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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중에 IPO 한다는 에어비앤비, 공유경제 상장 잔혹사 깰까

중앙일보

입력

코로나와 공유경제.

코로나와 공유경제.

글로벌 숙박공유 업체 에어비앤비(Airbnb)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위기 속에서 창업 12년 만에 기업공개(IPO)를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에어비앤비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에어비앤비는 기업가치가 한때 310억 달러(약 37조원)에 이른 실리콘밸리 유망주였다. 호텔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도 사용자에게 전세계 700만 개 숙박리스트를 제공하는 공유경제 기업으로 각광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여행 수요가 급감하자 기업가치는 180억 달러(21조원)까지 떨어졌다. 브라이언 체스키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2020년의 수익은 지난해의 절반 밑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전 직원의 4분의 1(1900명)을 잘라냈다.

최악의 위기 속에 에어비앤비가 IPO를 결정한 것은 기술주를 선호하는 미 증시 흐름 올라타겠단 전략으로 풀이된다. 뉴욕타임스는 "에어비앤비의 상장은 전염병에 대한 기술산업의 회복력과 기술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창업후 10년이 지났다보니,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가진 초창기 직원들이 상장을 바라는 분위기도 IPO를 더 미루기 어려운 배경이다. 그러나 위기감이 보인다는 해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불확실성이 높은 지금 IPO를 추진하는 건 외부자금 수혈이 필요하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우버, 상장후 기대 이하

에어비앤비가 공유경제 기업들의 'IPO 잔혹사'를 빗겨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한때 자본주의의 대안으로까지 주목받던 공유경제 기업들은 기업공개 전후로 수난을 겪었다. '그간 과대포장 됐었다'는 시장의 의심도 커졌다. 승차공유 업체 우버(Uber)의 경우 지난해 5월 뉴욕증시 상장 당시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았다. 2018년 기업가치 1200억 달러(약 145조원) 이상이던 우버는 IPO에선 824억 달러(약 97조원, 주당 45달러)를 모으는 데 그쳤다. 상장 이후 증시에서 평가는 더 가혹했다.

한때 주당 14달러까지 떨어진 우버의 19일 현재 시가총액은 515억 달러(61조원). 코로나19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차량호출 예약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까지 줄었다. 게다가 기업의 모태인 캘리포니아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최근 샌프란시스코 고등법원이 플랫폼 노동자 보호법인 AB5를 근거로 '우버 운전자를 직원으로 채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여러 위기 속에 우버는 최근 급성장하는 음식배달 시장(우버이츠)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위워크, IPO 무산

공유오피스 업체 위워크(Wework)는 IPO 자체가 무산됐다. 2010년 설립한 위워크는 전 세계 120개 국가에 진출하며 '부동산계의 우버'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초 기업가치는 470억 달러(55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 해 8월 IPO 계획을 발표한 이후 위기가 찾아왔다. 2016년~2018년까지 순손실이 29억 달러(3조 4000억원)라는 점이 공개됐고, 아담 노이만 전 CEO의 대마초 흡연 의혹도 폭로됐다. IPO 계획은 6주 만에 철회됐다. 노이만 CEO도 사퇴했다. 여기다 코로나 이후 공유오피스 수요가 줄며 전체 직원의 60%(8400명)를 해고해야 했다.

불똥은 최대 투자사인 소프트뱅크 그룹과 비전펀드로 튀었다. 손정의 회장은 지난 4월 말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위워크 투자로만 7000억엔(7조 8000억원)의 손실이 있었다고 밝히며 "(투자가) 어리석었다"고 자책했다. 손 회장은 2017년 이후 위워크에 185억 달러(약 23조원)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위워크의 기업가치는 29억 달러(3조 4000억원)로 쪼그라들었다.

코로나로 인한 기업 가치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코로나로 인한 기업 가치 변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공유경제 신화 저무나

공유경제는 2000년대 초·중반 미래학자 제너미 리프킨과 하버드대학의 로렌스 레식 교수 등이 제안한 개념이다. 인터넷기술의 발전으로 사람들이 소유 대신 재화·서비스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모델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이었다.

공유경제는 최근 10년간 에어비앤비·우버 등 기술 기반의 공유경제 플랫폼이 급성장하며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에어비앤비는 호텔업계를 위협했고, 우버는 택시와 운송시장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의 상황은 예견하기 힘들어졌다. "공유경제의 시대가 가고 고립경제의 시대가 오고 있다"(포브스)는 분석도 나온다. 세종대 황용식 교수는 "팬데믹을 겪은 소비자들이 물건 공유나 접촉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며 "수요와 공급을 연결해주는 플랫폼 역할을 넘어서는 가치를 보여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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