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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미뤘으니 위약금 40만원" 예비부부 울리는 '스·드·메' 배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19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의 한 웨딩홀에서 관계자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업체들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해도 해도 너무하다. 우리가 일부러 파투낸 것도 아닌 데 정부도 업체도 책임을 떠넘기기만 한다.”

오는 22일 토요일에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던 예비신랑 김모(29)씨의 한탄이다. 김씨는 예식을 불과 3일 앞두고 부랴부랴 날짜를 11월로 연기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수도권에 정부의 2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내려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웨딩홀의 예약금은 물론 요즘 예비 부부에게 결혼 준비 필수 항목으로 꼽히는 일명 ‘스ㆍ드ㆍ메(스튜디오ㆍ드레스ㆍ메이크업)’ 업체의 ‘배짱’ 영업에 잠을 못 이룬다고 했다.

드레스샵, “날짜 미뤘으니 위약금 40만원"

결혼식 웨딩드레스.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pixnio]

결혼식 웨딩드레스.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 pixnio]

서울 강남의 한 드레스숍과 계약했던 김씨는 “11월로 결혼 날짜를 연기하자 드레스숍이 위약금 40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는 “드레스를 이미 입어서 물어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연기된 날짜에 그대로 진행하겠다는데도 위약금을 내라고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씨는 해당 업체에 위약금 40만원의 추산 근거를 알려달라고 했더니 별다른 설명 없이 20만원으로 줄여주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무작정 액수만 말하니까 황당하다. 우리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정부나 구청에서 명확한 지침도 없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예비부부의 몫"이라고 말했다.

스튜디오, “위약금 내고 대신 돌잔치 찍어주겠다"

2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예식장에서 직원이 피로연장 주방 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2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예식장에서 직원이 피로연장 주방 도구를 정리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 무관. 뉴스1

스튜디오 업체도 ‘위약금 떠넘기기’를 하는 건 마찬가지다. 결혼식을 준비하는 예비부부들이 정보를 나누는 한 온라인 카페에는 ‘한 유명 사진 업체가 예약 취소 시 원칙에 따라 위약금을 받는 대신 돌잔치 때 영상을 찍어주겠다고 말했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예비부부가 언제 아이를 낳을지도 모르는데 고작 생각한 것이 돌잔치냐”고 비꼬았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계약 연기는 위약금 없이 진행하고 있다. 다만 연기하고 싶은 날짜에 촬영 일정이 다 차서 취소가 불가피할 경우 죄송한 마음에 돌잔치 영상으로라도 해드리겠다고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명 사진작가가 운영하는 스튜디오 업체에선 예식 취소 시 위약금 50%를 요구하다 항의가 빗발치자 전액 환불하겠다고 재공지하기도 했다. 또 다른 웨딩 DVD 업체는 19일 SNS 라이브 방송을 통해 “다른 업체들에 비해 우리는 처리가 나이스한 편”이라며 “협의가 안되는 경우 변호사를 통해 법적으로 처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해당 업체는 본식을 연기할 경우 위약금이 발생하지 않지만, 예약이 차 있어 취소하게 될 경우 100% 위약금을 물도록 요구하고 있다.

웨딩홀, '답례품' 두고 2차전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웨딩홀에서는 보증 인원을 30% 조정해주는 대신 필요시 하객에게 와인 1병을 답례품으로 주겠다고 공지했다. 웨딩홀에서 제공하는 1인당 5만원대 식사(왼쪽)와 답례품으로 주겠다고 한 1병당 2만원대 와인(오른쪽). [홈페이지 캡처]

서울 송파구 가락동의 한 웨딩홀에서는 보증 인원을 30% 조정해주는 대신 필요시 하객에게 와인 1병을 답례품으로 주겠다고 공지했다. 웨딩홀에서 제공하는 1인당 5만원대 식사(왼쪽)와 답례품으로 주겠다고 한 1병당 2만원대 와인(오른쪽). [홈페이지 캡처]

한편, 웨딩홀과 예비부부 사이의 위약금 갈등은 ‘답례품’을 두고 2차전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한 웨딩홀은 참석 보증 인원을 30% 줄여주고 필요하면 하객들에게 와인 1병을 답례품으로 제공하겠다고 했다. 이 웨딩홀에서 결혼할 예정이던 한 예비신부는 “주말 황금시간대의 경우 보증 인원이 450명이다. 30%를 조정해준다고 해도 무조건 300명의 식대를 내야 한다"며 “50명밖에 못 오는데 안 먹는 음식값 250명 치를 내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한 신부는 "보증 인원을 줄이는 대신 차라리 대관료를 높이라고 했더니 업체는 '대관료로 1000만원을 받을 순 없지 않냐'며 거부했다"고 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정부 방침에 따라 고객에게 무상으로 예식 일정을 조정해주며 책임을 부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분할공간을 통해 150석을 추가로 확보해 하객이 충분히 참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18일 예식업중앙회에 고객이 원할 경우 위약금 없이 결혼식을 연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권고일 뿐 강제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위약금 떠넘기기는 고스란히 예비부부가 감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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