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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가 반도체 잡았다…삼바, SK하이닉스 제치고 시총 2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바이오 의약품업체인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세계 2위 메모리 제조사인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시가총액(주식가격의 총합) 2위에 올라섰다. 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증시 '투톱'인 SK하이닉스는 시총 3위 자리까지 위협받으며 굴욕을 맛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바이오·비대면(언택트) 기업에 돈이 몰리는 가운데,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꺾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내부.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송도의 삼성바이오로직스 공장 내부. 삼성바이오로직스

삼바 시총 올들어 83% 불어나 

20일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보다 1.85% 내린 79만4000원에 거래를 마감해 시가총액 52조5350억원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4.27% 하락한 7만1800원, 시가총액은 52조2706억원으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시총은 24조원(83.4%)가량 불어난 반면, SK하이닉스는 16조원(23.7%) 넘게 증발했다. 두 회사 주가는 이날 모두 내렸지만, SK하이닉스 주가가 더 크게 하락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코스피 시총 2위를 차지했다. 시가총액 2위 기업이 바뀐 것은 2017년 3월 말 이후 3년 5개월 만이다. 자산 규모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6조원, SK하이닉스는 69조원대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시총 2위에 오른 것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바이오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데다, 양호한 실적 성장세 덕분이다. 이 회사는 올 2분기에 매출 3077억원, 영업이익 811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294% 늘었고, 영업익은 흑자 전환했다. 최근 제4공장 증설 계획이 나온 것도 한몫했다. 이에 증권사들은 목표 주가를 100만원으로 잇따라 올렸다. 신효섭 부국증권 연구원은 "인천 송도 4공장 증설을 통해 세계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시장의 30%에 달하는 생산 규모를 갖게 된다"며 "바이오 CMO 수요가 늘고 있어 수혜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증시시가총액상위기업순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국내증시시가총액상위기업순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SK하이닉스 3년 5개월 만에 2위 내줘

SK하이닉스 주가가 최근 내리막을 탄 점도 시총 순위 바뀜에 영향을 미쳤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 11일부터 7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이 기간 주가는 11.8% 내렸다. 주력 제품인 D램 등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악재로 작용했다.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반도체 공장이 셧다운(봉쇄) 되면서 공급망 차질을 우려한 서버업체들이 제품을 대량 샀는데, 최근 주문량을 줄이면서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7월 D램(PC용 DDR4 8Gb) 고정거래가격은 3.13달러로 전달보다 5.4% 하락했다. 이수빈 대신증권 연구원은 "서버 D램 고객사의 재고가 늘고 있고 스마트폰 출하량에 대한 기대감도 예상에 못 미치고 있다"며 "3분기 서버 D램 가격은 전 분기 대비 10%, 모바일 D램 가격은 5∼6%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 정부가 중국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 것도 주가 발목을 잡았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웨이에 납품하는 반도체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매출 중 10% 이상을 화웨이가 차지하고 있어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굳건했던 시총 2위 자리가 바뀐 건 상징성이 있다고 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바이오 업종이 코로나19 이후 대표적인 성장주로 뜨면서 반도체와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주도주로 자리매김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총 상위 2~5위권의 자리다툼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실제 SK하이닉스 시총은 4위인 네이버와 2조원대, 5위 LG화학과는 5조원대로 격차가 좁혀졌다.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는 셈이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의 성장세로 시총 1위를 독주하는 삼성전자를 뺀 나머지 기업의 순위 다툼이 당분간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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