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바마 “트럼프 리얼리티쇼” 해리스 “인종주의엔 백신 없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19일 미국 델라웨어주 웰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왼쪽 사진).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를 호소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가운데)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오른쪽). [AFP·로이터·UPI=연합뉴스]

19일 미국 델라웨어주 웰밍턴 체이스센터에서 열린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왼쪽 사진). 이날 화상 연설을 통해 조 바이든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지를 호소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가운데)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오른쪽). [AFP·로이터·UPI=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이 19일(현지시간) 백악관을 향한 흑백·남녀 러닝메이트 체제를 공식 완성했다. 전당대회 셋째 날인 이날 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55) 상원의원은 델라웨어주 월밍턴에서 한 수락연설에서 “인종주의에는 백신이 없다. 우리가 나서야 한다”며 “모두가 원하는 미래를 얻기 위해서는 흑인과 백인, 라틴계와 아시안, 원주민까지 우리를 하나로 모으는 대통령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날 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선출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당선시켜 ‘하나의 미국’을 만들자는 호소다. 이민자 부모를 둔 자신의 가족사도 부각했다. “내 어머니는 19세에 암을 정복하겠다는 꿈을 갖고 인도에서 UC버클리로 공부하러 왔고, 아버지는 자메이카에서 경제학을 공부하러 왔다. 두 분은 1960년대 민권 운동이 한창일 때 거리에서 정의를 외치며 행진하다가 만나, 가장 미국적인 방식으로 사랑에 빠졌다.”

미국 민주당 온라인 전대 셋째 날 #해리스 부통령 후보 공식 지명 #힐러리 “300만표 더 얻고도 질 수도 #표 못 훔쳐가게 압도적 수치 필요”

이날 바이든과 해리스의 이인삼각을 지원하는 공격수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나섰다. 그는 여전히 민주당 핵심 지지층의 표를 몰고 다니는 정치적 실력자다. 그간 전직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에 대한 공격을 삼갔던 관례에 따라 비판을 자제했던 오바마는 이날은 입을 열었다. 미국 민주주의의 산실인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미국 독립혁명박물관을 배경으로 내보낸 생중계 연설에서 오바마는 “트럼프는 (대통령) 직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다. 그럴 능력이 안 됐다”며 “트럼프의 실패로 미국인 17만 명이 죽고, 일자리 수백만개가 없어졌으며, 최악의 충동이 분출되고, 세계에서 자랑스러웠던 평판은 사라지고, 민주주의가 전에 없는 위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트럼프가 대통령직을 “자신이 갈망하는 관심을 얻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리얼리티쇼”로 취급한다고도 비판했다. 오바마는 연설에서 트럼프에 존칭을 붙이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지 않았다. 오바마가 연설하는 도중 트위터에 “(2016년 대선 때) 그가 나의 캠프를 염탐했다. 그리고 발각됐다!”는 글을 올렸다.

이날 전당대회 찬조연설에는 4년 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패배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나섰다. 뉴욕주 자택에서 라이브로 연결한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바이든과 해리스가 300만 표를 더 얻고도 질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며 “압도적인 숫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4년 전 전국 득표수에선 트럼프에게 앞서고도 패배했던 자신의 경험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지지자들이 빠짐없이 투표장에 나가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민주당 전당대회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화상으로 진행되며 ‘롤 콜(Roll Call)’ 역시 각 주에서 찍은 영상으로 하는 화상 롤 콜이 됐다. 롤 콜은 사전에 각 주별로 진행했던 경선 결과를 잇따라 발표해 대선 후보를 최종 확정하는 절차다. 지금까지는 각 주 대표가 전당대회장에 모여 발표했는데 이번엔 화상으로 각 주를 연결했다. 애리조나주는 사막에 서 있는 선인장 앞에서 발표했고, 로드아일랜드주에선 특산품인 칼라마리 튀김을 직접 들고 나왔다. 온라인 매체 복스(Vox)는 이를 놓고 “팬데믹 시대 전당대회의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이같은 방식으로는 2004년 전당대회 현장 연설로 스타가 됐던 오바마와 같은 정치 신인이 나오기 힘들다고 전했다.

워싱턴=박현영·김필규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