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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익태 친일행적 담겼다" 3분40초 흑백 영상 내민 김원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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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에키타이 안(안익태) 만주국 건국 10주년 음악회 영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원웅 광복회 회장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에키타이 안(안익태) 만주국 건국 10주년 음악회 영상 공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광복절 기념사에서 “민족반역자가 작곡한 노래를 국가로 정한 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한민국 한 나라뿐"이라고 주장했던 김원웅 광복회장이 20일 작곡가 안익태의 친일행적 증거라는 영상을 공개하며 “친일·친나치 에키타이안(안익태)이 작곡한 애국가가 국가 지위를 누리는 일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이날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애국가는 전문적인 확인을 통해서 72%가 표절로 나온다. 그 문제에 대해서 얼마든지 입증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정체성과 시대정신 모두를 반영한 정통성과 품격 갖춘 대한민국 정식 국가 만들기를 위한 논의를 당장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중립을 안 지키는 것이 아니다. 친일 청산에 여야가 어딨고, 보수 진보가 어디 있는가”라고도 했다.

김 회장은 이날 “독일 정부에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자료를 요구했고 그중 일부가 왔다”며 안익태가 ‘에키타이 안’이라는 일본식 이름으로 1942년 9월 18일 독일 나치 치하의 베를린 필하모닉 홀에서 만주국 건국 10주년 기념음악회를 지휘하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김 회장에 따르면 무삭제 원본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3분 40초 분량의 흑백 영상에는 안익태로 보이는 인물이 지휘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해영 국가만들기시민모임 공동대표는 “이 영상은 나치 프로파간다 목적을 위한 것이며 유럽 전선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일본은 프로파간다에 매우 적극적이었다”며 “영상에는 일장기와 만주국기인 오적혁화기가 걸려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영상 속 등장하는 일본인 추정 남성을 지적하며 “이 인물이 에하라 고이치다. 그는 주독 일본 첩보기관 총책이며 안익태는 그의 집에서 2년 반 넘게 머물렀다”며 안익태 친일행적의 근거로 제시했다. 광복회에 따르면 영상 속 음악은 안익태가 작곡했으며 에하라 고이치가 작사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보여주는 자료를 공개 했다. 광복회 관계자가 나치 독일 음악회 영상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김원웅 광복회장이 20일 국회 소통관에서 애국가를 작곡한 안익태의 친일 행적을 보여주는 자료를 공개 했다. 광복회 관계자가 나치 독일 음악회 영상 자료를 설명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안익태 기념 재단에 따르면 그는 1939년 독일인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제자가 됐다.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일본 정부를 위해 ‘일본 축전 음악’을 작곡한 것이 알려지며 안익태의 친일 행적 논란과 연결되기도 했다. 안익태는 1940년부터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를 맡았다. 이후 1944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교향악단 지휘를 맡기 전까지 유럽을 돌며 주요 교향악단을 지휘했다.

김원웅 회장은 “안익태의 친일·친나치 행위는 음악·역사계에서는 이미 상식이다. 친일 반민족 권력이 장악해온 민족 반역의 시대를 종언하는 것이 우리의 역사적 의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8개국 이상이 국가를 시대에 맞게 교체했다. 교체하지 않은 나라 중에는 일본이 있다. 국가를 고치지 않은 것도 일본을 그대로 따라가야 하느냐”며 국가 교체를 요구했다.

김 회장은 70~80년대 공화당·민정당 당료로 근무했던 본인의 과거에 대해서는 “대학 졸업 후 공화당 공채로 들어가 거기 몸담았다. 원죄가 있으니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를 시작한 이후에는 단재 신채호, 백범 김구의 길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않았다. 미래통합당 일부 세력이 저를 욕하고 비난하고 펄펄 뛰는데 켕기는 것이 있지 않으면 왜 그러느냐”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지난 15일 본인의 광복절 기념사에 대해서는 “국민을 편 가르기 하느냐고 얘기하는데, 반민족 친일을 끌어안는다고 국민 화합이 되느냐”라며 “그것은 정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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