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통 다 끊긴 화웨이…美 반도체 '죽음의 공격' 삼성도 떤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21 05:00

업데이트 2020.08.21 10:46

중국 반도체를 읽다 ⑧ : '핵 옵션' 꺼낸 美와 버티는 화웨이…반도체 숨바꼭질 결말은

숨구멍을 다 막았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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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은 불가능하다. 남은 산소를 다 쓰면 진짜로 끝이다.

화웨이, 정확히 말하면 화웨이 반도체 이야기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화웨이의 ‘반도체 숨구멍’을 막으려 혈안이다.

지난 18일 미국 상무부는 “화웨이가 미국 소프트웨어나 기술로 개발 또는 생산한 외국산 칩(반도체)을 사는 것을 제한하도록 규정을 개정했다”고 밝혔다. 치명타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왜 그런가. 화웨이와 미국 정부의 제재 ‘숨바꼭질’을 대화로 보면 알 수 있다.

화웨이 : “미국 반도체 사서 쓰지 말라고?”

미국 : “응. 하지 마.”(2019년 5월)

화웨이 : “그럼 내가 직접 설계한 반도체를 외국 업체에 생산을 맡겨 만들어 쓰면 되지.”

미국 : “그것도 안 돼.”(2020년 5월)

화웨이 : “좋아, 자체 반도체 생산 포기할게. 대신 미국 이외 완제품 반도체 사서 쓸 거야.”

미국 : “그것도 안 돼. 미국 기술 들어간 제품이면 사면 안 돼.”(2020년 8월)

화웨이 : “미국 기술 안 들어간 반도체가 어디 있어. 우리는 반도체 아예 쓰지 말라는 거야?”

미국 : “빙고.”

화웨이 : “말도 안 돼 그런 게 어디 있어.”

미국 : “여기 있지. 불만이면 미국 기술 0%인 채로 반도체 만들어 써.”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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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면 이렇다. 지난해 5월 미국은 인텔과 퀄컴 등 자국 반도체 회사가 화웨이에 제품을 공급하지 못 하게 했다. “화웨이가 미국인 개인 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빼돌린다”는 이유였다.

그러자 화웨이는 다른 방법을 썼다. 자회사 ‘하이실리콘’을 통해 반도체를 독자 설계하고, 대만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TSMC에서 만들었다. 이에 미 정부는 올해 5월 TSMC 등 화웨이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업체도 제재했다.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 미디어텍 회사 건물 앞. [EPA=연합뉴스]

지난 5월 대만 타이베이 미디어텍 회사 건물 앞. [EPA=연합뉴스]

화웨이는 수를 냈다. 중저가용 반도체 업체인 대만 ‘미디어텍’을 통해 완제품 반도체를 샀다. 한편에선 자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린’ 생산 중단을 선언했다. 대신 트럼프 행정부에 화웨이와 거래를 허가해달라고 로비 중인 퀄컴과의 협력을 기대했다.

18일 상무부의 조치는 이런 화웨이의 기대에 찬물을 얹었다. 오히려 제재 범위를 넓혀 미디어텍 거래까지 끊은 셈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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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원천기술, 반도체 생산 장비와 소프트웨어 대부분이 미국산이라 가능했다. 미 정부는 이런 ‘기득권’을 철저히 활용했다. 윌버 로스 상무장관이 “화웨이는 제삼자를 거치는 방식으로 (미국산 기술을 사용한 부품을 구매하는) 조치를 취했다”며 “이젠 구멍을 막겠다”고 말한 이유다. 사용을 원하면 라이선스를 받으면 된다고 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화웨이에 거래를 허가해 줄 확률은 거의 없다.

결국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 루트는 사실상 다 막혔다. 자국 파운드리 SMIC는 아직 고품질 반도체 생산 기술이 없다. 더구나 SMIC도 미국 기술과 장비를 써야 한다. 제재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얘기다.

화웨이는 회사 존망까지 걱정해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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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품질 AP를 안정적으로 수급하지 못한다면 스마트폰 경쟁력은 삼성이나 애플은커녕 오포나 비보 등 중국 업체보다도 앞설 수 없다. 여기에 5G 통신망, 서버 등에 들어가는 프로세서 역시 공급망 붕괴가 뻔하다. 내년이나 내후년 재고가 다 떨어지면 정말로 사업을 접을 수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번 제재는 스마트폰과 통신 장비를 만드는 화웨이에 ‘죽음’을 의미한다”고 평하고, “미국이 화웨이에 ‘핵(核) 옵션’ ‘치명타’를 날렸다”(블룸버그통신·CNN)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진르터우탸오 캡처]

[진르터우탸오 캡처]

미 정부로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당장 자국 반도체 업계가 아우성이다. 미 반도체산업협회(SIA)는 18일 “반도체 거래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는 산업에 막대한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며 “중국에 민감하지 않은 상용 반도체를 판매하는 건 미국 반도체 연구와 혁신을 촉진하고, 미국 경제력과 국가 안보의 핵심”이라고 했다.

이유가 있다. FT에 따르면 엔비디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퀄컴, 인텔, 브로드컴 등 5개 미국 반도체 기업 매출의 25%~50%는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의 화웨이 고사 작전은 멈출 기미가 안 보인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트위터에 “화웨이와 억압적인 중국 공산당에 직접적인 타격을 날렸다”고 대놓고 말한다.

당장 걱정은 한국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충남 아산시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중앙포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30일 충남 아산시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을 찾아 반도체 패키징 라인을 살펴보고 있다.[중앙포토]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력인 메모리(낸드플래시와 D램)분야 주요 고객이다. 그동안 화웨이 제재는 비메모리(시스템) 위주로 진행됐다. 하지만 FT는 “이번 제재 대상엔 메모리 반도체도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AP=연합뉴스]

[AP=연합뉴스]

자국 기업 부담도 감수하고 화웨이 죽이기에 나선 미국이다.  지난 5월 TSMC에게 그랬던 것처럼 미국이 삼성과 SK에 화웨이와 손을 떼라 요구할 수 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바이두바이커 캡처]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바이두바이커 캡처]

순순히 물러날 중국도 아니다.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방한하면 ‘화웨이 살리기’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할 수 있다. 시진핑 주석 방한의 대가로 말이다.

화웨이 죽이기가 남 일이 아닌 이유다.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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