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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드 티에 족두리 장식…초딩이 직접 만든 한복, 너무 귀여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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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조은수양이 20일 서울 마포 집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조은수양이 20일 서울 마포 집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했다. 최정동 기자

“내가 잘 입는 후드티를 색동저고리로 만들고, 후드에는 족두리 모양의 장신구를 달았어요. 바지에도 한국의 전통문양을 넣었죠.”

지난 18일 열린 ‘2020 한복디자인 프로젝트Ⅰ_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조은수(서울한서초등학교 5학년)양이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한복을 입고 기획의도를 설명한 말이다.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디자이너를 발굴하고, 한복의 산업화와 현대화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한복진흥센터가 주최한 이번 행사에는 경력 5년 미만의 신진 디자이너, 일반인 및 학생 77명이 참가해 총 11명의 수상자가 선정됐다.
은수양은 1차 심사에 ‘우리 역사와 문화를 편하게’라는 제목으로 10개의 스타일화를 제출했다. 산수화를 그린 반팔·반바지와 여름철 밀짚모자를 대신한 갓, 떡국과 윷놀이를 그린 치마와 바지, 곤룡포를 응용한 패딩 코트 등이다.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에 제출했던 조은수양의 한복 스타일화. 옷 하나마다 세심한 곳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에 제출했던 조은수양의 한복 스타일화. 옷 하나마다 세심한 곳까지 다양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다.

각각의 스타일화마다 직접 연필로 쓴 설명이 꽤 진지하다.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국 동상을 모티브로 한 옷-모자에 있는 ‘勝’은 한자로 ‘이길 승’인데 거북선의 승리를 표현하고 싶었다. (야구)모자에 거북선을 넣었다. 윗옷에 용맹한 황룡을 넣었다. 전체적으로 금빛인 이유는 동상을 모티브로 해서 그렇다.” “교복같이 캐주얼한 옷-윗옷 팔에 있는 글들은 지금의 글자가 되기 전의 훈민정음이다. 내가 좋아하는 니트 조끼. 하이힐이 된 꽃신. 소재는 누비이며 옛날 사람의 겨울옷 소재이다.”

초등학교 5학년 조은수양이 그린 캐릭터 일러스트. 고양이를 의인화한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이유는 다양한 옷을 입혀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 조은수

초등학교 5학년 조은수양이 그린 캐릭터 일러스트. 고양이를 의인화한 그림 그리기를 즐기는 이유는 다양한 옷을 입혀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진 조은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은수양은 어려서부터 모아둔 두툼한 그림 노트가 5권이나 된다. 특히 고양이·개를 의인화한 캐릭터를 그리고 다양한 디자인의 옷 입히기를 좋아한다. 인터넷을 뒤져서 ‘런던패션위크 2020 SS’ 트렌드가 줄무늬와 라벤더 컬러라는 정보를 듣고 자신만의 디자인을 그려보기도 한단다.
은수양은 설날과 추석에 한복 입기도 좋아해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 공주·왕의 옷을 그리는 것도 즐기는데 이때 자신만의 한복 아이디어를 더하기도 한다. “한복은 예쁘긴 한데 치마가 펑퍼짐하고 길어서 걷기 불편하고 여름엔 더워요. 여름 한복은 반바지였으면 좋겠어요.”

초등학교 5학년 조은수양이 그린 한복 바지 스타일화.

초등학교 5학년 조은수양이 그린 한복 바지 스타일화.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조은수양. 위에 자신이 그린 그림대로 제작된 바지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최정동 기자

'한복디자인 프로젝트' 공모전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조은수양. 위에 자신이 그린 그림대로 제작된 바지를 입고 포즈를 취했다. 최정동 기자

이번 공모전에 응모한 계기를 물었더니 “편한 한복에 동양화·훈민정음 등 한국의 문화·역사를 담아보고 싶었고, 그렇게 그린 그림을 심사받고 싶었다”고 답했다. 미술학원을 다녀본 적 없는 은수양은 유튜브를 보며 그림 그리기를 익혔다. 때문에 자신이 그린 옷이 어떤지 심사를 받고 싶었던 것. 은수양 어머니는 “심사하느라 바쁘실 텐데 초딩 그림까지 봐달라는게 미안해서 스타일화에 ‘정성껏 그렸으니 예쁘게 봐 달라’고 은수가 직접 쓴 포스트잇을 붙였다”고 했다.
원래 한복디자인 프로젝트-공모전에 참가하려면 1차 스타일화 제출 후 2차 심사 때는 직접 옷을 제작해 완성품을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심사위원들은 어린 은수양의 정성이 예쁘고 아이디어가 신선해서 특별상을 주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심사원장인 김혜순 선생이 여러 차례 은수양을 직접 만나 의견을 나누며 제출한 스타일화 중 후드티셔츠와 바지를 만들어줬다.
은수양은 “그림 그릴 때 행복하다”며 “장래 희망이 딱히 없었는데 이번에 좋은 경험을 하면서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겼다”고 했다. 초등학생 디자이너의 작은 꿈이 자라면 우리는 진짜 멋진 모던한복을 입게 될 지도 모르겠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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