 직접 고용하지 않았기에 쉽게 기사를 늘려 사업을 확장하고 유연하게 관리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인건비도 안 쓰고, 차량 관리비도 기사들에게 떠넘겼기에 성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해 통과된 AB5 법안의 입법 취지역시 ‘이런 방식은 중산층 붕괴와 소득 불평등을 낳는다’는 것이었다.

이 판결 후 우버는 “정치 지도자는 경제 침체기에 산업을 통채로 닫으려 하지 말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리프트도 “기사들은 고용이 아닌 자유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겉으로는 배수진을 쳤다. ‘캘리포니아에서 승차 공유 사업 중단도 불사한다’는 것. 지난 12일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최고경영자(CEO)는 현지 방송 인터뷰에서 “캘리포니아에서 우리 사업 방식을 빨리 전환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며 법원 결정이 바뀌지 않는다면 서비스를 멈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외신들은 우버가 속으로는 3가지 종류의 해법을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우버의 ‘3종 기대’ 

첫째는 캘리포니아 주민 투표다. AB5 법안은 이미 통과됐지만, 주 법률에 대한 주민의 찬반 의사를 투표로 물을 수 있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 때 함께 시행될 예정이다. 우버·리프트는 물론이고, 다양한 배달 등 긱이코노미에 익숙해진 캘리포니아 주민들이 소비자로서 이들 서비스를 선택해주지 않겠느냐는 기대다.

도어대시·인스타카트 같은 음식·식료품 배달 서비스들도 주민투표 참여 캠페인을 벌이는 중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도어대시는 지난 19일 고객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고객님 삶의 한 축이 된 배달 서비스가 위험에 처했다”며 11월 주민투표 참여를 요청했다.

둘째는 프랜차이즈 사업이다. 우버나 리프트 브랜드를 지역 사업자에게 제공하고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식이다. 그러면 운전기사를 프리랜서가 아닌 직원으로 고용해야 할 의무는 우버 본사가 아닌 각 지역 사업자에게 있게 된다. 우버로선 소비자와 프랜차이즈 사업자를 연결해주는 기술 플랫폼이라고 주장할 명분이 확실해진다.

셋째는 음식 배달에 집중하는 사업 전략이다. 우버는 음식 배달 ‘우버이츠’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승차공유 매출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 중에 줄고 있지만 음식배달은 성장하고 있어서다. 우버이츠는 미국 배달 시장 2위(점유율 26%)인데, 3위 업체 그럽허브를 인수하려다 실패했다. 그러나 지난달 음식배달업체 포스트메이츠를 26억5000만달러(약 3조1800억원)에 인수해 1위 도어대시를 바짝 뒤쫓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버 매출의 75%는 차량호출에서 나온다. 우버는 상반기 코로나19를 거치며 전 직원의 25%를 감원하는 대량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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